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사회

9개국 모인 자리서 “잡종강세” 정헌율 익산시장 발언 논란

등록 2019-06-25 14:34:08 | 수정 2019-06-25 15:16:45

시민단체, 기자회견 열고 규탄 “사과문도 차별 인식 수준 벗어나지 못해”
민주당 다문화위원회, “이주민이 우리 사회 구성원임을 인식해야”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이주여성 관련 사회단체들이 25일 익산시청 앞에서 다문화가족 자녀에 대한 모독 발언을 한 정헌율 익산시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뉴시스)
정헌율 익산시장이 9개 국가의 이주민과 그 자녀들이 모인 자리에서 ‘잡종강세’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이들을 관리 대상이라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커진다.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25일 오전 전라북도 익산시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시장의 발언을 강도 높게 규탄했다.

정 시장은 지난달 11일 익산 원광대학교에서 열린 ‘2019년 다문화 가족을 위한 14회 행복나눔 운동회’ 축사에서 “생물학적‧과학적으로 얘기한다면 잡종강세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 똑똑하고 예쁜 애들을 사회에서 잘못 지도하면 프랑스 파리 폭동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발언 중 ‘똑똑하고 예쁜 애들’은 이주민 가정에서 태어난 자녀를 가리킨다. 당시 행사 현장에는 중국‧베트남 등 9개 출신 6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정 시장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당신들은 잡종이다’라고 말한 게 아니라 행사에 참석한 다문화 가족들을 띄워주기 위해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이달 20일 사과문에서는 “다문화가족 아이들은 머리가 좋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합심하여 잘 키워야 한다는 덕담을 한 것이 와전된 것 같다”고 해명하며, “용어 선택이 적절치 못했다고 생각하며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도 다문화가족 지위 향상에 더욱 노력하고 용어 선택에도 신중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 사과문은 논란을 취재하는 언론사에만 보냈다고 알려졌다.

이들 시민사회단체는 “사과문도 차별적인 인식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며, “정 시장의 발언은 용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다. 일부 언론사가 아니라 여기에 참여한 한국사회에 살고 있는 이주민 당사자들에게 제대로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료사진, 정헌율 익산시장. (뉴시스)
이어 “전북에서 두 번째로 많은 결혼이민자가 생활하는 익산시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심각한 인종차별과 혐오 표현임에도 단순히 말실수로 취급하고 있다”며, “다문화 가족이 일상적으로 차별에 노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어 “말실수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은 다문화가족과 이주민 관련 업무를 하는 지자체 수장의 인식은 곧바로 관련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혐오 발언이 문제임을 인정한다면 정 시장은 사과의 의미로 자진 사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다문화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정 시장이 속한 민주평화당에 응분한 징계를 촉구했다. 다문화위는 “정 시장의 사과와 해명이 저급하고 성의 없는 것은 기본적인 인권 감수성과 다문화사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결여했기 때문”이라며, 이주민을 자신의 정치적 치적에나 이용하려는 얄팍한 생각으로 접근하고 있음이 선명히 드러나는 그 사과문과 해명에 이주민 부모들은 다시금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주민이 행사나 정치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성원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단순한 말실수로 치부하기에는 정 시장의 인식 수준이 매우 심각하다. 노골적인 혐오발언도 그렇거니와 다문화 가족의 자녀들을 잠재적 위험 요소로 간주해 지도‧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은 위험천만하다”고 지적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