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개혁’ 시늉하나…과거 정책이 주는 마약 거부하라”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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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개혁’ 시늉하나…과거 정책이 주는 마약 거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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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18 12:54:44 | 수정 : 2018-07-18 22: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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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명 지식인 “사회경제개혁 포기 우려한다” 비판 성명 발표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의선 공유지 기린캐슬에서 진보적인 대학 교수들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는 지식인 선언을 발표했다. (뉴스한국)
‘소득 주도 성장’·‘혁신 성장’·‘공정 경제’를 핵심 경제정책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촛불정부로서의 소임을 다하기는커녕 사회 경제 개혁을 포기할까 우려한다는 지식인 성명이 나왔다.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의선 공유지 기린캐슬에서 이병천 강원대·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와 조돈문 가톨릭대·유철규 성공회대·전성인 홍익대·전강수 대구가톨릭대·박배균 서울대 교수가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 촛불정부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가-사회경제개혁의 포기를 우려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에는 이날 오전 현재 323명의 지식인이 서명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지금까지 겨우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의 갑질을 시정하고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기술 탈취를 방지할 정책에 손을 댔을 뿐 재벌개혁 관련 핵심 법안의 제·개정에서는 거의 성과가 없고 골목상권을 살리는 정책과 건물주의 갑질을 방지할 방안을 시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노동 존중 사회’를 표방하며 국정 과제 1호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하고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긴 했지만 노동 존중 사회로 가는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로드맵을 가지기나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서는 자회사 방식을 허용하고 다양한 예외를 두어 많은 비정규직을 온존시켰고 정규직화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차별이 해소되지 않아 무늬만 정규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더 본격적인 과제인 민간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아직 첫 발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사람은 열심히 일해도 제대로 먹고 살지 못하고 다른 사람은 빈둥빈둥 놀아도 재산이 비대해지는 부조리한 세상, 그것이 바로 오늘날의 대한민국이다. 이 부동산공화국을 해체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며, “부동산공화국 해체에 가장 강력하고 적절한 정책수단은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해 불로소득을 차단하는 것인데 집권 1년이 다 가도록 문재인 정부는 보유세제 개편을 방기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 4월 정책기획위원회 산하에 설치한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1조 1000억 원의 세수 효과가 있는 권고안을 만든 것도 ‘찔끔 증세’라는 비판을 받는데 정부가 이 권고안조차 수용하지 않고 세수 효과 7400억 원의 정부 개편안을 발표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주목할 점은 주택과 종합합산 토지의 종부세는 약간 강화하면서 지불 능력이 큰 대기업이나 건물주에게 부과하는 별도합산 토지 종부세는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며, “서민·중산층이 아니라 부동산 부자를 안심시키는 문재인 정부의 개펴난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경제 관료들이 개혁을 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집권 1년 2개월을 지나면서 문재인 정부는 경제개혁 청사진을 갖고 있지 않을뿐더러 개혁의지도 박약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정권 실세들이 한반도 평화무드에 취해 뿌리 깊은 적폐구조는 좀처럼 건드리지 않은 채 약간의 인적 청산과 ‘개혁 시늉’만으로 다음 총선과 대선을 대비하는 것이 아닌지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하며, “정부와 청와대 핵심 부서에 개혁을 올바로 추진할 마인드와 실력을 가진 인물을 대거 포진해야 한다. 아무리 그럴싸한 감언이설과 경고로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해도 구태에 젖은 경제 관료들이 개혁을 이루어 내리라 기대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선진경제를 궤도에 올려 세우고 정의롭고 윤택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통령부터 과거 정책이 주는 달콤한 마약을 거부해야 한다”며, “내부에서 일어나는 경제개혁 실패와 민심 이반이 한반도 평화의 길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성명서는 6월 말에서 7월 초 최저임금 효과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부동산 보유세 개편안을 졸속으로 제시하는 과정을 보며 몇몇 지식인들이 우려를 공유하며 나온 것이다. 이병천 강원대 명예교수는 “논의를 하며 ‘촛불의 뜨거움이 너무 빨리 식었다’·‘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을 경질한 게 적절한가’·'최저임금 논의가 너무 부적절하게 굴러가고 있다'·'소득주도 성장의 본래 취지가 퇴색한 건 부적절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런 맥락에서 소득 주도 성장을 비롯해 사회 경제 개혁을 내세운 제이노믹스가 길을 잃은 게 아니냐는 판단이 있었고, 곧바로 성명서를 발표할 필요가 있다는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명예교수는 “지식인 선언의 취지는 문재인 정부가 사회 경제 개혁의 길을 잃었고, 돌아오기 쉽지 않다는 판단이지만 이번 성명은 이번 정부와 결별한다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성명서 발표가 있은 후 ‘굳이 기자회견이라는 방식을 택해 입장을 밝히는 이유’를 묻는 질문이 나왔다. 전강수 교수는 “참여정부의 연장선상에 있는 현 집권 세력이 그때 실패한 것을 복기하며 약간 이상하게 가고 있다. 참여정부 때는 소통이라는 게 있었지만 지금은 여러 경로로 의견 표시를 해도 마이웨이하는 것 같다. 특히 경제개혁과 관련해 청와대와 정부가 ‘참여정부 때 시민사회 이야기 들어주다 망했다’는 피해의식을 가진 게 아닌가 싶다”며, “최근 일련의 사태가 ‘마이웨이’ 선언으로 보여 걱정이다. 소통을 회복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질문에 전성인 교수는 개인적인 생각임을 전제로 “역사의 기록을 남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걱정하는 건 이 정부가 관료의 사탕발림에 빠져 재벌이 주는 즉가적인 경제 단기효과 예를 들면 고용을 부탁하는 식의 그런 마약을 먹기 시작했다고 본다”며, “더 나쁜 길로 빠지기 전에 이렇게 경고하는 메시지가 있었다는 점을 역사에 남기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왜 (청와대와 정부에) 말하지 않았겠나”라며, “청와대 담당자를 만나 이야기를 해봐야 ‘시민단체의 이야기를 들어줬다’는 명분 외에 실질적으로 얻을 게 있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병천 교수는 “지식인들의 생각은 공사를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첨언했다. 그는 “아무리 중요한 인물의 이야기라도 사적인 이야기와 시민사회의 공적인 목소리는 다르다”며, “성명서는 현 정부와 완전한 결별을 뜻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단순한 충고도 아니다. 대단히 강력한 비판과 요청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선언문에 더불어민주당의 문제를 꼬집는 대목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조돈문 교수는 “대통령 지지율이 70~80%인 상황에서 여당이 청와대 개혁의 발목을 잡는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최저임금 1만 원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데 이를 반박하는 논리를 상쇄할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건 경제 관료의 무능 때문이라고 본다. 그래서 정당보다 정책을 보필하는 정부에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사회 경제 개혁의 정도로 나아가기를 바란다며 다섯 가지 이행 사항을 제안했다. 제안 내용은 아래와 같다.

