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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레드 다이아몬드, "인정하고 책임지고 변화하고…국가 핵심 성공 인자"

등록 2019-11-01 11:13:25 | 수정 2019-11-02 06:20:20

'총, 균, 쇠'로 퓰리처상 수상한 세계적 석학…새 저서 '대변동' 들고 방한

10월 31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환경재단과 김영사가 주최한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 내한 강연이 열렸다. 강연 후 패널토론 모습. 왼쪽부터 장대익 서울대 교수, 다이아몬드 교수, 이은형 국민대 교수,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 원장. (뉴스한국)
"심리치료사인 제 아내는 심리학 중에서도 위기 심리치료를 전문으로 합니다. 심리치료는 수년에 걸쳐 환자를 치료하지만 위기심리치료사는 이혼에 직면했거나 아이나 배우자가 사망했거나 회사에서 쫓겨났거나 하는 위기 상황의 환자를 빨리 치료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대개 6주 이내에 치료를 마무리 합니다. 제때 해결하지 않으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환자가 발생할 때도 있습니다. 제 아내는 동료들과 모여 주말마다 성공 사례와 그렇지 않은 사례를 공유합니다. 그리고 결과를 예측하며 성공인자를 파악하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동일한 성공인자를 국가에도 반영할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인간 사회를 무기·병균·금속을 중심으로 들여다본 책 '총, 균, 쇠'의 저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82)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지리학과 교수가 새로운 책 '대변동'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지난달 31일 환경재단과 김영사가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연 내한 강연회에서 개인의 위기를 해결하는 생각의 틀을 국가에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개인의 위기와 국가의 위기가 규모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극복하는 배경은 궤를 같이한다는 것이다. 아래는 다이아몬드 교수의 말이다. 다이아몬드 교수의 강연은 동시통역으로 이뤄졌다.

"여러분이 개인적인 위기에 직면했을 때 먼저 할 것은 위기 상태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책임을 수용해야 한다. 자기연민에 빠지거나 남을 탓할 게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선택적 변화를 해야 한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위기에 있다는 걸 알고 책임을 수용해야만 살 수 있다. 그리고 무엇이 무엇인지 규명해 문제있는 부분을 바꿔야 한다. 전체를 다 바꿀 수는 없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각 나라가 다양한 위기에 직면했지만 생각의 폭을 넓혀 전 세계적인 문제를 바라보자고 요구했다. 예를 들면, 핵전쟁 위기와 기후변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그간 세계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있을지 비관적이었다고 말했다. 해법의 모델로 삼을 최소한의 사례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상황을 낙관하게 된 건 과거의 지구촌이 해왔던 성과 덕분이다. 전 세계가 세계보건기구를 중심으로 치명적인 쳔연두를 박멸했고, 오존층을 파괴하는 염화불화탄소 사용을 규제하는 합의를 마련했으며 바다 오염을 방지할 목적으로 유조선은 이중선체로 만들고 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런 사례를 보면 굉장히 기쁘다. 핵확산 문제나 기후변화 및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이날 강연회의 백미는 패널토론이었다. '밀레니얼과 함께 일하는 법'의 저자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파란하늘 빨간지구'를 낸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 원장·'다윈의 식탁, 통섭'을 쓴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가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다이아몬드 교수에게 질문했다. 날카로우면서 통찰력있는 질문에 비해 다이아몬드 교수의 답변은 다소 아쉬웠다.

이 교수는 위기 극복의 해법이 궁극적으로 사람에게 있다며 결국 사람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신뢰·공감하며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가 상당한 위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아래는 이 교수의 말이다.

"우리나라 현대사를 압축하면 △식민지 시대 △전쟁 △전후 가장 가난한 나라 △가장 부유한 나라로 급속한 발전△디지털 사회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빠르게 발전하다보니 모자이크가 생긴다. 산업화 시대에 경제발전을 열쇳말로 삼은 선배 세대, 독재에 반대하며 민주화를 이루려 했던 세대, 빠른 디지털 발전으로 '디지털 키드'라고 할 만한 세대 등이다. 그 변화의 속도가 빨라서 각각의 시대가 불편하고 어색한 공존을 하며, 각기 다른 광장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여기에 젊은 층에서는 젠더 문제도 크게 드러나고 있다. 젊은 여성의 입장에서는 안전과 도둑촬영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고 젊은 남성은 군대 문제로 이 사회에서 보상받지 못해 손해본다고 여긴다."

이 같이 말하며 이 교수는 짧은 시기에 많은 어려움을 맞닥뜨린 모자이크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물었다. 이와 함께 디지털키드들이 근본적으로 인간의 본성에서 확실한 변화를 갖게 된 것인지 인간 본성을 유지하면서 겉모습이 달라진 것인지도 질문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 교수의 폭넓은 질문을 '양성평등'으로 한정하며 "한국을 포함해 여러 국가에 양성평등 문제가 있다. 물론 50년 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한국과 일본의 경우 서양보다 훨씬 심각하다. 그런데도 이번에 방한했을 때 기분이 좋은 건 훨씬 더 많은 여성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라며, "외부인의 입장에서 한국은 일본과 산업화에서 경쟁을 하고 있지만 양성평등에서는 적어도 한국이 더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세대문제를 두고는 한국 만이 아니라 모든 나라가 겪고 있다고 답변을 갈음했다.

