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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악습, 그럼에도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등록 2019-04-25 17:43:16 | 수정 2019-04-25 17:47:24

이소영 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 이사장. (예술의전당 제공=뉴시스)
“예술계에도 자정이 필요합니다. 오페라계는 구태를 털어내고, 악습을 버려야 하죠. 그야말로 자정이 필요한 때입니다.”

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 제7대 이사장인 이소영(53) 솔오페라단 단장은 25일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2019년 제10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소개를 앞두고 다짐부터 했다.

1948년 1월 16일 명동 시공관에서 오페라 ‘춘희’(라 트라비아타)가 공연한 이래 한국오페라 역사가 70년을 넘겼고, 2010년 시작된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총 183회 공연·누적관객 23만 명을 기록하고 있지만, 오페라계의 그늘은 여전히 공존하기 때문이다.

최근 오페라계에 종사하고 있는 성악가 중 일부가 올해 최저시급 835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열정페이’를 받는다는 사실이 새삼 부각되면서 곪은 구석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을 후원하는 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 이사장으로 올해 초 선출된 이 이사장은 “작품을 만들 때 정부로부터 기금을 받든, 오페라단이 자비로 부담을 하든 표준계약서 사용을 권고하겠다”고 강조했다.

“권고를 해서 실행하지 않는 단체는, 예를 들어 몇 년 이상 페널티를 줄 것”이라면서 “올해 페스티벌이 끝나고 나면 공연에 대한 평가를 해서 사용 여부를 가려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예술은, 오페라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에요. 성악가만 있다고 스태프만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죠. 상생의 관계를 통해 윈윈 할 수 있도록 잘못된 관행은 고쳐나갈 겁니다. 8월에 평가할 때 (표준계약서 사용) 이행 여부를 항목에 집어넣기로 했어요”라고 했다.

항상 불황이라는 한국 오페라계의 제작 환경은 전형적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다. 전용 오페라 극장이 없는 것은 물론 오페라단마다 오케스트라, 합창단 등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매번 섭외해야 하니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공연기간도 짧아 관객이 많이 들지 않는다. 문턱이 높다는 인식에다가 관객층도 넓지 않다.

이 이사장도 “선배님들이 재정난에 시달리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과로사나 급사를 하셨다는 안 좋은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저것이 나의 미래가 되지 않을까 두려웠다”고 털어놓았다.

오페라 관련 유일한 국립 단체로, 오페라계 모든 관행에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 국립오페라단의 윤호근 예술감독 겸 단장은 “오페라계가 부족한 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아요. 자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오페라계의 미래가 어두운 것만은 아니라고 긍정했다. 이 이사장은 “다행히 오페라 환경이 좋아지고 투명해지고 있다”면서 “언제까지나 부정하거나 잘못된 관습은 남아 있지 않을 겁니다”라고 짚었다.

또 “단체가 인터넷 등을 통해 마케팅만 잘하면 관객들이 손쉽게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면서 “(1인 국민총소득) 3만 달러 시대가 도래하면서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표준계약서를 권고하고, 모범적으로 잘하고 있는 오페라단들도 많으니 긍지와 자긍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분들을 격려해 달라”고 청하기도 했다.

윤호근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겸 단장. (예술의전당 제공=뉴시스)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조직위원회와 예술의전당이 공동 개최하는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은 오페라인들의 자긍심을 살리고 관객으로부터 격려를 받는 자리이기도 하다.

2010년 시작된 이 축전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의 후원으로 국내 오페라단의 발전을 위해 민간 오페라단의 참여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6개 단체가 참여해 5월 17일부터 6월 9일까지 예술의전당 일대에서 펼쳐진다.

글로리아오페라단의 ‘사랑의 묘약’(5월 17~1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이 개막작이다. 작곡가 도니제티의 대표작으로, 서정적 아리아 ‘남몰래 흘리는 눈물’ 등으로 유명하다.

호남오페라단의 ‘달하, 비취시오라’(5월 24~26일 오페라극장)는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가요 ‘정읍사’를 토대로 한 창작오페라다.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된 여인의 애절한 사연을 오페라로 옮겼다.

노블아트오페라단은 푸치니 걸작 ‘나비부인’(5월 31일~6월 2일 오페라극장), 더뮤즈오페라단은 조선 후기 판소리 ‘배비장 타령’을 오페라로 옮긴 ‘배비장전’(5월 24~26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선이오페라앙상블은 모차르트의 작품을 현대판 로맨틱 코미디로 재탄생시킨 ‘코지 판 투테-여자는 다 그래’(5월 31일~6월 2일 자유소극장)를 선보인다.

국립오페라단은 ‘바그너 갈라’(6월 8~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를 공연한다.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시리즈 네 작품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발퀴레’ 1막과 바그너 최후의 고백으로 일컬어지는 ‘파르지팔’ 3막을 엮는다. 세계적인 베이스 연광철이 출연해 눈길을 끈다.

윤호근 감독은 “바그너 공연을 위해 얼마나 많은 오케스트라 단원이 필요한지 관객들이 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연출을 과감하게 포기했어요. 오케스트라를 무대 위로 올립니다. 바그너의 예술세계를 인지할 수 있는 기회”라고 소개했다.

한편에서는 오페라 주관객에게도 어렵게 느껴지는 바그너는 대중과 함께 하는 것을 표방하는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레퍼토리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윤 감독은 “전체적인 레퍼토리의 균형감도 생각해야 했어요”라면서 “물론 관객들의 관심도 중요하지만, 국립오페라단이 국립의 정체성을 가진, 한국을 대표하는 오페라단으로서 예술적으로 깊이가 있고 완성도가 있는 작품도 선보여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소영 이사장도 “민간오페라단은 재원을 구해야 해서 티켓 판매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작품을 고를 수가 없었어요”라면서 “반면 정부 재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립오페라단은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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