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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확전하나…中, 韓 IT 기업 불러 경고

등록 2019-06-10 10:55:12 | 수정 2019-06-10 15:19:41

“미국의 대중 제재에 협조하면 끔찍한 결과에 직면할 수 있다”

참고사진, 중국 화웨이가 올해 5월 30일 서울 중구 한국 지사에 미중 갈등으로 개소식 연기 가능성도 점쳐졌던 5G 오픈 랩의 문을 열었다. 사진은 이날 오후 화웨이코리아 사무실 모습. (뉴시스)
신 냉전으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확전할 가능성이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거대한 통신장비업체 기업 화웨이를 거래제한기업으로 지정한 가운데 중국이 세계적인 정보통신(IT) 기술 기업들을 불러 트럼프 행정부의 편에 서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경고했다. 미국과 중국에 경제의 40% 이상을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미국이냐 중국이냐’ 골라야 하는 절대 만나고 싶지 않은 질문과 정면으로 마주했다.

8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은 중국 당국이 4~5일 삼성전자‧SK 하이닉스를 비롯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델, 영국 반도체 설계 업체 암 등의 기업관계자들을 불렀다고 보도했다. 당시 회동은 중국 중앙경제 기획을 담당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주도했고 상무부와 산업정보기술부 소속 직원들도 참여했다. 이를 두고 NYT는 “3개 기관이 회동에 참석했다는 건 최고위층이 승인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당시 회동을 잘 아는 취재원의 말을 인용해 ‘회동에서 중국은 상대 기업들이 화웨이를 지지하도록 만들려고 했다고 봤다’고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이 기업들에게 “중국 당국은 세계 최대 기술 회사들을 불러 ‘미국 무역 제한에 너무 노골적으로 반응한다면 파장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회동 참가 기업들은 당시 중국 당국이 어떤 말을 했는지 여기에 어떤 대답을 내놨는지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NYT에 따르면, 미국 시애틀에 있는 도미닉 카 마이크로소프트 대변인은 “무엇도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필 휴즈 암 대표와 데이비드 파머 델 대변인 역시 회동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회동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한 NYT에 따르면, 미중 간 무역관계가 붕괴할 경우 중국 내 주요 기업들이 불확실성을 피하려 다른 곳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중국이 회동을 통해 중국에서 생산시설을 철수하려는 움직임에 각별한 우려를 보였다. 회동 당시 중국 관리들은 “표준 다변화를 넘어서 생산을 철수하려는 어떠한 움직임도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경고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NYT는 미중 무역전쟁을 가리켜 “두 강대국이 상대를 겨냥하는 경제 무기를 고안하는 모습으로 보인다”며, “앙숙인 두 나라의 무역관계가 깨질 위기에 처했으며 이 두 강대국은 경제적 영향력을 높이고 핵심 기술과 자원에서 우위를 점하려 새로운 지정학적 망령을 불러일으킨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화웨이가 중국을 대신해 무역 비밀을 훔치거나 감시 활동을 한다고 비난하며 거래 제한 행정명령을 내렸고 미국 상무부가 블랙리스트에 화웨이를 올렸다. 이에 중국은 ‘불신 명단’을 만든다고 발표하며 화웨이를 차단한 트럼프 행정부에 반격을 시작했다. 회동은 ‘불신 명단’ 발표가 있은 직후에 이뤄졌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