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사회

초강력 미세먼지 대책 예고한 반기문, “‘과감’ 넘어 ‘약간 과하다’ 싶은 안 내놔야”

등록 2019-04-29 09:54:51 | 수정 2019-04-29 16:01:34

29일 오전 서울 한국언론진행재단서 국가기후환경회의 출범식 열려
潘, “강하게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비판은 제가 받겠다”

4월 29일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 20층에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출범식이 열렸다. 출범식을 마친 후 반기문 위원장을 포함해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들과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뉴스한국)
“합의에 이르려면 갈등이 일시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갈등이 이익집단 간의 비타협적 대결이나 정치권 경쟁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물과 공기 없이 살아갈 수 없다.(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위원장 반기문‧이하 국가기후환경회의)’가 공식 출범했다.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반 위원장은 ‘초강력’ 미세먼지 대책을 강조했다. 공기질 문제가 심각한 만큼 ‘충격 요법’이라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장한 각오로…”
반 위원장은 이날 출범식 개회사와 마무리 발언, 출범식 후 기자회견에 이르기까지 말 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위기 상황을 경고하며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자연은 우리와 타협하지 않고 인간에게 묻지 않는다. 우리는 자연의 엄정함을 깨닫고 우리가 가는 길을 고칠 게 없는지 살펴야 한다”며,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다양한 요인을 해결하기 위해서 다양한 분야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개인적으로 크고 작은 불편함을 감수할 수도 있고 적지 않은 사회‧경제적 비용을 수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 위원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7년 국가별 연평균 미세먼지(PM 2.5) 수치 조사 결과 회원국 35개 나라 중 한국의 미세먼지가 가장 높은 점을 언급하며 “(미세먼지 대책에 있어) 모든 국민 개개인에게 읍소한다. 이제는 ‘내가 손해다’‧‘우리 산업계가 손해다’‧‘우리 공장이 손해다’ 이런 말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그는 “국가기후환경회의는 국민 개개인과 산업계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되 과감한 걸 넘어 ‘약간 과하다’ 이럴 정도의 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위원 개개인의 이름이 비판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위원회 아니면 반기문 이름으로 비판을 받겠다. 우리가 비장한 각오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너무 강하게 말한 것 같지만 강하게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며, “굳은 각오로 국가기후환경회의에 임해 달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올해 3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만들어진 대통령 직속 기구다. 그달 1일부터 7일까지 무려 7일에 걸쳐 수도권이 초고농도 미세먼지로 뒤덮이는 사태를 겪은 후 바른미래당이 초당적‧범국민적 대처에 필요한 범국가적 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하며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반 위원장을 추전하자 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

국가기후환경위원회 구성원은 반 위원장을 포함해 43명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8명의 정부 인사와 문길주 국무총리실 산하 미세먼지특별위원회 위원장 및 김정욱 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까지 10명이 당연직 위원이고, 정당‧지자체‧산업계‧사회단체‧학계‧종교계‧국제협력 및 시민대표로 32명 위원을 위촉했다. 다만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여야 5당이 각 한 명씩을 추천하도록 요청한 상태지만 국회가 최근 신속처리안건 지정 문제로 혼란한 상황이라 답변을 받지 못해 아직 빈자리다.

“국민 속으로…”
사회 각계가 동참해 논의하고 합의한 정책안을 정부에 제안하는 게 국가기후환경회의의 역할이다. 방점은 ‘사회적 합의’에 있다.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는 미세먼지 계절인 12월~3월 초 사이에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하는 일이다. 이를 마치면 중장기 근본 해법을 논의한다. 반 위원장은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사회적 재난 수준에 이르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 방안을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 도출해 정부에 제안하는 걸 목표로 한다”며 “소수의 관계자나 기득권을 넘어 전 국민과 소통하며 국민의 총의를 모으는 데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5월 중에 구성할 500명 규모의 국민정책참여단은 국가기후환경회의의 가장 큰 특징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250명을 무작위 뽑아 대표성을 확보하고, 참가 신청자 중 250명을 뽑아 국민 참여 폭을 늘릴 예정이다. 국민정책참여단이 미세먼지 해결 의제를 발굴해 논의하면 국가기후환경회의 내 5개 전문위원회가 이 대안을 검토 및 분석한 후 다시 국민참여단에 전달해 안건을 공유하고 발전시킨다. 이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진행해 여론을 수렴하고 오는 6월‧9월에는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렇게 사회적 합의를 거친 후에는 전략기획위원회가 의제를 모아 조정한 후 안건을 상정하고, 국가기후환경회의가 본 위원회를 열어 의제를 최종 심의해 정부에 제안한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 대책을 만든다는 점에서 현재 운영하고 있는 국무총리실 산하 미세먼지 대책 특별위원회와 역할이 겹치는 부분이 있다. 이에 안병옥 운영위원장은 “총리실 산하 위원회는 법정 위원회이고 주 역할은 미세먼지 저감 종합대책을 심의‧조정하는 데 있다”며, “반면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심의‧의결보다는 국민 숙의 과정을 거쳐 총의를 모아 정부에 근본 대책을 제안하고 정부 결정 사안을 각계에 권고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반 위원장은 “국가기후환경회의가 훨씬 더 광범위하고 심층적으로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안을 만들어내겠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만드는 안은 모든 사람들이 고통을 다 같이 감내하는 자세가 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해 달라”고 말했다.

“산업계, 뼈를 깎는 노력…네탓 공방 말아야”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공기를 소비하는 모든 사람이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게 반 위원장의 설명이지만 감내하는 고통의 크기가 같을 수는 없다. 건설‧교통‧운수‧해운 등 산업계가 미세먼지 배출원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당장 강력한 저감조치를 시행하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반 위원장은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도 “감내해야 하는 손실이 많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런 만큼 그는 정부가 정책으로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 위원장은 “이 문제는 국민들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산업체는 스스로 과학 기술을 동원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도, “단기적인 ‘쇼크 테라피(충격 요법)’를 하지 않으면 잡기가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 위원장은 미세먼지 원인으로 중국을 지목하면서도 네 탓 공방을 하기보다는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 상호간에 실질적 이득이 되려면 국내 미세먼지 배출원 감축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며, “4월 초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경험을 공유해 문제 해결 방안을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노영민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독한 축사에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대응, 복합적인 사회적 처방이 필요하다”며, “국민들과 지자체, 학계, 기업까지 사회적 합의를 통해 풀어야 할 문제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미세먼지는 또한 국경이 없다. 이웃나라와 실질적이고 호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며, “과학적 규명을 통해 원인을 찾되 경제적‧기술적 지원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국제협력과 공동대응이 필수”라고 밝혔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