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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에서 기생충까지…전 세계가 주목한 ‘K 소프트파워’

등록 2020-02-12 17:55:24 | 수정 2020-02-12 18:01:06

K팝→K뮤비 ‘대중문화 강국’ 북미 시장 강타
싸이 ‘강남스타일’로 한류 열기 본격화
드라마 ‘라이브’ 등 K콘텐츠, 이젠 美 안방 공략

봉준호 감독이 9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막을 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작품상을 받고 기자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은 각본상, 국제영화상, 감독상,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했다. (신화=뉴시스)
“BTS(방탄소년단)와 같은 K팝 밴드, 동아시아에서 인기를 누리는 TV 드라마, 축구에 이어 영화가 한국의 ‘소프트 파워(soft power)’ 규모의 한 면을 보여준다.”(영국 가디언)

“‘기생충’의 승리는 K팝과 한국 드라마의 폭발적 인기로 아시아에서 이미 핵심 소프트파워가 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미국 블룸버그통신)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9일(현지시간)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뒤 한국의 문화·예술 등이 행사하는 영향력, 즉 소프트파워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하고 있다.

특히 K팝과 K드라마에 이어 K무비마저 ‘대중문화 강국’ 미국을 비롯한 북아메리카 시장을 강타하면서 현지에서 한국 대중문화가 명실상부 주류로 등극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최근 빌보드차트를 제패한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선봉으로 K팝이 북아메리카에서 인기를 누리면서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은 이미 어느 정도 형성됐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2019 한류나우’에 기고된 오미영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의 ‘2018 해외한류실태조사 – 미국 한류 심층분석’에 따르면 한류열풍의 중심지였던 중국과 일본이 일련의 정치적 이슈로 그 열기가 주춤하는 사이에 미국은 한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오 교수에 따르면 미국에서 한류는 LA,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애틀랜타 등 대도시의 한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국의 전통문화, 음식문화, 정신문화가 공유되면서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1990년대 말 대중가요(K팝), 드라마, 영화, 게임 등의 한국 대중문화콘텐츠가 아시아에서 인기를 끌자 미국 내 아시아인들에게까지 전파됐고, 그 과정에서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점차 미국 주류 사회로까지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2012년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유튜브를 강타한 뒤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미국의 주요 언론사와 미디어가 이에 대해 연일 보도하자 현지 한류 열기는 본격화되기 시작했다고 오 교수는 봤다.

오 교수는 “한류가 확산되기 이전 미국인들은 한국하면 ‘동아시아에 있는 작은 나라’ 또는 ‘미국의 원조를 받던 가난한 나라’ 쯤으로 인식하거나, 이마저도 모르는 사람들은 북한과 한국을 혼동하는 등 한국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고 짚었다. 한국이라고 하면 ‘한국 전쟁’, ‘북한’, ‘전쟁’, ‘분단국가’ 등을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는 얘기다.

영화 ‘기생충’이 9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아 봉준호(왼쪽)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과 출연진이 무대에 올라 상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AP=뉴시스)
하지만 ‘2018년 해외한류실태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현재 한국과 관련된 연상 이미지로 ‘K팝’을 가장 많이 떠올렸다. 그리고 ‘문화강국이다’에 52%가 긍정적인 답변을 보였다.

오 교수는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것도 있지만, 한국 드라마, K팝, 영화 등 한류콘텐츠를 통해 목격한 한국의 발전된 모습과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다양한 문화가 미국 내 한류팬들을 사로잡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영화 ‘기생충’, 한류 폭 넓히다.

‘기생충’은 한국 영화계 풍경뿐 아니라 미국 영화계 풍경까지 바꿨다. 세계적인 권위는 인정받았으나 ‘백인 남성’으로 상징되는 ‘로컬 시상식’이라는 이미지도 동시에 갖고 있던 ‘아카데미’가 세계를 아우르고 있다는 메시지를 ‘기생충’이 대변하게 된 것이다. 이제 명실상부 국제상으로 거듭나게 됐다는 얘기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은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과 관련 “역사적 승리”로 평가하며 최근 미국 영화계 내에 국제영화에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기생충’에게 ‘아카데미 4관왕’이 끝이 아니다. 시상식이 끝난 이후에도 현지에서 신드롬은 이어지고 있다. 오스카에서 4개의 트로피를 안은 이후 하루 만인 10일(현지시각) 북미 박스오피스 순위 4위를 차지했다. 전날 12위보다 8계단이나 뛰어오른 성적이다.

지난해 10월 현지에서 개봉한 ‘기생충’은 줄곧 10위권 밖에 있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다가올수록 역주행하더니 수상 이후 5위권 안에 진입한 것이다. ‘기생충’ 북미 배급사 네온은 현재 1060개 상영관 수를 이번 주말 2000개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현재까지 ‘기생충’ 북미 수입은 약 3600만 달러다. 관계자들은 ‘기생충’이 현지에서 최대 5000만 달러(약 588억 원)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기생충’의 영광에 투자 배급사 CJ ENM의 공로도 크게 인정받고 있다. CJ ENM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앞두고 ‘기생충’을 알리기 위해 100억 원을 쏟아 부었다. 현지 오피니언 리더들을 대상으로 파티 등을 통해 작품 알리기에 돌입했다.

◇한류 중심 K팝, 기반 공고히 한다

프로모션과 배급은 이미 북미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K팝에게도 최근 화두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2019년 한류나우’에 기고된 대중음악평론가인 아이돌로지 문용민(필명 미묘) 편집장의 글 ‘북미 시장과 K팝의 새로운 세대’에서 이 같은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 제62회 그래미 어워즈.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뉴시스)
문 편집장에 따르면 과거 해외 진출 사례는 국내 기획사와 음반사가 제작한 뒤 국내 배급망을 통해 유튜브,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등의 음원 유통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 주를 이뤘다. 현지 프로모터를 통해 투어를 진행하는 방식이 병행됐다.

