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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공범인가 공권력인가” 여성단체, 김학의‧장자연 사건 진상 규명 촉구

등록 2019-05-22 12:37:27 | 수정 2019-05-22 17:37:34

과거사위 장자연 사건 조사‧심의 결과 강력 규탄
“수사 미진‧압수수색 부실‧자료 누락 지적하면서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22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전국 1043개 여성단체가 '故 장자연 사건·김학의 사건 등 권력층에 의한 반인륜 범죄, 은폐·조작 자행한 검찰 규탄 기자회견'을 했다. (뉴스한국)
전국 1043개 여성 단체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이하 과거사위)’가 20일 발표한 故 장자연 사건 조사‧심의 결과를 강력 규탄했다. 장자연 사건은 물론 현재 김학의 사건을 권력층의 반인륜적 범죄로 규정하고, 검찰이 사건을 은폐‧조작해 진실을 짓뭉갰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검찰의 행태가 여성의 몸을 거래하고 유희 대상으로 삼는 권력형 성폭력 카르텔의 실상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과거사위 발표를 넘어 검찰 스스로 철저한 진상 규명을 하라고 촉구했다.

“과거사위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줬다”
과거사위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 1년 넘게 조사한 내용을 심의해 발표하며, 장 씨 소속사 대표 김종승 씨의 위증 혐의만 재수사하라고 권고했다.

김 씨가 장 씨를 강제추행하고 추가 협박한 행위의 검찰 수사가 미진했고, 장 씨가 문건에서 언급한 ‘조선일보 방 사장’에게 술 접대하고 잠자리를 요구 받은 사실이 있는지 검찰 수사가 부실했고, ‘조선일보 방 사장’과 ‘조선일보 방 사장 아들’이 누구인지 전혀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고, 장 씨 주거지 압수수색이 부실한데다 심지어 압수한 장 씨 휴대전화와 디지털포렌식 결과가 서로 달랐고, 조선일보 관계자들이 수사 무마 외압을 행사한 사실을 확인하고서도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묻지 않았다. 공소시효가 끝났거나 혐의를 확인할 수 없다며 수사를 권고하지도 않았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누군가는 말했다. 검찰은 장자연 사건을 짓뭉개 버린 것이라고. 과거사위는 수사미진‧압수수색 부실‧수사자료 누락이라고 밝히면서 왜 수사 자료가 미진했는지, 왜 수사 자료를 누락했는지, 왜 압수수색이 부실했는지 수사 권고를 하지 않았다”며, “장 씨의 일기나 수첩 등 중요한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수사 권고를 하지 않았다. 잘못은 있지만 자료가 없다는 식”이라고 질타했다.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는 “10년 동안 반복한 의문, 차고 넘치는 증거와 조사단의 결과 보고서에도 불구하고 과거사위는 가해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과거사위는 장 씨가 사망하기 전 남긴 문건을 두고 ‘문건에 기재한 내용은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다만 그 내용 모두가 형사상의 범죄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는데, 정 공동대표는 “이 말이 맞는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정 공동대표는 “수사의 단초는 장자연 문건에서부터 시작했고 장자연 문건과 ‘장자연 리스트’는 별건의 사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문건에 적힌 피해 사실이 범죄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가”라며,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고통스럽게 적은 문건을 통해 우리는 그 진실을 확인해야 한다. 고 장자연 씨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말했다. ‘장자연 문건’은 장 씨가 피해 사례를 서술형으로 기재한 것이고 ‘장자연 리스트’는 특정 이름만 나열했다고 알려진 문건이다. 다만 과거사위는 이 ‘장자연 리스트’를 둘러싸고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차혜령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변호사는 “수사 ‘미진’이 아니라 수사 ‘위법’이다. 검찰은 위법한 수사에 책임을 져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는 “하나의 사건에서 ‘수사 미진’이 이렇게 많이 발생했다면 이는 수사가 미진한 게 아니라 위법하다고 해야 한다”며, “장자연 사건을 수사한 경찰‧검찰 수사관‧검사가 공무원으로서 이행해야 할 직무상 객관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위법한 수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 변호사는 이어 “검찰은 과거사위 심의 결과와는 별개로 이 사건을 조사해야 한다”며, “조현오 당시 경기경찰청장은 최근 관련사건 법정에서 재판장의 위증죄 처벌 위험 경고를 받고도 ‘최대한, 정말 꼭 필요한 수사 기밀을 빼고는 말할 수 있는 것은 다 알려줬다’고 진술했다고 보도됐다. 그렇다면 법정에서 말하지 않은 수사 기밀이 무엇인지 조사해야 한다. 언론 보도에 따라 실명이 거론된 조선일보사 당시 경영기획실장‧사회부장‧경영기획실 직원‧법조팀장, 조선일보사 당시 시경 캡도 조사하고 수사 외압의 실체를 더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검찰의 잘못이 무엇이었는지 자세히 쓴 과거사위 26장의 보도자료를 읽고 비통함과 분노가 터진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그는 “검찰은 김종승(장자연 씨 소속사 사장)을 수사‧기소하면서 김종승을 존재하게 한 사회 고위층 가해자들 하나하나 수사‧기소했어야 하지만 그의 진술을 근거로 하나하나 빼주었다”며, “검찰은 공범인가 공권력인가”라고 물었다.

