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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모든 국가는 기후 전쟁 중…매일 원자폭탄 40만 개 폭발”

등록 2019-05-29 14:43:50 | 수정 2019-05-29 22:56:40

오재호 부경대 명예교수, “대신 싸울 어벤져스는 없어…삶의 형태 바꿔야”

국회기후변화포럼 연구위원인 오재호 부경대학교 명예교수가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심각해지는 기후재앙 폭염, 어떻게 극복하나'라는 제목의 정책 심포지엄에서 '심각한 기후재앙, 폭염 현황과 전망'을 발제했다. (뉴스한국)
많은 사람이 모르고 있지만 지구촌은 지금 혹독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전 세계 200여 개 국가가 전쟁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싸움의 상대는 기후, 우리는 지금 기후전쟁을 하고 있다.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심각해지는 기후재앙 폭염, 어떻게 극복하나’ 정책 심포지엄에서 발제를 맡은 오재호 부경대학교 명예교수는 지금 인류가 처한 현실을 ‘전쟁’이라고 설명했다. 폭염으로 죽거나 다치는 일상에서 많은 사람이 생사의 갈림길을 오가고 있다.

오 교수에 따르면 최근 미국 국립 기후데이터센터는 2019년 여름이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 10위 안에 들 가능성을 100%라고 봤다. 5위 안에 들 가능성은 99.7%, 2~4위 안에 들 가능성은 95%다. 최근 우리 기상청은 올해 여름이 지난해 폭염처럼 심각하게 덥지 않을 전망이라고 예보했지만 나라 밖에서는 이미 올 여름이 지난해에 버금간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후전쟁이 벌어지는 현장 상황을 고려하면 이런 전망이 과하지 않다. 오 교수는 “지구에 축적한 온실가스 에너지는 전 세계 76억 명이 각각 20개의 전기주전자로 바닷물을 끓이는 것과 같다”며,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원자폭탄으로 환산하니 매일 40만 개가 터지는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지구가 정상이기를 바라는 건 기대 난망”이라고 꼬집었다.

기후변화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위기감이 들면서 국제사회는 종종 모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자고 약속했지만 이 전략은 통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온난화가 멈추거나 속도가 완만해진 증거는 없다. 오히려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지구의 온도조절장치로 불리는 극지방의 기온이 올라 영구동토층이 녹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고생대 동물 사체가 부패하며 발생한 메탄가스가 동토에 갇혀 있다가 올라오는데,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 보다 20배 이상의 강력한 온실 효과를 보인다. 사실상 시한폭탄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IPCC(유엔 산하 정부 협의체)를 통한 정치적인 전략으로 기후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오 교수는 “그린란드가 1980년대보다 6배나 빨리 녹고 있다. 많은 과학자들은 이제 기후전쟁에서 패전의 소식이 점차 들려온다고 말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은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50ppm을 넘으면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섭씨 2도 이상 상승한다고 본다. 1993년 357ppm 이었던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최근 405ppm으로 치솟았다. 경계치에 임박했다. 지난해 배출한 이산화탄소 양은 역대 최대 규모였다. 오 교수는 “기후와 싸우고 있지만 12년 후에는 전쟁을 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항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왜 전쟁에서 질 수밖에 없을까. 많은 사람들이 지구를 살리기 위해 변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누가 삶의 형태를 바꿀지는 말하지 않는다. 우리가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오 교수는 “우리를 대신해서 싸워줄 어벤져스는 없다”고 말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인류가 지향하는 삶의 방향이 점점 스마트 시대로 넘어가면서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쪽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기후변화를 말할 때는 이산화탄소를 줄여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스마트시티를 논할 때는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걸 전제로 한다.

대구 낮 최고기온이 섭씨 32.7도까지 오르는 등 기상청이 폭염주의보를 내린 23일 오후 대구 동구 신암동 동대구역 앞 대로에 지열로 인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뉴시스)
실천하지 않는 한 남은 결과는 하나다. 인간이 어떻게 패배하느냐다. 더위가 극에 달하면 질병관리본부에서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의 숫자를 발표하는데 사실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정해관 성균관대 교수는 “인체는 상당히 복잡한 체계라 아주 미세한 온도 변화에도 항상성을 유지하려 많은 일을 한다. 그러다보니 밖의 온도 변화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항상성을 유지하려 하지만 실패하면 사망한다”고 말한다. 폭염 후 부고가 늘어나는 건 항상성 유지해 실패하면서 초과 사망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온도가 섭씨 30도에서 섭씨 35도로 올라가면 사망자 수가 치솟고, 노인 사망률이 훨씬 높아진다”고 말한다. 그는 “폭염은 화석연료를 무제한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발생하고 미세먼지 문제와 뿌리가 같다”며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노령화 문제와 겹칠 때 거대한 쓰나미로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폭염에 생존한다고 해도 막대한 건강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고 현재와 같은 상태로 계속 배출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2050년까지 폭염 등으로 누적하는 건강비용은 101조 4000억 원이다. 2020년까지는 16조 2000억 원, 2030년까지는 38조 3000억 원이 쌓인다. 만약 온실가스 저감정책을 실행한다고 가정하면 2020년까지 13조 7000억 원, 2030년까지는 30조 2000억 원, 2050년까지는 62조 9000억 원의 누적 건강비용이 발생한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국회기후변화포럼의 대표의원인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는 지난해 기상관측 사상 111년 만의 가장 극심한 폭염을 경험했다. 폭염 일수가 31일을 넘었고 서울 최고기온이 섭씨 39.6도를 기록할 정도로 최악의 폭염에 전 국민이 고통을 겪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 우리 스스로와 주변 환경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까.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재앙에서 쓰러질 수밖에 없고, 끊임없이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으면 변화는 없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채여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요자를 중심으로 맞춤형 폭염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폭염 영향은 기상사회‧경제‧환경적 요인의 복합 함수”라며, “지역별‧장소별‧직업별로 대응 방안을 실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무더위 쉼터 숫자를 늘리는 식의 공급자 중심의 대책에서 벗어나 경로당에 갈 수 없는 고령자와 만성질환자 또는 밤에도 실내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쪽방촌에 사는 사람들에게 맞춤형 방안을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