두 번째 조천호 전 원장은 "화석연료 연소로 기온이 상승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마치 당뇨병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과 같다. 혈당조절을 못해 여러 병에 걸리듯이 기온이 올라간다는 건 단순히 기온 자체가 상승하는 것만이 아니라 폭염·홍수 등 극단적인 기상현상 외에 해양산성화·해수면 상승·생태계 파괴·물 부족·질병 확산 등 모든 곳에서 위기가 발생한다"며 운을 뗐다.

이어 "기후 위기가 불평등과 연계성을 가진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이아몬드 교수가 저서 '문명의 붕괴'에서 '자연파괴와 불평등으로 문명이 붕괴한다'고 말한 대목을 인용했다. 상류층이 불평등 구조로 많은 이익을 얻기 때문에 자연이 파괴되고 심지어 문명이 무너지는 상황까지 가서도 인식을 잘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조 전 원장은 "'대변동'에서는 위기 자체가 파멸로 갈 수도 있지만 조금 더 나은 새로운 세계로 가는 전환점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본다"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려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긴 시간의 광범위한 세계에서 대응 체계를 만들어 행동하는 게 가능한가"라고 물었다. 이와 함께 "기후위기는 결핍 때문이 아니라 더 잘살고자 하는 욕망의 과잉에서 빚어진 것인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욕망을 제어하는 체계를 만들고 포용할 수 있나"라고 질문했다.

다이아몬드 교수의 답변은 간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후변화가 모든 나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악영향으로 받고 있는 만큼 대부분 국가가 기후변화에 동의하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탄소배출양이 많은 중국·미국·EU·일본 등 전 세계 다섯 개 나라가 자국 이익을 위해 관세 도입을 합의해 모범을 보이고 다른 국가도 탄소세를 도입하도록 한다면 해결이 빨라질 것"이라며, "전 세계가 모두 기후영향을 받는다는 건 희망이다. 단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질문자로 나선 장 교수는 "국가의 위기와 개인의 위기를 같이 볼 수 있나"며 다이아몬드 교수의 통찰과 직관에 근본적인 질문을 했다. 그는 "제가 위기를 겪을 때를 생각해보면 의사결정을 할 때 이성과 감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며, 국가가 겪는 다양한 위기에도 이런 요소가 작용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와 함께 장 교수는 "'총, 균, 쇠'에 열광했던 건 '왜 서양이 비서구권보다 앞서느냐'는 정직한 질문에 '서양인이 우월해서가 아니라 처음 정착한 곳이 비옥해 문명을 발달시키기에 좋았다는 지리적 우연 요소가 있었다'는 답이 우리를 자유롭게 했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그들보다 열등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생각이 우리를 자유롭게 했다. 이는 문명의 변동에 있어 우발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고 본다"며, "'대변동'에서도 우발성이 외재적 요소로 있지만 그와 함께 내적 원인도 말하고 있다. 그래서 든 생각은 '그건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생각이 아닌가'하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게 뭔지, 구체적인 인과적 힘의 차이를 보여주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그런 점에서 위기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여러 방법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보나"라고 물었다.

이에 다이아몬드 교수는 "국가 위기 해결의 중요한 요소는 행복한 결혼 요소와 같다. 행복한 결혼의 비결은 하나가 될 수 없다. 금전·자녀·장인장모·시부모·성관계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나만 고를 수 없다. 하나만 해결하지 못해도 위기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위기와 국가의 위기는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의 위기와 달리 국가 위기에는 리더십이 중요하고 여러 단체가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개인 위기 예측인자는 국가 위기를 해결하는 데 있어 은유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청중들도 여러 질문을 내놨다.

한국사회가 직면한 난제 중 난제인 '고령화 저출생'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를 살짝 비틀어 응수했다. 인구가 줄어드는 건 축복이라는 것이다. 그는 "인구가 줄어드는 걸 문제로만 생각할 건 아니다. 물론 인구가 5000만 명에서 2000만 명으로 준다면 문제지만 4500만 명 정도로 준다면 오히려 유리하다"며, "한국인들은 교육을 잘 받기 때문에 4500만 명의 한국인이 1억 명이 넘는 미국인 보다 낫다고 본다"고 답했다.

'위기의 징조 없이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다이아몬드 교수는 해법을 제시하는 대신 "예상하지 못한 문제는 개인의 삶에도 회사에도 국가에도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고, 후회하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외국어를 다섯 살 때부터 공부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2살 때부터 외국어를 공부했지만 동시통역을 하지 못한다며 농담을 섞어 안타까워했다.

저서 '대변동' 이후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갖는지 묻는 질문에 다이아몬드 교수는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없었다면, 히틀러나 처칠이 없었다면, 부처나 예수가 없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에 아직 답하지 못하지만 5~6년 후에는 리더의 역할을 다루는 책을 들고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