“검찰은 피해 여성의 진술을 흔들고 공소시효가 살아있는 사건을 덮어버리기 바빴다”
과거사위 심의 결과를 ‘참으로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일’이라고 평가한 이찬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김학의 사건 역시 이런 결과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고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이 집행위원장은 대검찰청 진상조사단과 검찰 특별수사단이 김학의 사건을 조사‧수사하고 있지만 과거 검찰 수사 과정의 수사권 오‧남용 의혹을 규명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수십 건의 성폭력 피해 진술을 하고 고소를 한 피해 여성의 2006년 7월~2008년 2월까지의 성폭력 피해 사건 중 대부분은 공소시효가 완성되었고 몇 건의 강간치상 등 혐의 건만 공소제기 가능성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과거 수사진의 잘못에 대하여 제대로 된 조사 및 수사를 진행했다는 소식도 전해지지 않고 있다”며, “이로써 2006년 7월경부터 2011년까지 자행한 의혹이 있는 다수 여성을 상대로 한 성폭력 피해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 과거 검찰 등 수사기관의 사건 은폐 축소 의혹은 다시 어둠 속에 묻힐 태세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김학의‧윤중천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3명의 증언이 나왔다. 한 명은 언론 보도에 부담을 느껴 발언문을 보내왔고 두 명은 직접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조재연 한국여성의전화 인권문화국 국장이 대독한 증언문에서 A씨는 2008년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밝혔다. 다른 피해자의 권유로 2013년에 피해 사실을 밝혔다는 그는 “2013년 9월 11일 검찰청 진술 녹화실에서 검사들은 저에게 ‘대가성 성관계’ 프레임을 씌워서 질문을 했다. 부당한 조사에 항의했지만 그들은 큰소리를 내고 종의를 거칠게 넘기며 저를 몰아세웠다. 단 한 번의 조사 이후 그들은 김학의‧윤중천의 모든 피의 사실을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했다”고 말했다.

A씨는 “2013년 저를 조사했던 검사들이 지금도 고위직에 근무한다. 저는 지금도 두렵다. 김학의와 그때 저를 죄인처럼 몰아세웠던 검사들이 또 다시 저를 무너지게 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매일 신경과 약을 복용해야만 견딜 수 있다”며, “더 이상 권력 앞에 진실이 왜곡하지 않도록 묻히지 않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김 전 차관은 최근 A씨를 무고죄로 고소한 상태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기자회견장에 직접 나온 B씨는 “힘없는 제가 기댈 곳은 공권력밖에 없다”며 “악행이 더 이상 일어나지 못하도록 엄히 벌을 받게 해 달라”고 말했다.

얼굴을 가린 채 마이크를 잡은 C씨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진술이 가장 중요한데 당시 검찰은 피해 여성들의 진술을 흔들고 참고인들이 하지 않은 진술 등으로 진술조서를 꾸몄다. 당시 공소시효가 살아있는 사건들을 덮어버리기 바빴다”고 주장했다. 그는 “1차 조사에선 제 피해사실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아 담당 검사에게 사건을 진술하며 가해자 처벌을 원한다고 했고, 2차 조사 때 (검사는) 범죄사실 조사 없이 동영상에 나오는 행위를 해보라고 지시했다”며, “왜 피해 조사를 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윤중천과 김학의가 저를 모른다고 하는데 무슨 조사를 하느냐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김혜정 부소장은 “부실 수사 검사들을 징계‧파면하기 바란다. 성폭력 범죄자들을 반드시 기소하기 바란다. 끝까지 재판에서 처벌해내기 바란다”면서도 “그래도 대한민국 검찰이 저지른 잘못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은 ‘여성폭력 동조‧성범죄 묵인’한 공권력의 부패”
한솔 불꽃페미액션 활동가는 故 장자연 사건과 김학의 사건·버닝썬 사건이 ‘여성폭력에 동조하고 성범죄를 묵인하는 공권력 부패’ 공통 선상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권도 검찰과 경찰 구성원들도 바뀌었지만 여성 폭력 핵심 가해자들이 구속됐다가 풀려나는 패턴은 바뀌지 않았으며 성범죄 공모 권력은 여전히 견고하다”고 지적하며, “여성폭력에 동조하고 성범죄를 은폐하는 공권력과 함께한다면 국가는 결코 정의로울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를 설치한다면 성범죄 공모 권력을 처단하도록 구성해야 하고, 장자연 사건‧김학의 사건‧버닝썬 사건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개혁의 시작으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수경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국장은 “우리는 작금의 현실을 국가 재난 상황이라고 규정한다”며, “여성들이 일부 남성들과 권력자들에 의해 디지털 공간에서 일하는 곳에서 원치 않는 방식으로 몸이 거래되고 강간과 폭력의 대상이 되는 지금이 재난 상황이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검찰은 물론 국가 권력과 사회 모든 체계의 구성원들 역시 국가 재난 상황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문하며, “일부 남성 권력의 폭력을 묵인하고 은폐한다면 여성들은 일터에서 학교에서 사회 곳곳에서 폭력에 더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