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정치

'부적격' 정봉주, "결과 받아들인다"면서도 지도부에 묵직한 '뒤끝'

등록 2020-02-11 15:22:59 | 수정 2020-02-11 17:31:51

"부적격 판정으로 모든 게 끝나는 거 아냐…공관위 결정은 양날의 칼"

정봉주 전 의원이 1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부적격' 판정의 입장을 밝혔다. 2020.2.11. (뉴스한국)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가 4.15 총선 예비후보 심사에서 정봉주 전 의원을 부적격 판정하자 정 전 의원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결과를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다만 공관위 결정을 가리켜 '양날의 칼'이라고 지적하며 강렬한 뒤끝을 남겼다. 그는 공관위와 당 지도부의 후속 절차를 봐가면서 이후 구체적 행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1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후보 부적격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겨냥해 '다스'·'BBK' 논란을 파헤쳤다가 정치보복으로 1년 동안 억울한 감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하며 민주당원으로서 자랑스럽게 살아온 여정이자 발자취였다고 회고했다. 감옥 출소 이후 10년 동안 피선거권이 없어 정치를 할 수 없을 때도 민주당에 서운함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미투 의혹이 불거진 후 2년 간의 재판에서 완전하게 무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공관위가 부적격 판단을 한 지금의 상황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공관위원들에게 법원의 결과를 제시하고 판결문을 꼼꼼히 살펴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했지만 저는 민주당 후보로서 부적격이라고 한다"며, "납득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규정은 없지만 '국민적 눈높이와 기대'라는 정무적 판단 아래 '감정 처벌'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원통하고 서러워서 피를 토하며 울부짖고 싶은 심정이다. 저는 또 이렇게 잘려나간다"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정봉주 전 의원이 1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부적격' 판정의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을 앞둔 정 전 의원을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많은 질문을 받았다. 2020.2.11. (뉴스한국)
정 전 의원은 "처음엔 이명박 정권에 의해서 이번에는 어려운 시절을 함께 해왔던 동료들의 손에 의해서"라면서도 " 하지만 저 정봉주를 잊지는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저는 영원한 민주당 당원"이라고 밝혔다.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눈물을 삼켜야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주어진 분야에서 다시 최선을 다하겠다"며, "온갖 고통과 어려움을 이겨내며 만들어낸 문재인 정부이기에 모두 함께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이 기자회견문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장을 나서자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이 질문을 쏟아냈다. 무엇보다 공관위 결정에 따른 앞으로 행보를 묻는 질문이 반복적으로 나왔다. 정 전 의원은 "당의 후속조치를 보면서 결정하겠다"며 구체적인 설명은 피했다. 다만 그는 "공관위원들은 '부적격' 판정을 하면 모든 게 끝나는 줄 알지만 그런 게 아니다. 공관위원들이 판정했지만 저에게는 더 많은 선택지가 있다"고 말했다.

어떤 선택지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정 전 의원은 "굴복하거나 수용할 수도 있겠지만 당이 제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다른 선택지도 있을 수 있다"며, "이렇게 말하면 당에서는 제가 뭘 말하는지 이해하고 후속조치를 할 것이라고 본다"고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그는 "(부적격 판정으로) 끝났다고 보는 건 공관위원들의 입장이지만 정치는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답변에 담은 뜻을 자세하게 말해달라는 질문이 이어지자 정 전 의원은 "저는 공관위가 잘했다 잘못했다 말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결정한 후에는 정치적 가르마를 타는 일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지금은 (공관위 결정에) 불복하는 사람이 없지만 앞으로 공천 과정이 진행되면 불복하는 경우가 나올텐데, 공관위가 결정한 후 문제제기가 있을 때 어떻게 조치를 취할지 대안이나 해법이 있어야 한다는 걸 말한다. 저는 그 메시지를 계속 던지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밟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봉주 전 의원이 1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부적격' 판정의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자회견장 밖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2020.2.11. (뉴스한국)
정 전 의원은 "공관위 분들이 (제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면 지도부에서 정치 잘 아시는 분들이 해석을 할 것"이라며, "자칫 당에 분란이나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면 그 다음 스텝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관위가 결정을 철회하는 걸 말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런 결정적인 말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공관이 결정에 승복하나'는 질문에는 "양날의 칼"이라며, "제가 공관위와 당 지도부에 공을 던졌으니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공관위나 당 지도부가 화답하면 된다"고 말했다. 무소속으로라도 총선에 출마할 생각인지 묻는 질문에는 "오늘 말하지 않겠다"며 대답을 피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