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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 "성희롱 여부를 다수결로?"…경찰, "사실 확인 차원"

등록 2019-06-18 09:04:03 | 수정 2019-06-18 15:52:06

5월 말 설문조사 한 후 6월 초 진상조사 결과 본청에 넘겨

서울 종로구에 있는 서울지방경찰청 내부 모습. (뉴시스)
올해 4월 서울지방경찰청 예하 2기동단 의무경찰 대원들을 상대로 한 성인지교육이 성희롱과 성차별에 해당한다는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단장 김숙경‧이하 상담소)의 지적이 나온 후 경찰이 설문조사로 해당 교육이 실제 성희롱인지 성차별인지 대원들에게 물은 사실이 알려졌다.

18일 상담소는 보도자료를 통해 “교육 내용이 다 공개됐는데 이게 성희롱인지 성차별인지 아직도 판단하지 못하고 피교육자의 다수결로 결정하겠다는 발상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상담소는 기자회견을 열어 성차별적이고 우생학적 내용을 바탕으로 한 성인지교육 문제를 지적하며 서울지방경찰청이 교육을 진행한 김 모 경정을 엄중 징계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 이후 경찰은 언론에 ‘상응한 조치를 취하고 재발 방지한다’고 밝혔지만 내부에서는 누가 센터에 교육내용을 녹음해 제보했는지 색출한 사실이 알려져 또다시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지난달 30일에는 서울지방경찰청이 재발방지 대책을 이유로 교육에 참가했던 의경들을 설문조사한 사실이 상담소를 통해 알려졌다. 상담소는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교육 내용이 성차별인지 성희롱인지 아니면 적절한 교육이었는지 판단하겠다는 취지였고 (설문조사) 담당자는 김 경정 징계도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라는 설명을 붙였다”고 밝혔다.

상담소에 따르면, 조사단이 교육 참가 대원들을 상대로 1:1 면담 조사를 진행했는데 면담에 앞서 조사관들이 설문지를 나눠주며 ‘김 경정의 발언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체크하고 이유를 아래에 서술하라’고 안내했다. 이와 함께 ‘김 경정의 발언이 대원들을 불편하게 했는지 여부가 성희롱으로 징계할지 성차별로 징계할지 가르는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상담소는 “설문지 자체는 무기명 설문지였으나 답변을 작성할 때에는 조사관들과 1:1 상황이기 때문에 사실상 응답자의 신원이 노출된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꼬집었다.

상담소는 “객관적인 내용만 보더라도 대단히 부적절한 상차별적 발언이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무책임하게 의경대원들에게 판단의 책임을 전가했다”며 특정 문항을 가리켜 “김 경정에게 면죄부를 쥐어주고 싶은 의도를 다분히 반영한 항목으로 의심한다”고 주장했다.

상담소는 “2018년 경찰청이 발족한 성평등위원회를 중심으로 이 사건을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했다면 성희롱‧성차별이 맞는지 아닌지 판단조차 못해 다수의 의견으로 사후조치를 결정하자고 하는 무지한 결정 자체를 내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경찰이 성범죄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능력이 아직까지 갖추어지지 못한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감찰계 관계자는 "어쨌든 문제제기가 있었기 때문에 사실 확인을 거쳐야 하고, 성희롱인지 판단은 듣는 사람이 어떻게 들었느냐도 중요하기에 설문조사를 진행했다"며 상담소에서 제기한 봐주기 김 경정 의혹에 선을 그었다. 이어 "대원들이 성희롱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와 상관 없이 여성가족부가 위촉한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구한 후 해당 의견까지 첨부해서 이달 초 본청에 진상 확인 결과를 넘겼다"고 말했다. 설문조사 응답자의 신원이 노출됐다는 지적에는 "익명으로 기재하고 면담자가 답변을 보지 않도록 해서 설문지를 봉투에 넣었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