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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생존 철거민, 사망…진상규명위, “스스로 선택한 죽음 아냐”

등록 2019-06-24 13:32:40 | 수정 2019-06-24 14:08:42

“유가족‧장례식장 취재는 거부”

자료사진, 2009년 1월 21일 오전 용산참사 현장인 서울 한강로의 빌딩에서 국립과학수사대가 현장감식 작업을 하는 모습. (뉴시스)
서울 용산4구역 철거민으로 망루농성에 참여했던 김 모(49‧남) 씨가 사망했다.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에 따르면 김 씨의 가족이 23일 오후 도봉산에서 김 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25일 오전 5시 발인할 예정이며 진상규명위는 그의 죽음이 원통함으로 남지 않도록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씨는 2009년 강제 철거에 내몰려 그해 망루 농성에 참여했다가 생존했다. 당시 화재가 발생했을 때 4층에서 뛰어내려 가까스로 살았다. 진상규명위는 “살아남은 이유가 구속의 사유가 되어야 했던 그는 3년 9개월간의 수감 생활 후 가석방으로 2012년 10월 출소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출소 후 배달 일을 하며 노모를 모시고 성실히 살았고, 평소 동료 생존 철거민들에게 고통을 내색하지 않아 가족들만 그 고통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김 씨는 출소 후 잠을 잘 이루지 못했고 간혹 우울증과 트라우마 증세를 보였고 높은 건물에 배달을 할 때는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괴로워했다고 알려졌다. 최근 몇 개월 전부터 증세가 나빠져 병원 치료를 받으며 우울증 약을 복용했다고 전해졌다. 진상규명위는 “발견한 유서는 없으나 가족들은 다른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용산참사 출소 이후 사람이 달라졌고 속내를 이야기하지 않고 혼자 많이 힘들어 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위는 “그의 죽음은 스스로 선택한 죽음이 아니다”며, “10년이 지나도록 과잉진압도 잘못된 개발도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고 오직 철거민들에게만 ‘참사’라 불리는 죽음의 책임을 온전히 뒤집어쓴 채 살아가도록 떠민 경찰과 검찰과 건설자본과 국가가 그를 죽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의 죽음에 국가는 응답해야 한다. 먼저 경‧검 조사위 권고를 이행해야 한다”며 뭉뚱그려서 언론에 유감을 표명하며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당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권한 있는 조사기구를 통해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의 국가폭력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진상규명위는 고인의 사망을 보도할 때 실명을 밝히지 말고 고인의 사진도 사용하지 말라고 언론에 당부했다. 또한 장례식장을 방문하거나 가족 취재는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