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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올해 하반기 김정은 전략…비밀 핵시설 공개하고 제재 해제 시도”

등록 2019-04-24 18:10:05 | 수정 2019-04-24 19:12:15

“북한이 10년 동안 핵무기 보유한다면 주한미군 철수 여부 두고 미국 전략적 선택할 것”
24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서 아산정책연구원 주최 '아산플래넘 2019' 열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아산정책연구원 주최 '아산플래넘 2019' 전체 회의에 참석했다. (뉴스한국)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성과 없이 끝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두 단계의 전략을 추구한다고 전망했다. 하노이 회담으로 흔들린 지도자 이미지를 단단하게 구축하고 새로운 협상을 시도한다는 분석이다.

태 전 공사는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아산정책연구원 주최 ‘아산플래넘 2019’ 전체 회의에 참석해 이 같이 밝혔다. 연구원은 태 전 공사의 참석 소식을 비공개로 유지하다 회의 시작 직전에 기자들에게 알렸다.

‘아산플래넘 2019’ 전체 일정 중 마지막 순서인 ‘CVID 또는 평화적 공존?’을 주제로 한 회의에서 태 공사는 “북한 언론에서 하노이 회담 이후 최고 지도자가 항상 승리한다는 이미지를 더 이상 볼 수 없다. 30년 동안 북한이 상당히 크게 타격을 받은 협상”이라고 평가하며 발제를 시작했다. 올해 2월 27~28일 사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협상 탁자에 올리고 미국에게 2016년 이후 설정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5가지의 해제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핵시설 폐기로는 충분하지 않고 경제 제재를 전면적 해제할 수 없다며 협상을 거부했다.

태 전 공사는 “하노이 회담 이후 김 의원장의 전략은 두 단계다.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하는 첫 단계에서 흔들림 없는 지도자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경제 지원을 받아 경제 제재에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는 이유는 식량 원조를 받고 러시아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계속 남을 수 있도록 논의해야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 이전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평양으로 초대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남한 및 미국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데 관심을 표명하고 새로운 협상안을 제시한다는 게 태 전 공사의 설명이다. 그는 “숨겨놓은 핵시설을 공개하고 동시에 유엔 경제 제재를 부분적으로 해제하는 걸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 대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숨겨놓은 핵시설’이 핵협상 탁자 위로 올라올 가능성을 상정한 이유는 하노이 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했을 때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1부상 모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 역시 이달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 연설에서 이와 관련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새로운 협상을 시도할 것이고 작은 거래라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다면, 북한 내에서 김 위원장의 입장은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한의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을 유예하고 핵프로그램이 중동으로 흘러가는 걸 막음으로써 북한이 미국을 위협하지 않도록 저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 대화에는 다소 회의적인 평가와 전망을 내놨다. 북한과 미국을 중재하는 문재인 정부가 실용적이지 않은 약속을 내놨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해 9월 평양 선언문을 보면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완전히 폐쇄하면 한국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한다고 밝혔지만 과연 한국 정부가 미국을 대신해서 북한에 그런 약속을 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하노이에 갔을 때는 영변 폐쇄를 대가로 최소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 있다고 예상했는데 그게 잘못이었다”며, “중재를 하든 뭘 하든 간에 한국 정부는 좀 더 실용적일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가 김 위원장에게 약속을 하더라도 그 약속을 지킬 수 없다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북러 정상회담이 당장 내일로 다가온 가운데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많은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젊은 지도자인 김 위원장이 앞으로 30~40년 동안 정권을 잡으려면 정당성이 중요하다. 내부적으로 힘을 키우는 방법은 대외적으로 이 지역 주요 행위자들과 동급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이미 시 주석‧트럼프 대통령‧문 대통령과 만났으니 다른 주요 지도자를 만날 때가, 푸틴 대통령을 만날 때가 됐다”며, “다음에 만날 사람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다. 그런 만큼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에게 무엇을 얻어내든 푸틴 대통령을 만나는 자체가 혜택이고 이득”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로 떠나는 김 위원장에게는 쇼핑 목록이 들려 있다고 말했다. 6~7월 사이 식량 수급이 가장 나쁜 북한의 상황을 고려하면 인도적 식량 지원을 받아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태 전 공사는 북한의 요구대로 한반도에서 주한 미군이 철수하는 시나리오가 전혀 실현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10년 동안 보유한다면 미국은 주한미군을 철수할지 주둔할지 결정할 것”이라며, “역사는 반복한다. 중국이 수소폭탄을 만들었을 때 미국은 닉슨 독트린을 만들었고 아시아 문제는 아시아가 해결하라며 베트남과 대만에서 철수했다”고 말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