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사회

교회 內 ‘성폭행사건 덮으라’ 회유와 강압에 시달리다 끝내 자살

등록 2015-03-12 21:50:58 | 수정 2015-03-15 12:04:05

강간범죄 모르쇠가 자살사건으로…막장드라마 세트장이 된 ‘이단상담소’

최근, 서울 송파구 소재 00교회(예장합동)가 운영하는 이단상담소에서 상담에 참여하던 유부녀가 다른 회원인 유부남에게 강간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강간 피해자인 유부녀의 도움 요청을 받은 또 다른 회원 L씨가 성폭행 사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다가 오히려 자신을 따돌리고 사건을 덮으려고 하는 교회 측과 목사에 대한 절망감, 그리고 부탁을 받고도 피해부녀를 제대로 돕지 못했다는 죄책감 등에 괴로워하다가 평소의 지병인 우울증이 급속 증폭된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달 21일, 00교회 신도 L씨가 경기도 의정부의 모친 집에서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사망한 L씨의 아내에 의하면 최근에 남편 L씨는 ‘내가 모함을 당하고 있다. 위험하니 아이들과 다른 곳에 피신해 있어라’라고 말하며 불안해하는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남편의 자살이후 유품을 정리하던 아내는 남편의 핸드폰에 저장된 전화통화 녹음파일 여러 건을 발견하고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L씨의 육성이 담긴 통화녹음에서 L씨는 “저를 죽이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거고, 어차피 제 주변에 사람 다 떠났는데, M씨가 저한테 그런 말을 했어요, 일요일 날 자기가 C씨한테 성폭행을 당했는데 목사님한테 얘기해서 못나오게 해 달라, 목사님이 왜 알면서도 못 막고 있었나? 왜 보고만 계셨나? 우리 목사님은 돈을 ?아 가는 거 아니냐? 나도 없지만 돈을 챙겨다 드리고 그랬단 말이야, 내가 너무 고민하다 보니까 눈까지 안보이고 그러는 거야, 너무 충격이 온 거지, 그래서 목사님한테 교회 안가고 교육 안 받는다고 문자 보내드렸어요, M씨가 독을 품은 것이 이해가 돼. (목이 메어 울먹이며) 혼자서 되게 고민 많이 했어요 진짜 도와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게 너무 한스러웠어” 라며 00교회 K집사에게 고통을 호소하였다.

그러나 K집사는 “성폭행 당했다는 그런 소리 하지마. 그냥 덮어요. 그냥 얘기하지마, 서방 있는 여자를 뭐 도와주고 말고 해... L사장님은 M씨를 아껴. 그런데 그 사람이 M씨를 강간했어. 그것을 도와주지를 못하는 L사장님은 가슴이 아파. M씨도 그거에 대해서 더 이상 말도 못하고 안타까워해. 그것을 묻고 가자니 속은 상하고 갈등 생기다가 교육도 안 나가도 교회도 안 나간다고 목사님하고 나한테 얘기 했어. 다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하는 내가 미워. 그래도 덮을 건 덮어야 돼. M씨 남편이 알아도 문제고, 모른 척 하는 것이 돕는 거야. 그냥 내비 둬요.”라며 교회 내 강간사건을 무조건 덮으라고만 L씨를 회유했다.

L씨는 성폭행 사건 해결을 도와달라는 자신이 도리어 교회 측으로부터 견제대상이 되는 현실을 감당할 수 없어 괴로워하며 전화를 끊은 후 자신의 핸드폰에 “제발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라며 답답한 심정을 녹음으로 남긴 후 자살을 선택했다.

장례식장에 참석한 L씨의 친구도 “아무래도 L씨가 다니던 그 교회가 이상했었다”며 목사에게 따지기 위해 사망한 L씨의 휴대폰으로 00교회 목사에게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목사는 끝까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런데 마지막 통화자 K집사는 갑자기 장례식장에 나타나 L씨의 죽음이 ‘종교문제’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자살한 남편의 녹음파일 발견으로 진실을 알게 된 아내는 그 모두가 K집사의 계산된 행동이었음을 알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오히려 죽은 이의 생전 마지막 통화를 담은 녹음파일에서는 종교문제는 관심 없어 하는 L씨가 오로지 ‘성폭행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하는 절망 섞인 호소를 거듭하였음에도 이를 덮으라고 종용만 한 장본인이 바로 K집사였기 때문이다.

유족들은 도와달라는 호소의 녹음파일은 L씨의 유언장과도 같다며 L씨가 고민했던 교회 내 성폭행 문제를 밝히고 그 불법이 드러나면 교회 관계자들에 대한 법적조치도 고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쉬쉬하고 덮는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고질적인 교회 내 성폭행 문제가 한 신도의 자살에까지 이른 현실을 해결하기 위한 개신교단의 제도적 보완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