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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고은 성추행 폭로 배상 책임 없어"…최영미, "피해자 고소하면 건질 게 없어"

등록 2019-11-08 15:46:53 | 수정 2019-11-08 17:00:06

1심 이어 2심도 최영미 시인 폭로 신빙성 인정

최영미 시인(왼쪽)과 고은 시인. 2019.01.11. (뉴시스)
고은(86·본명 고은태) 시인이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최영미(58) 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1심에 이어 항소심도 최 시인의 폭로를 허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최 시인은 "통쾌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8일 서울고등법원 민사13부(부장판사 김용빈)는 고 씨가 최 씨 및 언론사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을 심리한 후 최 씨의 주장과 이를 토대로 한 언론사 보도가 모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고 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최 씨는 2017년 고 씨를 암시한 시 '괴물'을 통해 문단 내 성추행·성희롱 실태를 고발했다. 이 시는 발표 당시 즉각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2018년 초 서지현 검사의 성폭력 피해 고백을 계기로 알려지면서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 최 씨는 한 일간지를 통해 1990년대 초반 한 술집에서 고 씨의 성희롱성 행위를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17일 고 씨는 자신이 성추행을 하거나 신체 노출을 한 사실이 없다며 최 시인 등의 미투 폭로는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뒷받침하는 진술과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1심 재판부는 "최 씨의 진술은 자신의 일기를 근거로 당시 있었던 고 씨의 말 등을 묘사하는데 구체적이며 일관되고, 특별히 허위로 인식할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하는 한편 고 씨의 주장을 두고는 "반대 증거로 제시한 증언이나 주변 사정은 당시 사건이 허위임을 입증하는데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날 최 씨는 재판을 마친 후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 자신의 계정에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고 밝히며, "성추행 가해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고소를 하면 건질 게 없다는 것을 보여줘서 통쾌하다"고 밝혔다. 그는 사건을 맡은 여성변호사회와 힘을 보태준 여성단체 등에 감사의 뜻을 전하며 "전 좀 쉬겠다"고 말했다.

한편 최 씨는 고 씨로부터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지난해 8월 기자회견을 열고 "이 재판은 그의 장례식이 될 것"이라 선언했다. 당시 최 씨는 "이 땅에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여기 분명한 사실이 있다. 제가 술집에서 그의 자위행위를 목격했다는 사실. 제 두 눈 뜨고 똑똑히 보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고 씨의 소송을 가리켜 "오래된 악습에 젖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불쌍한 사람의 마지막 저항이라고 생각한다. 민족문학의 수장이라는 후광이 그의 오래된 범죄 행위를 가려왔다"고 지적하며, "이 재판에는 제 개인의 명예만이 아니라 이 땅에 사는 여성들의 미래가 걸려 있으므로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겠다. 품위를 잃지 않고 끝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고 싸워서 이기겠다"고 밝혔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