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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회담 실패 아냐…北, 원하는 걸 단번에 얻지 못하는 상황 파악”

등록 2019-04-23 13:56:21 | 수정 2019-04-24 11:12:51

아산플래넘 참석한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미 국무부 부장관 기자회견서 밝혀
“한미 관계 희생하지 않으면서 한반도 긴장 완화 모멘텀 유지해야”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견해를 밝혔다. (뉴스한국)
“북한이 하노이에서 배운 게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들이 기대했던 바대로 단번에 원하는 걸 주지 않으며 진지하게 단계별로 협상에 임해야 하는 상황을 파악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하노이 회담은 실패가 아니라고 본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 국무부 부장관을 역임한 제임스 스타인버그가 23일 오후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 비핵화 협상 과정을 분석하며 이 같이 말했다. 스타인버그 전 부장관은 이날 아산정책연구원이 호텔에서 주최한 ‘아산플래넘 2019’ 기조연설을 한 후 기자들과 만났다.

스타인버그 전 부장관은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어떻게 새로운 논의 지점(모멘텀)을 만들어야 하는지 비밀의 정답을 아는 사람이 있다면 들어보고 싶다”며, “지금까지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다양한 진전을 이뤘지만 관건은 북한이 비핵화에 얼마나 진지한 태도인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트럼프 정부에 기대하는 바는 클린턴‧부시‧오바마 때처럼 까다롭고 세밀한 협의를 통해 합의를 끌어내는 게 아니라 원 샷으로 한 번에 통 크게 합의할 수 있는 방법을 원했던 것 같다”며, “북한이 하노이 회담에서 배운 게 있다면 트럼프가 자기들의 요구를 다 들어줄 의도가 없다는 사실과 실질적으로 단계를 밟아나가는 하드 워크가 남았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하노이 회담은 실패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스타인버그 전 부장관은 “하나의 과정(프로세스)으로 단칼에 완벽한 비핵화를 이룰 수 없다면 중간 과정으로 북한이 유의미한 감축 시도를 보여줘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미국이 핵 시설) 사찰이나 검증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기까지 단계별로 쪼개서 검증할 필요가 있다”며, 이 검증은 구체적이고 유의미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냐하면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를 말하지만 이와 동시에 농축한 플루토늄을 분산해서 옮기는 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특정 시설의 핵 폐기를 말할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계획하며 연대하는 움직임은 핵협상 탁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빠지지 않도록 하려는 일종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스타인버그 전 부장관은 “이런 행보는 전혀 놀랍지 않다. 미국이 비핵화 협상장에서 떠나지 않도록 하고 미국 제재의 돌파구를 찾아보려는 시도라고 본다”며, “하노이 회담을 성공하지 못한 상황에서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할 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에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미국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려 한다고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김 위원장의 행보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스타인버그 전 부장관은 “어찌 보면 이런 일련의 행위가 가치 있는 노력이다. 비핵화 과정에서 ‘진전해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미 관계 악화 국면에 몰린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도 김 위원장과 연대가 러시아에 위안을 준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스타인버그 전 부장관은 “푸틴 대통령은 지금 상황을 비틀기 보다는 북한 문제에 러시아가 영향을 미친다고 과시하는 정도다. 이를테면 동아시아에서 러시아가 국제관계의 한 축으로서 영향력이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러시아를 간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기조연설에서 스타인버그 전 부장관은 “북한의 즉각적 비핵화는 당분간 어렵겠지만 한국의 지도자들은 궁극적으로 비핵화가 핵심 목표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면서도 “남북 간 긴장 완화도 중요하지만 한미 안보 동맹이 가져오는 안정화 역할과 동맹이 종이 서명에 불과한 게 아니라는 사실, 반드시 군사적 신뢰에 기초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첫 번째 선택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따른 위험을 조심스럽게 다루는 동시에 강력한 한미 관계를 희생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지점(모멘텀)을 유지하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