본격적인 변화가 이뤄진 것은 2017년 9월 방탄소년단이 ‘러브 유어셀프 승 허’ 앨범을 시작으로 세계적 유통망인 디 오차드 엔터프라이지스와 계약하며 북미 시장에 직접 배급된 시점이라고 문 편집장은 짚었다.

문 편집장은 “뿐만 아니라 SM 엔터테인먼트의 슈퍼엠(SuperM)은 캐피톨 레코즈(Capitol Records)와 공동으로 기획해 북미 데뷔를 이뤘고, 단숨에 ‘빌보드 200’ 차트의 1위에 오르며 음반 판매량으로 세를 과시했다. 오히려 국내에서는 수입반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면서 “이와 같은 변화는 온전히 국내에서 기획 및 제작하여 필요한 부분만 현지 업체와 프로젝트계약을 하던 시기에서, 북미 음악 시장에 그 일원으로서 더 깊이 침투하는 시기로 전환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문 편집장에 따르면, 그룹 ‘갓세븐’과 ‘트와이스’ 등이 소속된 JYP엔터테인먼트도 오차드와 유통 계약을 맺었고 그룹 ‘몬스타엑스’는 소니 뮤직 산하 에픽 레코즈와 계약을 맺었다.

이런 상황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 K팝이 라틴팝처럼 미국 내에서 특별한 장르가 아닌 하나의 장르로 인식될 것이라는 예상이 쏟아지고 있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을 축하하는 LA 파티에서 K팝 그룹 ‘에이스’가 공연한 것처럼 미국 내에서 한국 대중문화가 자연스럽게 선보이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이미 빌보드 200에서 세 차례 정상에 오르며 ‘21세기 비틀스’로 불리는 방탄소년단, 한국 가수 2번째로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한 ‘슈퍼엠’ 등을 통해 K팝은 ‘대중문화 강국’ 미국에서 이미 주류로 자리 잡았다는 시선이 많다.

미국 LA타임스는 슈퍼엠이 지난 1일 LA에서 펼친 무대에 대해 “두 시간 동안 선보인 공연에서 기교, 음악적인 범위와 신체적인 기술을 통해 이 분야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다. 문화 현상으로 봤을 때, K팝은 더 이상 미국에 증명할 것이 없다. 이제 그 안에서 가능한 것을 보여주는 것은 그 그룹들에게 달려 있다”고 쓰기도 했다.

CJ ENM이 2012년부터 7년째 개최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한류 축제 ‘케이콘(KCON)’도 K팝과 한류의 열기를 확인시켜주는 사례다. 지난 8월 LA에서 열린 ‘케이콘’은 나흘 동안 10만 3000명이 운집하기도 했다. 2012년 케이콘 LA 어바인 개최 첫해 1만 명에서 10배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다.

‘너의 목소리가 보여 7’. (엠넷 제공=뉴시스)
◇이제 K콘텐츠, 안방극장 향한다

유튜브와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K팝, 스크린을 주축으로 한 K무비에 이어 북미 안방극장을 공략할 K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쏟아지고 있다.

이미 노희경 작가의 tvN 드라마 ‘라이브’가 미국에서 리메이크를 확정하는 등 한국 드라마에 대한 북미 시장의 관심도 크다.

이런 기세를 봉 감독의 작품들이 이어 받고 있다. ‘기생충’은 미국 방송사 HBO에서 드라마로 재탄생한다. 봉 감독의 다른 영화 ‘설국열차’ 역시 미국에서 TV 드라마로 다시 태어난다.

영화, 음악뿐 아니라 TV 콘텐츠도 제작하는 CJ ENM은 좀 더 큰 판으로 뛰어들었다. 최근 할리우드 제작사 ‘스카이댄스’(Skydance Media)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글로벌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스카이댄스는 ‘터미네이터’, ‘미션 임파서블’ 등을 제작했다.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현지 관심도 높다. 미국판 ‘복면가왕’인 ‘더 마스크드 싱어 시즌3’는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스포츠 행사 ‘제54회 슈퍼볼’ 직후 특집으로 방송됐다.

미국 지상파 채널 폭스(FOX)가 이 프로그램에 대한 중요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더 마스크드 싱어’는 MBC TV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의 판권을 수입, 작년 1월부터 방송하고 있다.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의 ‘너의 목소리가 보여’(너목보) 역시 폭스(FOX)에서 정규 프로그램으로 제작이 확정됐다. ‘너목보’ 미국판은 폭스가 자체 제작, 올해 말에 첫 방송할 예정이다.

특히 ‘너목보’ 미국판에는 기획단계부터 파일럿 제작, 본 방송 제작 등에 엠넷의 이선영 CP가 프로듀서로 적극 참여하고 있다. CJ ENM은 “기존 해외 판매가 에이전트를 통해서 이뤄졌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CJ ENM과 폭스 간 직접 계약으로 이뤄져, 콘텐츠의 가능성을 크게 어필하고 가치를 인정받은 사례”라고 자랑했다.

서장호 CJ ENM 콘텐츠사업부 상무는 “‘너목보’는 국내에서 시즌7까지 제작됐고 해외 10개국에서 리메이크 돼 시즌을 이어가는 만큼 이번 미국판도 분명히 성공할 것"이라고 자부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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