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문화

‘기생충’이 세계 영화의 역사를 새로 썼다…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 영예

등록 2020-02-10 14:16:05 | 수정 2020-02-10 14:37:05

비영어권 영화 최초 작품상에 감독상·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까지

봉준호 감독이 9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작품상을 받으며 환호하고 있다. (AP=뉴시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세계 영화 역사를 새로 썼다. ‘기생충’은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의 상인 작품상과 더불어 감독상·국제장편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각본상의 영예를 안았다.

비영어권 영화가 아카데미 최고상인 작품상을 받은 것은 92년 아카데미 역사상 처음이다. 비영어권 영화는 10차례 작품상 후보에 올랐으나 한 번도 수상한 적이 없었다. 올해 아카데미는 ‘1917’·‘포드 V 페라리’·‘조조 래빗’·‘작은 아씨들’·‘아이리시맨’·‘조커’·‘결혼 이야기’·‘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 쟁쟁한 미국 영화들을 물리치고 ‘기생충’을 수상작으로 호명했다.

봉 감독과 함께 무대에 올라 작품상 트로피를 받은 ‘기생충’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의 곽신애 대표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 일어나 말이 안 나온다”며 “지금 이 순간 굉장히 의미 있고 상징적이며 시의적절한 역사가 쓰여진 기분이 든다. 이런 결정을 내린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이 9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리고 있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감독상을 받고 객석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가리키며 기뻐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할 수 있다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오등분 해 존경하는 감독 후보들과 나누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AP=뉴시스)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다음으로 영예로운 상인 감독상도 ‘기생충’의 봉 감독이 차지했다. 마틴 스코세이지(아이리시맨)·토드 필립스(조커)·쿠엔틴 타란티노(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샘 멘더스(1917)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거장 후보들 사이에서 얻은 성과다. 봉 감독은 감독상 수상 소감에서 “오스카가 허락한다면 텍사스 전기톱으로 트로피를 다섯 등분해 모두와 나누고 싶다”고 말해 좌중에 폭소를 안기며 다른 후보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동양인이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건 ‘브로크백 마운틴’과 ‘라이프 오브 파이’로 두 차례 감독상을 받은 리안 감독 이후 봉준호 감독이 두 번째다. 다만 두 영화는 할리우드 제작 영화였다는 점에서 봉 감독은 한국 영화로 감독상을 받는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기생충’ 각본을 쓴 봉 감독과 한진원 작가의 각본상 수상도 아시아계 작가 최초다. 외국어 영화가 각본상을 받은 것도 2003년 ‘그녀에게’ 이후 17년 만이다. ‘기생충’ 외에 ‘나이브스 아웃’(라이언 존슨)·‘결혼이야기’(노아 바움백)·‘1917’(샘 멘더스)·‘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쿠엔틴 타란티노) 등이 후보에 올랐다.

영화 ‘기생충’이 9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아 봉준호(왼쪽)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과 출연진이 무대에 올라 상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AP=뉴시스)
봉 감독은 각본상 수상 소감으로 “감사하다. 큰 영광이다. 시나리오를 쓴다는 게 사실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다. 국가를 대표해서 쓰는 건 아닌데, 이 상은 한국이 받은 최초의 오스카상”이라며 “대사를 멋지게 화면에 옮겨 준 기생충 배우들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한 작가는 “미국에는 할리우드가 있듯이 한국에는 충무로가 있다”며 “제 심장인 충무로의 모든 필름메이커와 스토리텔러와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 탄생 101년 만에 새로운 역사를 쓴 ‘기생충’은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각본상·편집상·미술상·국제영화상 등 6개 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려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아카데미상은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가 수여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이다. ‘기생충’은 앞서 73회 영국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감독상, 77회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72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최동현 기자 cdh@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