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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극과 극, 150억 ‘기생충’과 540억 ‘아스달연대기’

등록 2019-06-10 17:34:40 | 수정 2019-06-10 17:39:34

연예계 양대 화제작인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과 tvN 주말극 ‘아스달 연대기’의 평이 엇갈리고 있다.

‘기생충’은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았다. 표준근로계약까지 지키며 제작한 사실이 알려져 더욱 주목 받았다.

‘아스달 연대기’는 제작비 540억 원이 들어갔지만, 스태프들의 열악한 처우로 비난을 샀다. 톱스타 송중기(34)와 장동건(47)의 만남만으로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기생충’과는 연출부터 연기, 스태프 근무환경까지 확연히 차이가 났다.

봉준호(왼쪽), 김원석(뉴시스, tvN 제공=뉴시스)
◇봉준호 vs 김원석

봉준호(50) 감독의 디테일은 따라갈 자가 없다. 이번 영화에서도 ‘역시 봉테일’(봉준호 디테일)이라는 극찬이 쏟아졌다.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박 사장’(이선균)네 고액 과외선생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블랙코미디로 빈부격차 문제를 짚어 ‘영화제 수상작은 재미없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깼다. 기존의 영화·드라마와 달리 탐욕스럽고 갑질을 일삼는 존재로 부유층을 묘사하지 않은 점도 차별화됐다. ‘부자가 착하기까지 하다’, ‘부자니까 착한 것이다’라는 대사가 나오는 까닭이다. 봉 감독은 꼼꼼한 디렉팅과 연기 시범은 물론, 기택네 반지하방 빛 한 줄기, 실제 집 같은 기택·박사장네 세트까지 하나하나 신경쓰며 섬세함을 자랑했다. 칸영화제 심사위원장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56)이 “어떻게 이런 완벽한 집을 골랐느냐”고 물을 정도였다.

김원석(41) PD도 봉 감독 못지않다. 그 동안 ‘미생’(2014), ‘시그널’(2016), ‘나의 아저씨’(2018)에서 섬세하고 현실적인 연출로 호평 받았다. 하지만 ‘아스달 연대기’는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하였다.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시즌1~8(2011~2019)과 영화 ‘아바타’(감독 제임스 캐머런·2009) 등을 적절히 섞은 듯한 모양새다. 늘어지는 스토리와 어설픈 CG, 청동기 시대 배경과 맞지 않는 소품과 의상 등이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떨어트렸다. 김 PD가 주로 현대극에서 소시민들의 삶을 그린 만큼, ‘역량 부족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많다. ‘영화는 감독,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라는 말처럼 김영현(53)·박상연(47) 작가의 정체성 없는 기획이 가장 큰 문제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보통 드라마는 A, B팀으로 나뉘어 촬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김 PD는 B팀 없이 연출했다. 디테일하게 찍기로 유명해 함께 작업한 배우들은 ‘영화 촬영장 같다’고 한다”면서도 “‘아스달 연대기’는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9개월여 간 사전 제작됐지만, 촬영을 모두 마치지 못한 상태다. 파트3 방송을 하반기로 미룬 것도 이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송강호(왼쪽), 송중기(뉴시스, tvN 제공=뉴시스)
◇송강호 vs 송중기

‘기생충’은 배우들의 연기도 흠잡을 구석이 없다. 송강호(52)를 비롯한 연기자들은 부자와 빈자의 간극을 복잡 미묘하게 표현했다. 영화에서 계급을 드러내는 가장 주요한 장치는 냄새다. 극중 송강호는 섬세한 표정 연기로 실제로 냄새가 나는 것처럼 캐릭터를 생생하게 그렸다. ‘칸영화제에서 유력한 남우주연상 후보였다’는 사실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특히 ‘기택’의 아들, 딸로 분한 최우식(29)과 박소담(28)의 생활연기가 압권이다. 연기인지 실제인지 착각할 만큼 현실 남매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 탓에 특별출연한 탤런트 박서준(31)의 연기가 MSG가 가미된 듯 드라마틱해 보인 면도 있다.

‘기생충’은 순제작비 135억 원, 마케팅 비용을 포함한 총 제작비는 150억 원 정도다. 지난달 30일 개봉, 누적 관객수 7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미 손익분기점(약 370만명)을 돌파, N차 관람 열풍까지 불고 있다. 영화계 흥행 보증 수표인 송강호를 제외하면 다른 배우들의 출연료는 높지 않다. 송강호의 출연료는 8억 원대, 이선균(44)과 최우식은 2억~3억 원 선이다. 조여정(38)은 1억~2억 원, 박소담은 1억 원 정도라고 한다.

