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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다는 말 믿지 마세요” 틸만 러프, 도쿄올림픽 방사능 위험 경고

등록 2019-11-28 17:26:52 | 수정 2019-11-28 23:50:15

일본 정부는 자국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는 데도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도쿄 올림픽과 방사능 위험'이란 제목의 국제세미나가 열렸다. 사진은 틸만 러프 호주 멜번대 교수가 주제발표하는 모습. (뉴스한국)
내년 7월 일본에서 도쿄올림픽이 열린다. 세계인의 축제를 앞두고 틸만 러프(64) 호주 멜번대 교수가 한국을 방문해 방사능 위험을 경고했다. 2011년 3월 11일 규모 9.0의 강진과 지진해일로 후쿠시마 1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한 후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방사성 물질 유출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으며 누구의 생명과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후쿠시마에 있는 올림픽 시설을 모두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고,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후쿠시마 상황이 어떤지 객관적인 설명을 들어야 하며, 어느 누구도 오염 지역에 장기간 방문하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한 올림픽 기간에 방사성 물질이 유출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 미리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축제’가 불과 8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공중보건 및 전염병 전문의인 러프 교수는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도쿄 올림픽과 방사능 위험’이란 제목으로 열린 국제세미나에서 같은 제목의 주제 발표를 했다. 이 국제세미나는 탈핵에너지전환국회의원모임(대표의원 우원식 연구책임의원 김성환·김해영)·반핵의사회·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가 공동주최했다. 일본 정부가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지역에서 일부 올림픽 경기를 개최하고 성화 봉송을 하며, 후쿠시마에서 난 식자재를 올림픽 선수촌에 공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그 위험성을 경고하려고 계획한 것이다. 러프 교수는 1985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핵전쟁방지국제의사회 공동대표를 지냈고, 2017년에는 그가 설립한 핵무기폐기국제캠페인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러프 교수는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1원전에서 사용한 연료의 양이 체르노빌이 사용한 것보다 10배 많았다고 지적하며, 폭발사고로 방출한 방사성 물질의 양이 훨씬 더 방대하다고 분석했다. 또한 원전 사고 현장의 방사성 물질 70%가 존재하는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는 3~5년 동안 물과 전기를 이용해 능동적으로 냉각 관리해야 하는데 이곳들이 지진과 지진해일로 부러지고 뭉개지고 찢겨지며 완전히 파괴됐다고 설명했다.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에 있는 방사성 물질은 노심과 비교해 10~20배에 달하는 방사능을 지니는데 거대한 재난 탓에 고준위 방사선의 방사성 물질이 원전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고 냄새도 나지 않는 ‘죽음의 에너지’는 후쿠시마의 공기·흙·물에만 머물지 않았다. 러프 교수는 “방사성 물질이 일본 동부에 피해를 줬는데 도쿄 북부 지역도 상당한 방사성 물질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하는 한편 “일본 정부가 방사성 물질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축소 발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남쪽 20km 지역에서 성화 봉송과 소프트볼 경기를 하고, 방사성 폐기물 임시 하치장이 있는 이타테 지역에 라오스가 숙소 등 올림픽 시설로 이용한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상황이 상당히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정부는 재해가 다 끝났고 모든 게 정상으로 복귀했다고 주장하려 하지만 방사성 물질의 대기 방출은 물론 지진 위험에 노출된 곳”이라고 경고했다.

