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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만에 열렸는데…'비핵화' 북미 실무협상 스톡홀름서 '결렬'

등록 2019-10-06 07:29:45 | 수정 2019-10-06 07:39:13

北, "미국 빈손으로 나와"…美, "창의적 아이디어 가져갔다"

자료사진, 2019년 2월 26일 오후(현지시각)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하려 베트남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주베트남 북한대사관 방문을 마치고 나오며 김명길(오른쪽·왼쪽 가슴에 붉은 뱃지 단 남성) 당시 북한대사와 대화했다. (뉴시스)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만난 북미 비핵화 실무 협상 대표단이 소득 없이 헤어졌다. 베트남 하노이 회담이 결론 없이 끝난 후 7개월 만의 만남이라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지만 시간이 약은 아니었다.

북측 협상 대표로 스톨홀름을 찾은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5일 오후 6시 30분께(이하 현지시각) 주 스웨덴 북한대사관 앞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미국과 실무협상을 마치고 나온지 15분 만이다. 협상장에서 나온지 15분 만이다. 그는 언론인을 보자 씁슬한 웃음을 내보이며 미리 준비한 성명서를 꺼내들었다.

김 대사는 "협상은 우리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했다. 나는 이에 대해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며, "이번 협상이 아무런 결과물도 도출하지 못하고 결렬한 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한 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그동안 유연한 접근과 새로운 방법, 창발적인 해결책을 시사하며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했으나 아무것도 들고 나오지 않았으며 우리를 크게 실망시키고 협상 의욕을 떨어뜨렸다"고 책임을 돌렸다.

미국의 협상 태도를 혹평한 김 대사는 "우리가 이미 미국 측에 어떤 계산법이 필요한가를 명백히 설명하고 시간도 충분히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빈손으로 협상에 나온 것은 결국 문제를 풀 생각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질타했다.

김 대사는 북한이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북부 핵시험장을 폐기한데다 미군 유골을 송환하는 등 북한이 할 수 있는 비핵화 조치와 신뢰 구축 조치를 취했음에도 미국이 여기에 성의있는 화답을 하지 않아 다음 단계의 비핵화 조치 논의로 들어갈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이 지난해 6월 열린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15차례에 걸쳐 대북 제재를 가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지하겠다고 공약한 합동군사연습마저 하나둘 재개한데다 한반도 주변에 첨단 장비를 배치해 북한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김 대사는 북한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장애물을 깨끗하게 제거할 때에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하며, 미국이 독선적이고 구태의연한 입장에 매달린다면 1000번이고 마주 앉아도 대화 의미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협상을 위한 협상을 하면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미국에는 필요할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대사는 "우리는 미국 측이 우리와의 협상에 실제적인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판단한 데 따라 협상을 중단하고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해볼 것으로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번 조미(북미) 실무협상이 실패한 원인을 대담하게 인정하고 시정함으로써 대화 재개의 불씨를 살리든가 아니면 대화의 문을 영원히 닫아버리든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에 달려있다"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김 대사는 연말까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중단할지 묻는 질문에 "우리가 협상 진행 과정에 거론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다 여기서 말할 순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다만 그는 "한 가지 명백한 것은 미국이 우리가 요구한 계산법을 하나도 들고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우리의 핵시험과 ICBM 시험발사 중지를 계속 유지하는가 그렇지 않으면 되살리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 입장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평가는 북한과 크게 엇갈린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논평에서 협상 결과를 평가한 북한 대표단의 논평이 이날 8시간 반 동안 이어진 협상 내용과 정신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언급하며, 미국 실무협상 대표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져가 북한과 좋은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이날 협상에서 미국 대표단이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논의를 진행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공동성명 4개 조항이 나아가게 할 새로운 계획을 점검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합의사항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한국전 당시 전쟁포로 및 전쟁 실종자 유해 송환이다. 그는 또한 이번 만남으로 북미의 70년 적대관계를 극복할 수 없다는 점을 언급하며 추가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스웨덴은 2주 안에 스웨덴에서 다시 협상을 하는 게 어떤지 북한과 미국 두 나라에 각각 제안했고, 미국은 이를 즉각 받아들였다. 북한이 이 제안에 어떤 답변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