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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게이트 해고 노동자 1500명이 시작한 ‘페이 미투’…여성단체, “투쟁 지지”

등록 2019-07-11 12:59:02 | 수정 2019-07-11 16:58:22

“여성이 주로 일하던 일자리 대부분이 비정규직 돼…그 굴레 깨뜨리겠다”

11일 오전 여성·여성노동단체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도로공사가 해고한 1500명의 요금소 수납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촉구 투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뉴스한국)
여성‧여성노동단체가 한국도로공사에서 해고된 요금소(톨게이트) 수납 노동자 1500명의 투쟁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히는 한편 여성들을 저임금과 고용 불안정 노동으로 내모는 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한국여성의전화‧한국여성노동자회 등 9개 단체는 11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톨게이트 요금 수납 여성노동자 정규직 전환 투쟁 지지와 연대를 위한 여성‧여성노동자 합동 기자회견:왜 여성 일자리를 공격하는가? 자회사가 그렇게 좋으면 이강래 사장‧이낙연 총리부터’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달 1일 한국도로공사는 자회사 전환을 거부하는 수납 노동자 1500명을 해고했고 이 가운데 400여 명의 노동자들이 해고 당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이 노동자들은 과거 한국도로공사가 직접 고용한 정규직이었지만 1998년 정리해고법으로 점차 비정규직으로 바뀌었고, 2007년 파견법이 생기면서 합법적으로 파견이 가능한 직종이 됐다. 2000년대 초반 구조조정에 이어 2009년 이명박 정권 시절 수납 노동자 전원이 민간 위탁으로 바뀌면서 현재 각 고속도로 요금소에는 354개 외주업체에서 6500명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수납 노동자들은 정규직의 꿈에 부풀었지만 문재인 정부와 한국도로공사가 내놓은 건 자회사를 만들어 고용하겠다는 꼼수였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이에 노동자 1500명이 자회사 전환을 거부하고 한국도로공사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요금소 수납 노동자들의 요구는 법원에서도 이미 정당성을 인정한 바 있다. 2013년 요금소 수납 노동자 529명이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노동자들의 비정규직 지위를 원래대로 복귀하라고 판단했지만 한국도로공사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해고된 요금소 수납 노동자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하고 연대하는 이유는 지금의 투쟁이 이전의 정권과 다름없이 비정규직을 양산하기 때문”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노동정책에 저항하는 동시에 현 시기 여성 노동자들의 일자리 질을 바꾸는 투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1일 오전 여성·여성노동단체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도로공사가 해고한 1500명의 요금소 수납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촉구 투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해고 노동자 중 한 명인 박순향 민주일반연맹 톨게이트지부 부지부장이 "해고를 선택하는 노동자는 없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뉴스한국)
한국 여성과 남성의 성별 임금 격차는 64:100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저임금을 받으며 고용이 불안하고 열악한 노동 조건을 견뎌야 하는 이들이 비단 1500명의 요금소 수납 노동자들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대변한다. 김금숙 사무금융연맹 부위원장은 “동지들의 투쟁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노동이 어떻게 취급받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형편이 좋다는 금융산업도 예외가 아니다”며, “은행이나 증권회사에서 창구‧콜센터 등에는 여성이 적합하다는 성별분업 고정관념에 따라 여성 노동자들을 포진하고 저임금과 배치 전환 및 승진에서 철저하게 차별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여성 노동의 비정규직화 및 저평가가 만연하기에 그런 최악의 성별 임금 격차가 발생한다”고 질타했다.

실제로 2007년 파견법을 제정하면서 파견 가능한 업종을 명시하며 비정규직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대부분 여성이었다. 음식조리‧소매 판매‧보험영업‧정규교육 이외 준 교육 전문가‧개인정보 취급‧간병 및 보육 등 개인 보호‧전화 판매‧건물 청소‧창작 및 공연 예술 등 연령과 학력에 구분 없이 여성들이 주로 하던 일자리 대부분은 파견 허용 업종이 됐고, 비정규직이 된 여성 일자리의 고용 불안은 여성 일자리의 특징이 됐다는 게 이들 단체의 설명이다.

이들 여성단체들은 “여성 노동자의 현실을 돌이켜보면 이 사회에 살아가는 여성 시민으로서 절망스럽다”고 토로하면서도 “이젠 그 굴레를 스스로 깨뜨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난 한 해 미투‧위드유 운동으로 자매애를 다지며 투쟁해 왔는데 이제 그 투쟁은 ‘페이 미투’ 평등한 일터를 향한 투쟁으로 한걸음 나아가고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요금소 수납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투쟁에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요금 수납 해고 노동자인 박순향 민주일반연맹 톨게이트지부 부지부장은 "지금 저희가 길거리에 나와 투쟁하는 게 임금을 고액으로 올려달라는 게 아니다. 저희 임금은 항상 최저임금이었고 '주는 대로 받아라'·'월급 봉투 공유하지 말라'고 한 사장도 있었다. 좋다. 최저임금 받고 일하겠다. 해고하지만 말라고 했는데 1500명을 해고해 길거리로 내몰렸다. 지금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투쟁뿐"이라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이 세상에 해고를 선택하는 노동자는 없다"며 눈물을 쏟았고, "작은 부스에서 계속 일하게 해달라고 요구했을 뿐이다. 하루 빨리 일자리로 돌아가도록 문 대통령이 제발 우리 말을 들어주고 돌아봐 달라"고 요구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