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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김정은 ‘기다림’ 선택…트럼프 인내심 시험할 준비”

등록 2019-04-17 09:16:37 | 수정 2019-04-17 14:49:42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분석…2020년 미 대선 앞두고 시간 벌기 전략
제재 완화 원하지만 비핵화 준비 안 해…한국 ‘오지랖 넓은 중재자’ 비판

자료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노동신문=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기다림’의 전략을 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내심을 시험할 준비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이달 12일 김 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이 같이 분석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3일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3차 조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우리로서도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다시 만날 의지는 있지만 미국의 자세 변화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연설문에 나타난 김 위원장의 전략을 5가지로 꼽았다. 첫째로 김 위원장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제재 완화를 얻는 데 실패한 후 기존의 ‘대화’나 ‘핵실험 재개를 통한 위기 재조성’이라는 선택지 대신 ‘기다림’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지만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그가 기다림의 전략을 통해 “대화를 무산시킨 것에 대한 비난을 피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재선을 준비하는 가운데 이 문제를 다시 부각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둘째 김 위원장은 제재 완화를 절실히 원한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김 위원장이 “나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는 두 나라 사이의 관계처럼 적대적이지 않으며 우리는 여전히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유지를 지지하는 데는 좌절감을 갖고 있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미국의 태도를 두고 “미국은 전혀 실현 불가능한 방법에 대해서만 머리를 굴리고 회담장에 찾아왔다”며 “우리를 마주하고 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준비가 안 되어 있었으며 똑똑한 방향과 방법론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러한 궁리로는 백 번, 천 번 우리와 다시 마주앉는다 해도 우리를 까딱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며 저들의 리속을 하나도 챙길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 영어판 원고의 2800개가 넘는 단어 중 ‘비핵화’가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며, 셋째로 김 위원장은 군축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북한 ‘핵무장력의 급속한 발전 현실’에 미국이 본토안전에 두려움을 느끼고 회담에 나온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이 국내 사기 진작을 위한 시도로 볼 수 있지만 그가 핵무기 포기를 준비하고 있다면 할 만한 말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는 강력한 군력에 의해서만 평화가 보장된다는 철리를 항상 명심하고 자위의 원칙을 확고히 견지하며 나라의 방위력을 계속 튼튼히 다져야 한다”는 발언은 김 위원장이 이전에 내렸던 ‘핵무기 대량 생산’ 지시를 암시한다며 미국이 김 위원장에게 시간 끌기를 허용한 데 대해 주요 위험을 안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넷째 김 위원장은 제재 하에서의 힘든 시기를 대비하고 있다고 봤다. 국제적 제재가 북한의 경제를 쥐어짜고 있는 가운데 김 위원장에게 ‘기다리는 것’이 위험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제재에 저항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김 위원장이 “앞으로도 동풍이 불어오든 서풍이 불어오든 그 어떤 도전과 난관이 앞을 막아서든 우리 국가와 인민의 근본이익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티끌만한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그가 최근 권력 집단의 세대교체를 단행했다고 전했다.

다섯째 김 위원장의 전략으로 한국에 대한 압박을 들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한국에 대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꼬집으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고했다고 설명했다.



조은희 기자 news@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