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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아니고 기후위기‧생존위기…기후비상사태 선포해야”

등록 2019-07-24 13:16:26 | 수정 2019-07-26 13:15:58

23일 그린피스서 환경단체 비롯 기후위기 걱정하는 조직‧개인 모여 집담회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남영동에 있는 그린피스 회의실에서 기후위기 문제를 논의하는 집담회가 열렸다. (뉴스한국)
지금 당장 이산화탄소 배출을 중단하지 않으면 지구가 ‘찜통지구’로 변해 돌이킬 수 없다. 현재까지 발견한 유일한 ‘생명의 별’ 지구가 금성처럼 죽음의 별로 변할 수 있다. 공상과학영화 줄거리가 아니라 현실이다. 파국적 기후위기로 인류가 멸망을 앞둔 비극적인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을 하자고 해야 할까.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남영동에 있는 그린피스 회의실로 100명 안팎의 사람들이 모였다.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모든 단체‧조직‧모임‧개인이 모여 공동 행동을 논의하자는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의 제안이 있은 지 열흘 만이다.

“기후위기는 생존의 문제”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지금은 생존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덥고 아니고를 떠나 식량과 식수의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자리도 있을 수 없다. 안전한 기후를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0’으로 만들어야 한다지만 정치와의 간극이 크고, 각 나라의 대책은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 2015년 이후 각 나라가 대응 방안을 제출하긴 했지만 이를 실행한다고 해도 지구 평균 기온이 섭씨 3~4도 오른다는 추정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기후변화의 징후가 점차 뚜렷해지고 존재론적 문제로 현실화하는 가운데 기후변화가 말 그대로 비상사태라면, 기존의 일상적 대응은 무의미하며 사회적인 비상 대응이 필요하다”며, “최근 영국 등 4개 나라가 국가 차원에서 그리고 뉴욕‧파리‧시드니를 비롯한 전 세계 약 740개 지자체가 지방정부 차원에서 이미 기후변화 비상사태를 선언했다”고 강조했다. 각 도시가 단일한 규정으로 기후비상사태를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공통적으로 탄소 배출을 중단하는 걸 시급한 요구로 담았다.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는 ‘선언’에만 그치지 않는다. 한 소장은 집담회 개최를 요구하며 전 세계 대중 조직의 비폭력 직접행동을 소개했다. 영국의 ‘멸종저항’은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는 정부의 적극적 대처를 촉구하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방법을 택했다. 런던 템스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점거해 교통을 마비시키고 BBC방송 건물을 봉쇄해 직원들이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고 자연사 박물관을 점거해 죽은 듯이 누워 시위하는 식이다. 정부는 물론 사회가 당장 기후행동에 나서도록 촉구하기 위해서다. 한 소장은 “이런 ‘사회적 혼란’이 아니라면 누구도 기후위기 문제를 쳐다보지 않고 귀를 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뿐만이 아니다. 스웨덴의 16살 청소년이 시작한 ‘기후 학교 파업’ 시위는 벨기에‧호주‧독일 등 전 세계를 휩쓸었다. 올해 3월 15일과 5월 24일 세계적인 기후파업을 조직해 수십만 명의 학생들이 학교 대신 거리를 메우고 ‘온실가스 배출로 도둑맞은 미래를 돌려놓으라’고 주장했다. 독일에서는 ‘토지의 종말’이라는 단체가 석탄 광산과 철도를 점거하는 시위농성을 벌인다. 한 소장은 “이들의 행동이 급진적인 게 아니라 기후 위기 상황이 급진적”이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한국이다. 이지언 국장은 한국이 ‘기후 침묵’을 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가파르고 배출량도 7위에 해당하지만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는 스스로 중진국으로 자리를 잡고 모호한 태도를 견지한다는 설명이다. 이 국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과 기후변화 대응 논의가 실종 상태”라며, “우리나라 기후변화 대응 목표를 두고 국제사회 비판도 많다. 모든 나라가 한국처럼 한다면 섭씨 3~4도가 오를 것이라고 말한다”고 말했다.

“저는 실패자…작은 실천 따위로는 기후위기 해결 어림없어”
이 국장의 발제가 끝난 후 집담회에 모인 이들이 기후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특히 많은 이들이 동참하도록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며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후회와 절망이 쏟아지기도 했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무엇을 딛고 일어나야 할지 무엇을 바꿀지 적극적으로 토론했다.

한 참석자는 “어쩌다보니 기성세대가 됐다. 저는 실패자다. 젊은 분들을 제외하고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하는 분들 역시 실패자라고 생각한다. 20년 동안 실천을 한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모양 이 꼴이 됐다. 행동을 한다고 했지만 젊은 분들에게 부끄럽게 실패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개인에서 출발해 지역의 기후비상사태 선언을 촉구해야 한다. 실패자인 기성세대도 남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 활동가는 ‘실패자’라는 말에 동감하며 “저 역시 준실패자다. 15년 동안 했는데 이 모양 이 꼴이다”라고 입을 열고, 지금까지 해왔던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존에 자주 쓰는 표현을 재검토하고 버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기후위기를 ‘다음 세대 문제’라고 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순간 끝난다. 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자’는 것도 그만 이야기해야 한다. 작은 실천 따윈 어림없다고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 역시 “‘기후변화’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기후위기’‧‘기후비상사태’‧‘기후급변’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30년 이상 환경 분야에서 공직 생활을 했다는 참석자는 움직이지 않는 정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거리에서 모금활동을 한다는 활동가는 당위성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대중을 움직일 수 없다며 환경을 보호하는 이들이 경제적으로 이득을 얻을 수 있도록 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청소년들과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행동하는 김보림 씨는 “정말 많은 분들이 노력했고 절박하게 행동했지만 침묵하는 사람들과 정부가 경제성장‧경제사회‧탄소사회를 외면하며 침묵하고 있다”며 “기존의 방법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판을 벌여 혼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의 목표로 당장 9월 기후행동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달 23일 뉴욕에서 기후 행동을 위한 세계정상회담을 예정하고 같은 달 20일부터 27일까지 전 세계가 함께 기후파업을 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김 씨는 특히 “여기에 미래 세대는 없다. 우리 모두가 우리 세대의 당사자”라며, 당사자로서 우리가 행동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노동자, 청소년 등 모든 당사자들이 서로 느슨하게 연대해 사회에 파장을 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존 에너지‧환경 조직이 전략을 짜고 자문 역할을 하며 논조를 어떻게 만들고 각 계층이 어떻게 기후문제를 자신의 언어로 풀어갈 수 있을지 도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좌담회를 통해 참석자들은 9월 21일 대규모 기후 행동을 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지언 국장은 “9월 23일 뉴욕 기후 정상회담에서 각 나라가 기후변화 대책을 강화하자는 논의를 하겠지만 우리 정부나 미국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약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정부를 압박하는 차원의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집회의 성격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기존의 방식을 뛰어넘는 수준이 될 것”이라며, “내달 7일 워크샵을 통해 구체적인 행동 방향을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