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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프지만 잊으면 안 되는 역사, KBS 특집극 ‘생일편지’

등록 2019-09-05 17:49:39 | 수정 2019-09-05 17:56:56

전무송. (KBS 제공=뉴시스)
“우리는 왜 이런 비극을 겪고 가슴 아파해야 할까.”

배우 전무송(78)이 일제강점기를 다룬 KBS 2TV 특집극 ‘생일편지’에 출연한 소감을 밝혔다.

전무송은 5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생일편지’ 간담회에서 “‘우리는 아무 죄도 없는데, 왜 이런 슬픔과 고통을 겪어야 할까’, ‘작품을 떠나서 우리 선조들이 살면서 얼마나 가슴 아팠을까’ 등을 많이 생각했다”며 “우리에게 지금까지도 큰 아픔으로 남아 있고, 여전히 평화와 행복을 갈구하면서 살고 있지 않느냐. 굉장히 가슴 아픈 일이라서 연기하며 울기도 여러 번 울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런 좋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게끔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오늘 하이라이트 영상을 공개한다고 해 내가 연기한 모습을 직접 보기 부끄러웠는데, 촬영할 때 느낀 감정이 북받쳐 올라왔다.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이 됐으면 한다”는 마음이다.

송건희. (KBS 제공=뉴시스)
‘생일편지’는 잊지 못할 첫사랑에게서 생일 편지를 받은 후, 1945년 히로시마의 기억 속으로 들어간 노인 ‘김무길’(전무송)의 이야기다. 일제강점기 말부터 광복을 거쳐 6·25동란까지, 험난한 시절을 겪은 청춘들의 삶을 무길의 손녀인 웹툰 작가 ‘김재연’(전소민)을 통해 재조명한다. 재연은 무길의 영정 사진을 찍던 날 첫사랑 ‘여일애’(조수민)로부터 생일 편지가 도착하고, 그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다. 17세 무길은 송건희(22)가 연기한다.

송건희는 “아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무게감을 느꼈다. 내가 그분들의 아픔이나, 그 시대에 겪은 감정을 감히 담아낼 수 있을까 걱정했다”면서도 “현장에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이 도움 됐다. 그 때 무길이가 있었다면 순간순간 느낀 감정과 비슷할 것 같았다. 강제징용된 분들의 인터뷰나, 원자폭탄 터지는 순간 등의 자료를 찾아보며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촬영하는 내내 무길과 함께 하면서 울컥하고 가슴 떨리는 순간이 많았다”며 “하이라이트 영상을 잠깐 보는데도 마음을 울리는 지점이 있었다. 시청자들에게도 내가 느낀 감정이 전달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조수민. (KBS 제공=뉴시스)
조수민은 “일애는 모진 고난을 당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인물”이라며 “우선 시대배경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책과 영화 자료를 찾아봤는데, 힘든 시대를 산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한다. 조심스럽지만 우리가 잊으면 안 되는, 꼭 기억해야 하는 역사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고 연기했다.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청했다.

‘아이가 다섯’(2016)의 김정규 PD와 드라마 스페셜 ‘나의 흑역사 오답노트’(2018)의 배수영 작가가 만든다. 지난해 8월 기획했지만, 최근 한일관계가 악화돼 시기가 묘하게 맞물렸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관련 핵심소재의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내리면서 국내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고 있다.

김정규 PD는 “(‘아이가 다섯’ 이후) 3년 만에 작품을 하게 됐는데, 의미 있고 감동적인 드라마를 연출하게 돼 영광이다. 결과적으로 묘하게 지금 상황과 맞물렸는데, 어떤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면서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고 드라마적인 차원에서 접근해 과거를 되짚어 현재 사는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주고 싶다. 우연의 일치지만 이번을 기회로 국민들이 조금 더 역사에 관심을 갖고 미래를 계획하는데 일조할 수 있다면 더 없이 기쁠 것 같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만들었는데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정규 PD(왼쪽), 배수영 작가. (KBS 제공=뉴시스)
배수영 작가는 “1945년 일제강점기 말부터 한국전쟁까지 격변의 시기를 겪은 과거 무길과 현재 무길의 이야기가 맞물린다”면서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시대극 집필을 시작했다. 여주인공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서 그분들의 인터뷰를 많이 찾아봤는데 ‘기록의 힘이 정말 크구나’라고 느꼈다. 그 시절을 겪지 않았지만 생생하게 와 닿았고, 드라마로도 남기고 싶었다”고 한다.

“‘생일편지’는 멜로드라다. 시청자들이 10대 청년부터 90대 노인 시절까지 김무길의 삶에 공감하고, 위로 받았으면 한다. 험난했던 그 시절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남은 이들에게 바치는 작품이다. ‘생존자들에게 오래 살아줘서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그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드라마가 됐으면 좋겠다. 많이 시청해주길 바란다.”

문보현 드라마센터장. (KBS 제공=뉴시스)
그 동안 KBS는 시대적인 아픔을 담은 다양한 특집극을 선보였다. 위안부, 실향민의 이야기인 ‘눈길’(2015)과 ‘옥란면옥’(2018)이 대표적이다.

문보현 드라마센터장은 “‘생일편지’는 편집실에서 보고 몰래 울 정도로 진하고 뜨거운 내용”이라며 “20년간 드라마 산업이 발전하면서 좋은 작품이 많이 나왔지만, 다양성이 유지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대작 위주의 미니시리즈가 중심이 되면서 과거보다 다양성이 줄고 있다. 수익성이 드라마 제작 환경에 중요한 지표가 돼 의미 있고 시대의 아픔을 담은 진정성 있는 드라마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짚었다.

“KBS는 명색이 공영방송이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런 드라마를 만드려고 노력 중이다. 최소한의 소명 의식과 책임감을 가지고 ‘생일편지’를 준비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출연해준 배우들에게 감사하다. 송건희와 조수민은 미모를 포기하고 작품에 녹아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작은 작품이지만 이런 시도가 많아졌으면 좋겠고, 내년에도 좋은 특집극을 준비하겠다. 시청률보다는 의미 있는 작품으로 시청자들에게 울림을 주고, 드라마 시장에 이런 작은 메시지가 계속 존재했으면 좋겠다.”

2부작으로 11일 오후 11시 방송된다. (뉴시스)
왼쪽부터 송건희, 조수민, 전무송. (KBS 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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