러프 교수는 일본 정부가 과거에도 주민에게 피해 상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재난에 올바르게 대처하지 않았다며, 일본 정부의 공식 발표를 회의적으로 보라고 주문했다. 그는 “또 다른 재난이 올림픽 기간에 발생해도 일본 정부가 이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으리라 보지 않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는 이런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일본 정부의 ‘안전하다’는 주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선수의 가족들 특히 아이들과 임신부는 일본에서 방사선 위협에 각별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올림픽 기간 중 방사성 물질이 유출할 경우 어떻게 대비하고 대피할지 미리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러프 교수는 일본 국회가 인가한 최초의 독립 조사위원회가 2012년 7월 5일 내놓은 공식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본 사고는 전적으로 인재다. 예측하고 방지했어야 하며 그럴 수 있었던 사고였지만 많은 실수와 고의적인 태만의 결과로 대비할 수 없었다”며, “본 사고는 정부·감독기관과 도쿄전력 간 결탁의 결과물이다. 이들은 원자력 사고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권리를 배반했다”고 밝혔다. 또한 “본 위원회는 정부와 감독당국이 국민의 건강 및 안전을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지 않았으며 사고지역 주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복지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강조했다.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도쿄 올림픽과 방사능 위험'이란 제목의 국제세미나에 참석한 후쿠시마 주민 카토 린 씨. (뉴스한국)
러프 교수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이는 조사위의 말대로 일본 정부에게 배신당한 후쿠시마 주민 카토 린 씨다. 카토 씨는 사고가 발생한 핵발전소에서 북동쪽으로 60km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다. 많은 사람은 60km나 떨어진 곳이니 방사선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폭발한 원전이 뿜어낸 방사성 물질은 60km를 훌쩍 날아 카토 씨의 몸 속을 파고 들었다. 사고 발생 6일 째인 2011년 3월 15일 카토 씨의 마을에서 계측한 방사선량은 24.24마이크로시버트(μ㏜)였다. 이는 사고 발생 전보다 600배나 치솟은 수치다.

카토 씨는 당시 배가 아프지 않은 설사를 하며 불안했다. 잠자는 시간을 아껴 정보를 구했고, 체르노빌 사고 때에도 사고 지점 반경 300km 이내에 고선량 지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카토 씨는 후쿠시마에서 300km 밖으로 벗어나려 했지만 피난자 주택을 이용할 수 있는 이재 증명서를 받지 못해 발이 묶였다. 그러다 후쿠시마에서 500km 떨어진 오사카로는 이재증명 없이도 피난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어린 딸을 데리고 피난 길에 올랐다. 복통 없는 설사는 오사카로 이주하자 즉각 멈췄다. 가족들과 헤어져 지내기를 8년, 그는 올해 2월 후쿠시마에 살며 심근경색으로 2015년부터 입퇴원을 반복하다 사망한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려 다시 후쿠시마로 갔다.

그가 떠났던 주택 앞에는 고준위 방사성 물질이 섞인 토양을 걷어 담은 대형 자루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후쿠시마의 공간 선량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이 자루 근처로 가면 방사선량은 다시 치솟았다. 게다가 이 지역에서 난 버섯·나물이나 야생멧되지에서 높은 수치의 방사선량을 측정할 수 있었고, 지난해 담수어인 산천어와 곤들매기에서 올해 1월 후쿠시마 앞바다에 홍어에서 kg당 100베크렐(Bq)이 넘는 방사성 세슘을 검출했다. 방사성 물질은 사람의 몸에도 파고들어 2018년 12월 현재 최소 273명의 소아갑상선암 환자가 발생했다.

카토 씨는 “원전 사고로 가장 무서운 건 피폭이다. 피폭 중에도 몸 안에서 계속 방사선을 쏘아대는 내부 피폭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히로시마·나가사키 경험으로 알려졌다”며, “우리는 8년 전 그날 대체 얼마나 피폭을 당한 것일까”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공식 발표한 공간선량을 근거로 산출한 초기 피폭선량은 10일간 1.5밀리시버트(mSv)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실효 선량 한도는 연간 1mSv인데, 기준치를 고작 10일 사이에 넘겨버리는 피폭을 강요당한 것이다. 카토 씨는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우리에게 사죄는커녕 적절한 배상도 지원도 일절 하지 않고 있다”고 규탄했다.

카토 씨는 “일본 정부는 공가선량 만이 아니라 식재료의 방사선량과 식품 검사 결과는 물론 토양오염 조사 결과 등 상세한 정보를 공표해 시민이 각자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을 상대로 일존 전역에서 30개 단체가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원고 수만 1만 2500명을 넘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