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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핵 억지력을 포기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등록 2020-02-12 10:27:10 | 수정 2020-02-12 11:20:41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 VOA 인터뷰서 지적

북한 조선중앙TV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7기 5차 전원회의 3일회의를 지난해 12월 30일에 계속 진행했다고 31일 보도했다. 조선로동당 김정은 위원장이 1일회의, 2일회의에 이어 보고를 계속했다고 방송했다. 2019.12.31. (조선중앙TV 갈무리=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11월에 열리는 미국 대선 전까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가 길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2018년 6월 역사적인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전대미문의 협상이 성사할 것이라는 전 세계의 여망은 2년이 다 되어 가도록 이렇다 할 결과도 없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이 핵 억지력을 포기하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진행한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 21명 심층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북한과 김 씨 왕조의 생존에 필수적이라고 믿는 북한의 핵 억지력을 진심으로 포기하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김정은이 경제 번영과 현대화의 대가로 핵무기와 미사일을 실제로 포기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믿음이야말로 그의 대북 정책이 갖는 근본적 문제이고 이는 물론 잘못된 가정"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의 이 같은 지적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워싱턴이 얼마나 회의적으로 보는지 대변한다고 VOA는 설명했다.

다만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김 위원장이 상당 수준의 제재 완화를 조건으로 영변 핵시설 폐기처럼 북한 핵 능력을 다소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 의지는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 희망과 현실의 간극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드러났다"며,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 이후 김 위원장은 제한적 비핵화라는 북한의 제안을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이게 만들려고 애써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완화에 동의하지 않으면 핵과 장거리미사일 실험을 재개하겠다고 위협하면서 말이다.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그런 위협에 넘어가지 않고 있다. 그 결과 미북 비핵화 협상은 진전을 이루는 데 실패해 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연구원 역시 미국의 대북 외교가 실패한 이유는 북한 정권이 핵무기와 운반 체계를 포기할 의향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고 VOA에 말했다. 그는 "김정은 정권이 핵 역량을 경제적 번영과 맞바꿀 준비가 돼 있다는 생각은 언제나 망상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VOA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관심이 단지 정권 생존이라고 하기에는 북한이 보유한 30~60개의 핵무기가 지나치게 많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유엔 제재라는 대가를 치르면서도 더 많은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 희생을 치르려는 건 그가 적어도 100~200개의 핵무기를 절실히 원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이 그렇게 많은 핵무기를 만들려고 한다면 그의 국가 목표는 정권 생존과 함께 북한 주도의 통일이라는 점은 자명하다"며, "만약 미-한 동맹이 실제로 깨지고 북한이 100~200개의 핵무기를 갖게 된다면 핵무기가 전혀 없는 한국을 상대로 북한은 군사적 우위에 서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은 북한이 주도하는 통일을 한국에 강요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VOA 인터뷰에서 현 교착상태의 본질이 협상 장치의 '원죄'에 있다고 꼬집었다.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정의를 합의한 적이 없고 두 나라는 전혀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미국에게는 '비핵화'가 북한 핵 프로그램의 검증 가능한 종말을 의미하지만 북한 관리들은 나에게 '한반도 비핵화란 미한 동맹 종식·주한 미군 철수·한미에 미 핵우산 제거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는 미국이 물리적 충돌 상황에서 동맹들을 방어하기 위한 전술 및 전략 자산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을 없애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은 핵무기 보유가 핵 포기 보다 위험하다고 판단할 때만 비핵화를 할 것'·'김정은은 그의 게릴라 왕조와 수용소 국가의 지배 아래 한반도를 통일하기 위해 전복·강압·강탈·무력 사용이라는 북한의 전통적 전략을 계속 추구할 것' 이 두 가지 가정을 미국의 대북 정책을 재고하는 데 지침으로 삼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만 그는 "김정은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김정은의 공포심과 내부에서 발생하는 위협을 그에게 대항하는데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