‘아스달 연대기’는 회당 30억 원, 총제작비는 54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최고의 흥행성공작인 영화배우 이병헌(49)·김태리(29) 주연의 tvN ‘미스터 션사인’(430억 원) 제작비보다 높은 수준이다. 송중기는 회당 1억 5000만 원~2억 원, 총 18부작 개런티는 27억~36억 원대로 알려졌다. 장동건은 회당 1억 원, 총 18억 원, 김지원은 회당 8000만 원, 총 14억 4000만 원 정도로 알려졌다. 제작발표회 당시 김영현 작가는 “‘아스달 연대기’가 대작인 이유는 배우들 때문”이라며 “배우들의 연기 열정이 다른 작품보다 커서 굉장한 스케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스달 연대기’는 태고의 땅 ‘아스’에서 서로 다른 전설을 써가는 영웅들의 운명적인 이야기다. 역사 이전 시대인 상고시대를 배경으로 한 탓일까. 송중기와 장동건, 김지원(27) 등 주역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어색한 연기를 선보였다. 집중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높은 제작비, 톱배우, 스타 감독·작가의 작품인 것을 감안하면 혹평 받기에 충분했다. 대사가 잘 안 들려 ‘자막 좀 넣어 달라’는 시청자도 많다. 송중기는 영화 ‘늑대소년’(감독 조성희·2012)이 떠올랐고, 장동건은 ‘어떤 역이든 연기가 한결같다’는 평이 잇따랐다. 김옥빈(32)의 성우가 더빙하는 듯한 연기에도 호불호가 갈렸다.

기생충(위), 아스달연대기(CJ엔터테인먼트, tvN 제공=뉴시스)
◇제작비 vs 스태프

‘기생충’은 근로기준법을 지키면서도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봉 감독은 모든 스태프들과 표준근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영화 ‘설국열차’(2013), ‘옥자’(2017) 연출 당시 할리우드 스태프와 일한 경험을 ‘기생충’에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역배우의 안전을 위해 CG를 사용하고, 주 52시간 근무를 지키기 위해 애썼다. 그 결과 상대적인 근로시간 감축으로 촬영 횟수가 늘어 제작비가 상승했지만, 봉 감독은 “좋은 의미의 상승”이라고 짚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18 영화스태프 근로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표준근로계약서를 쓴 영화 스태프의 비율은 74.8%다. 영화계 표준근로계약서에는 스태프의 장시간 근로·부당한 처우를 막고자 임금액, 지급 방법, 근로시간, 4대 보험, 시간 외 수당 등에 관해 노사가 약정한 사항이 담겨 있다. CJ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영화 ‘국제시장’(감독 윤제균·2014) 때부터 영화계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아스달 연대기’는 스태프들을 외면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와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 지부는 지난 4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아스달 연대기’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을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으로 고발했다. 이들에 따르면 스태프들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채 1일 25시간 이상 노동을 강요받았다. 특히 브루나이 촬영에서 최장 7일간 151시간 30분의 휴일 없는 연속 근로를 했다. 현지 코디네이터가 안전상의 이유로 철수해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야간 촬영을 강행했고 스태프 1명은 팔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아스달 연대기’ 측은 지난 8일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장시간 촬영 문제를 제기한 미술 분장팀은 별도의 전문회사 소속 스태프로 스튜디오드래곤은 “개별적으로 업무상 지휘 감독할 수 있는 사용자로서의 법률·계약상 의무나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전반적인 환경 개선을 위해 하도급 계약 시 제작가이드를 준수하도록 계약서를 수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브루나이 해외촬영은 현지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으며, 안전사고는 ‘과도한 촬영 일정 탓’이라고 주장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제보자를 색출했다는 주장도 ‘사실 무근’이라고 강조했다.

제작사 관계자는 “‘아스달 연대기’는 올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힌 작품”이라며 “한국판 ‘왕좌의 게임’으로 불리며 화제를 모았지만, 우리나라 드라마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줬다. 넷플릭스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완성도 높은 미국 드라마를 접해 눈높이가 높아진 상황에서 시청자들을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스태프 처우 등은 열악한데 제작비만 많이 들인다고 할리우드 시스템을 따라갈 수 없다. 톱스타들의 연기 거품도 고스란히 드러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기생충’의 스태프 근로환경 등과 비교되면서 ‘아스달 연대기’는 더욱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며 “제작발표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지 않고, 감독이 인사만 하고 내려가는 등 취재진 및 시청자들과 소통하지 않아 상황을 악화시켰다. ‘아스달 연대기’는 세트장 등 초기 제작비가 많이 들어서 시즌1만으로는 이익이 나기 어려운 구조다. 이미 시즌2 제작을 확정했는데, 부정적인 여론을 딛고 시즌1이 흥행할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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