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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정 “옥조 같은 소리, 대신 무대·의상은 모던”

등록 2019-05-27 17:46:16 | 수정 2019-05-27 17:49:17

국립창극단 신임 예술감독
창극 심청가에서 ‘플레잉코치’

유수정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국립극장 제공=뉴시스)
“특별할 것 없어요. 직책만 감독이지 단원들하고 똑같습니다. 스스럼없이 공연을 이끌어가고 싶어요.”

지난달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유수정(59) 명창은 플레잉 코치다. 국립창극단이 6월 5~16일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재연하는 창극 ‘심청가’(대본·연출 손진책)에서 감독으로 단원들을 지도하는 동시에 무대에도 오른다.

유 감독은 가야금 명인 유대봉(1927~1974)의 딸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다.

요즘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인 ‘실기인’, 즉 교수나 학자가 아닌 현장 소리꾼을 자처하는 유 감독은 “연출이 원하고, 관객이 원하면 언제든지 무대에서 뛸 마음이 있다”며 웃었다.

연출자가 ‘이제 감독이 됐는데 작은 역을 하시겠어요?’라고 물어도 고개를 가로젓는다. “작은 역, 큰 역이 따로 어디 있어요? 도움이 된다면 상관이 없습니다. 창극단 감독직이 대통령 자리도 아니고. 저를 무대 위에서 필요로 한다면 감사한 마음뿐이지요.”

이번 ‘심청가’의 작창을 맡은 안숙선(70) 명창과 함께 도창을 번갈아 맡는다. 국립창극단에서 플레잉 코치의 원조는 안 명창이다. 과거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으로 재직 당시, 감독직을 맡으면서 무대에도 올랐다.

안 명창과 유 감독은 김소희(1917~1995)의 제자다. 유 감독에게 안 명창은 선배이자 스승이자 멘토다. 김소희 밑에서 동문수학을 한 선후배 사이였는데 스승이 세상을 떠나고, 선배를 스승님으로 모셨다.

유 감독은 여전히 안 명창을 깍듯이 대한다. 안 명창이 국립창극단에 오는 날이면 버선발로 맞이한다. “안 선생님이 무대에 오르는 날은 친정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낀다”며 즐거워했다.

국립창극단은 국립극장 전속 단체들 중 간판이다. 김성녀(69) 전임 감독이 7년 간 창극단을 이끌며, 드라마가 강한 창극으로 외연을 확장했다. 고루하다는 편견을 깨며 10, 20대 관객도 불러들였다. 민은경(37), 이소연(35), 김준수(28), 유태평양(27) 같은 스타 소리꾼이 탄생했고, 단원들의 연기력도 일취월장했다.

지난해 ‘심청가’를 공연하는 유수정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국립극장 제공=뉴시스)
유 감독은 이런 흐름을 잘 이어 받아가면서 ‘전통의 진한 오리지널’을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바랐다. 이번에 공연하는 ‘심청가’가 보기다. 완창으로 공연하면 5~6시간이 소요되는데, 좋은 소리와 장면을 골라 2시간 30분으로 압축했다. “정말 옥조 같은 소리를 다 넣었어요. 대신 무대, 의상은 이 시대에 맞게 모던하죠.”

이번 ‘심청가’에서 어린 심청과 황후 심청을 민은경과 이소연이 나눠 맡는다. 젊은 시절 유 감독도 심청, 춘향을 도맡았다. 열여섯 살에 명동 시절 국립극장에서 창극 ‘춘향전’을 보며 소리꾼의 꿈을 키웠다.

1987년 특채로 국립창극단에 입단한 유 감독은 1988년 서울올림픽 문화예술축전 하나로 펼쳐진 창극 ‘춘향전’에서 당대 톱 소리꾼인 안 명창과 함께 춘향 역에 더블 캐스팅, 큰 주목을 받았다. 유 감독은 “당시 발도 못 떼는 아이였어요. 노래도 ‘삐약삐약’ 거릴 때”라고 돌아봤다. “이제야 무대 위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보인다”고 한다.

음식을 짬 날 때마다 조금씩 먹는 것을 ‘쪼잠쪼잠’, 빈 객석을 ‘다 따먹은 장기판’이라고 비유하는 등 전통의 말맛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유 감독은 임기 내에 ‘완판 창극’을 하고 싶다고 바랐다.

판소리는 본래 5시간 내외다. 국립극장은 ‘완창판소리’ 무대를 통해 이런 판소리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창극은 서양의 연극, 음악회 등의 길이에 맞춰 두 시간 안팎으로 압축한 것이다.

국립극장은 1998년부터 4년 동안 ‘완판창극’을 통해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흥부가’ 등을 완창으로 선보였다. 다섯 마당 중 ‘적벽가’만 하지 못했다. 당시 긴 러닝타임에도 티켓이 ‘완판’(매진), 공연계에서 크게 주목 받았다. 유 감독은 “지금 관객들 입맛에 맞추면서도 전통을 훼손하지 않은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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