▶ 특권과 반칙, 강자의 갑질을 저지하고 약자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목적을 두었던 '소득 주도 성장, 혁신 성장, 공정 경제'의 본래 정신을 새롭게 회복하고, 그 패러다임의 실현에 필요한 정책들을 과단성 있게 추진하여 촛불정부의 소임을 다할 것.

▶ 재벌에 넘겨준 권력을 즉각 회수하고 재벌체제의 적폐를 청산함으로써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노동자, 농민 등 우리 사회의 을들과 대기업이 상생, 동반성장하는 경제 생태계를 조성할 것.

▶ 상시적 업무의 직접 고용 정규직 채용 원칙과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을 실현함과 동시에 여성, 청년, 노년, 장애인 등 노동시장 취약 집단의 노동권을 보호할 것.

▶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과 지대추구 방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없는 기획재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을 즉시 폐기하고, '부동산공화국'을 해체할 수 있는 과감한 대책을 새로 마련할 것.

▶ 농촌 붕괴와 지방 소멸 시대가 운위될 정도로 심각한 지역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농정의 틀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지역 재생 방안을 시급히 마련할 것.

▶ 타성에 젖은 경제 관료를 중용하다가 개혁이 물 건너간 과거의 뼈아픈 경험을 되풀이하지 말고 내각과 청와대에서 반개혁적 흐름을 주도하는 인물들을 개혁적인 인물들로 교체하여 담대한 사회 경제 개혁을 다시 추진할 것.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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