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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돌하는 미·중…전문가, “한반도서 국지적 무력충돌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등록 2019-06-13 23:12:30 | 수정 2019-06-13 23:35:27

김흥규 아주대 교수, “한반도에 거센 북풍…현재 한중관계는 ‘외안내빈’”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컨벤션홀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6.15의 해법'이란 제목의 학술회의가 열렸다. 왼쪽부터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준형 한동대학교 교수,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김흥규 아주대 교수,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뉴스한국)
13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6.15 남북 정상회담 19주년을 기념한 학술회의가 열렸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국제 외교’라는 두 번째 토론 주제에서 김흥규 아주대학교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중국과 대립을 지향하기보다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을 설정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한중 관계를 ‘외안내빈’이라고 정의하며 이 같이 말했다. ‘외안내빈’은 겉으로는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빈곤하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한국 외교가 ‘신중’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금은 결정하지 말고 버티면서 관찰해야 한다”거나 “지금 상황은 대단히 긴박하기 때문에 까딱 잘못하면 다 뒤집어 쓸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가 이토록 ‘지금’ 한국의 외교가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한 건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때문이다.

김 교수는 발제문 가운데 ‘미중 전략경쟁의 시대: 새로운 게임의 시작’이란 소주제에서 미국이 지난 45년여 동안 포용정책을 대중정책 기조로 유지해오던 중 오바마 행정부 2기에 들어서면서 그간의 대중 전략 전제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인물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의 대중 정책은 중국의 급속한 부상과 강대국화 전략에 따라 나타나는 미국 국민과 전문가들의 점증하는 중국에 대한 우려와 두려움을 적극 반영한다”고 말한다.

중국은 도대체 얼마나 강력해진 것일까. 김 교수는 호주 로위연구소가 최근에 출간한 ‘2019 아시아 국력 지수’를 중요한 근거로 들었다. 보고서는 중국의 국력이 급속하게 상승하고 있고 특히 경제적 자원은 미국을 이미 앞질렀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종합 국력 지수가 84.5인데 중국은 75.9로 미국을 바짝 추격하며 세계 2위의 국력을 자랑했다.

김 교수는 “2018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주도하는 미중 무역 분쟁은 더 이상 무역 영역에 국한하지 않는다. 이를 고립적 사안이라기보다는 중장기적 패권 경쟁의 일부로 인식한다”며 “미중 무역 분쟁은 점차 군비 경쟁‧이념 갈등‧규범과 제도 갈등‧기술 전쟁의 영역으로 확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전쟁에서 누가 패배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이지만 김 교수는 중국이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재 많은 보수 인사들은 미국이 모든 면에서 앞서기 때문에 중국이 굴복한다는 전제를 두지만 이는 이해도가 부족한데다 중국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라며, “한반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이하고 있으며 우리가 목도할 국제 정치 및 정치 관계는 기존의 세계와 또 다른 세계로 움직인다”고 설명한다. 그는 “현재 미국과 중국은 준 전시상태 심리로 상대를 대하고 있다”며, “기존 미중관계의 규율과 그간 평화와 안전을 가져온 묵계가 무너지는 현장을 목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미중 전략경쟁에 있어 중요한 게임 체인저는 기술 혁신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김 교수의 전망은 주목할 대목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기술을 선도하고 이를 안보역량에 연결하는 국가가 세계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김 교수는 경제 문제에서 조차 양자 택일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며, “화웨이 사태에서 보듯이 미국과 중국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주요 기술들을 다루려 할 것이고 이 분야에서 확전할 개연성이 크다. 한국과 같은 세계 다른 국가들은 미중 양국으로부터 강력한 선택의 압박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핵 문제 역시 미중 차원에서 전략 결정의 하위 사안으로 다룰 수 있고 비핵화는 훨씬 어렵게 진전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은 군사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려 인도-태평양 지역을 군사‧안보적으로 전환하고 심지어 동북아‧서태평양에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배치하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에 거센 북풍이 이제 막 다가오기 시작했다. 우리 주변에서 심지어 한반도에서 국지적인 무력 충동이 발생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며 “한국과 중국 간의 관계에 다가오는 도전이 엄중하다”고 경고했다. 발제문에서는 “북핵 문제나 한반도 상황 역시 미중 전략경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김 교수는 우리가 어떤 조건에 처해있는지 기초부터 살피는 데서 출발해 상대적으로 소홀한 경제안보를 국가 안보의 주요한 대상으로 놓고, 지정학‧지경학을 포괄하는 지전략적 안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심각하게 미중 선택의 압박을 받을 개연성이 커진다”며, “이익의 극대화가 아니라 손실의 최소화를 추구하고 국익을 실현하는 것보다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 상황에서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해 현 국가안보의 위기 상황을 돌파하려는 노력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당장 미국에 편승하는 전략이 매력적으로 보이겠지만 선택의 순간 어느 일방이 승리한다고 해도 감당할 수 없는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만큼 3의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적으로는 한미동맹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동시에 역내 다자 안보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노력 등 인적‧제도적 쇄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