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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인공위성 실렸던 우주개 ‘라이카’ 추모…김세진 개인전

등록 2019-10-24 17:51:04 | 수정 2019-10-24 17:56:13

‘제 16회 송은미술대상’ 수상 기념 전시
‘태양 아래 걷다’ 주제 신작 비디오 4점 전시

김세진, 전령들 (stillMessenger(s),OLED 모니터에 3D모션 그래픽 비디오, 스테레오 사운드, LED 라이트, 2019. (뉴시스)
납작한투명 스크린 안에 우주복을 입고 박제된 개의 이름은 ‘라이카’(Laika). 1957년 소련이 쏘아올린 인공위성 스푸트니크에 사람대신 들어갔던 강아지다.

3D 디지털 모션 그래픽으로 부활한 라이카의 주위로 NASA 에서 직접 녹음한 지구와 태양, 다른 행성들의 사운드가 반복되어 울린다.

인류를 위해 우주시대를 개척한 인류의 영웅으로 칭송되기도 했던 ‘우주개’ 라이카의 사연은 알고보면 씁쓸하다.

소련 과학자들에 의해 발견되기 전까지 라이카는 빈민가를 떠돌았다. 그렇게 간택된 라이카는 우주 환경의 적응과 생존을 위한 각종 테스트와 훈련을 거쳐 스푸트니크 2호에 실려 발사됐다. (과학 동화책 ‘별이 된 라이카’(2018) 등을 통해 ‘우주개 라이카(Laika the Space Dog)’ 라는 별명을 달고 있다)

작고 비좁은 우주선에 실린 라이카는 냉전 시기 미국보다 앞선 소련의 과학기술을 상징하며 영웅화되었다.

그러나 우주로 간지 약 50년이 지난 후에야 러시아에 의해 발표된 라이카의 운명은 안타깝다. 우주선 내 온도조절 시스템의 오류로 인한 과열과 스트레스로 발사 후 수 시간 내에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의 과학기술로는 인공위성을 지구로 귀환시키는 일이 불가능했지만, 라이카의 생명권에 대한 문제는 크게 이슈화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렇게 인류의 역사의 뒷면으로 사라진 라이카를 비디오 아티스트 김세진 작가가 부활시켰다.

송은미술대상 수상작가 김세진 개인전 2층 전시 전경. (뉴시스)
‘우주개 라이카’를 디지털 모뉴먼트로 제작, 더 나은 삶을 위한 이동의 시작점에서 희생된 수많은 존재들에 대한 숭고의 미를 전한다.

2016년 제 16회 송은미술대상 수상 작가인 김세진은 23일부터 ‘태양 아래 걷다(Walk in the Sun)’을 주제로 펼친 개인전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서울 청담동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여는 이번 전시는 4년 만에 여는 개인전으로. 다양한 형식의 영상과 사운드로 이루어진 신작 4점을 선보였다.

김세진은 복잡한 현대사회의 시스템에서 드러나는 개인의 삶에 주목한다. 이를 영화와 다큐멘터리 필름의 경계를 넘나드는 영상기법과 사운드, 그리고 독특한 영상설치를 통해 공감각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전개 해왔다.

송은미술대상을 수상한 김세진 작가. (뉴시스)
이번 개인전 전시명 ‘Walk in the Sun’은 제프리 랜디스의 동명 SF 단편 소설에서 차용한 제목으로 달에 불시착한 우주비행사가 생존을 위해 태양을 쫓아 하염없이 걷는 고독한 여정과 사유를 담고 있다.

이는 삶을 위해 물리적, 가상적 이동을 멈추지 않는 개인 혹은 인류의 여정과도 닮아 있는데, 이처럼 영토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동과 그를 둘러싼 원인 결과는 최근 몇 년간의 작업들에서 직간접적으로 드러난 작가의 지속적인 관심사다

이전 작품이 고립된 노동자, 이민자와 같이소외된 이방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고독함이나 상실감과 같은 감정선은 여전하지만 신작은 전 지구적으로 확장되어 나타난다.

북극권의 라플란드에서 남극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여정에서 채집된 이야기와 기록의 서사들로 구성된 네 편의 신작을 선보인다.

다양한 영상과 사운드 설치로 이루어진 작업들은 과거 현재 미래가 중첩된 현실과 가상의 시공간을 넘나든다. 우리 삶의 이면에 존재하는 사회, 정치적 불균형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소외 현상에 대한 작가의 사유와 공상을 경험해볼 수 있다.

김세진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서강대학교 영상대학원 영상미디어과 및 영국 슬레이드스쿨 오브 파인 아트 석사를 졸업했다. 2016년 제 16 회 송은미술대상 외에 2011년 블룸버그 뉴 컨템퍼러리즈, 2005년 제 4 회 다음작가상 , 2002년 광주 비엔날레 주관 UNESCO Prize for the Promotion for the Arts 를 수상했다. 전시는 11월 30일까지.

김세진, 존재하지 않는 것을 향한 북쪽 (still image)_싱글 채널 비디오, 스테레오 사운드_16분 53초_2019. (뉴시스)
한편 ‘송은미술대상’은 (재)송은문화재단이 2001년 제정한 권위 있는 미술상이다. 대상은 상금 2000만원과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을 제공한다. 우수상 3인은 각 상금 1000만 원씩을 받는다. 수상자 모두에게는 ‘송은 아트스페이스-델피나(Delfina Foundation) 레지던시’ 지원자격이 부여된다. 김세진 작가가 대상을 수상한 2016년 공모에는 총 429명이 지원했다.

청담동에 위치한 송은아트스페이스의 모든 전시는 무료 관람이다. 관람객에게 도록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2021년 여름 스위스의 대표적인건축가 헤르조그 앤 드 뫼롱 (Herzog & de)의 첫 국내 건축물인 삼탄 & 송은문화재단 신사옥에 송은아트스페이스가 새롭게 개관할 예정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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