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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정 “그럼에도 살아남으라는 마음 보여주고 싶었다”

등록 2019-09-02 17:38:02 | 수정 2019-09-02 17:40:50

연극 ‘미인도’ 열연
영화 ‘또 하나의 가족’ 눈도장

박희정. (박희정 측 제공=뉴시스)
최근 막을 내린 연극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국립현대미술관 제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을 통해 배우 박희정(31)은 발굴됐다.

화가 천경자(1924∼2015)의 ‘미인도’ 위작 논란과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이 동시에 벌어진 1991년이 배경이다. 사실과 픽션을 뒤섞은 팩션이다.

박희정이 연기한 젊은 학예사 ‘예나’는 진짜와 가짜가 뒤섞여 소용돌이치는 이 작품에서 혼란의 얼굴을 대변했다.

201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으로 초연했고, 이번에 재연했다. 박희정은 초연 당시 연기한 예나 캐릭터에, 후회와 혼란의 밀도를 더 높였다. 청년세대가 기성세대에 포섭돼 가는 과정, 관료제의 일그러진 모습도 녹아냈다.

“관객들이 인간적으로 예나 역에 공감하길 바랐어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현실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랐죠. ‘나라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마음이요. 살아남기 위해서, 악착같이 버텨내기 위해서 선택해야 하는 것이 있잖아요. 그럼에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죠.”

2008년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를 통해 무대에 발을 들인 박희정은 올해로 데뷔 11년차다. 앳된 얼굴이지만, 표정이 풍부하고 몸짓에는 다양한 신호가 가득하다. 섬세하고 복잡한 예나 캐릭터에 세 명의 관계자들이 동시에 그녀를 추천한 이유다.

두 달 반가량 이번 연극을 연습하면서 천경자 자서전을 열심히 읽고, 미술 관련 공부도 열심히 했다. 무엇보다 무대 위에서 긴 호흡을 가져가야 하는 만큼, 마음을 다잡고 또 다 잡았다. “연극을 하면서 겁나는 순간도 있었는데, 잘 끝낸 지금은 ‘모든 것을 잘 해서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를 얻었어요. 일종의 연기 근육이 단단히 생긴 거죠.”

연출가 김재엽이 이끄는 극단 드림플레이 테제21 소속 배우인 박희정은 행복해질 것 같아서 연기를 택했다. 광주 출신으로 전주예고에서 연기를 전공하고 단국대 연극영화과에서 공부했다.

박희정. (박희정 측 제공=뉴시스)
박희정은 그간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가족병-혼자라도 괜찮을까’, ‘나는 살인자입니다’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사회 문제를 다룬 무거운 극이다. 실화를 모티브로 삼은 영화 ‘또 하나의 약속’(2014)에서는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환자를 표현하기 위해 삭발까지 했다.

“‘내가 왜 연기를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코미디, 오락물도 좋지만 몰랐던 사실을 알게 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문제를 되짚어보게 하는 작품들에 출연하면 뿌듯해요. ‘또 하나의 약속’에 출연했을 당시에는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실제 백혈병에 걸린 여성의) 부모님에게 ‘고맙다’는 말씀도 전해 들었죠. 제가 연기를 안 했다면 들을 수 없는 말이었죠. 아주 작은 개인이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자체가 감사하게 느껴졌어요.”

또래보다 성숙하지만 박희정이 마냥 무겁고 진지한 역에만 천착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박희정을 만나면 그 쾌활함과 명랑함에 놀란다. “멜로, 코미디도 좋아해요. B급 코미디물인 연극 ‘미남이신가요’에서 첫사랑 역을 맡았는데, 엄마가 밝은 역을 맡았다고 좋아하셨어요. 하하.”

박희정은 장르에 상관없이 자신의 작품을 보러 와준 관객들이 ‘시간이 아깝지 않다’고 느끼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했다. “특히 직접 몸을 움직여야 하는 연극에 ‘박희정’이 나온다며 달려 와줄 관객들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죠. 진부할 수 있지만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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