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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차별 논란' KLM항공, 기자회견 열어…기욤 글래스, "인종차별 아니다"

등록 2020-02-14 11:08:58 | 수정 2020-02-14 15:24:21

"모든 KLM 승무원들에게 승무원만을 위한 화장실 허가하지 않겠다"

네덜란드 KLM 항공 국내외 경영진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6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여객기 내에서 불거진 한국인 인종차별 논란에 입장을 밝혔다. 왼쪽부터 프랑수아 지우디첼리 아시아퍼시픽 사업 개발 담당, 이문정 한국지사장, 기욤 글래스 KLM 한국·일본·뉴칼레도니아 지역 사장, 크리스 반 에르프 한국·일본·뉴칼레도니아 커머셜디렉터. 2020.2.14.(뉴스한국)
KLM 네덜란드 항공기에서 벌어진 한국인 차별 논란과 관련해 KLM 국내외 경영진이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기욤 글래스 KLM 한국·일본·뉴칼레도니아 지역 사장은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인식한다고 말하면서도 인종차별은 아니라고 말했다.

문제의 사건은 이달 10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KL855편에서 벌어졌다. 이 여객기에 탑승한 김 모 씨가 이코노미석 맨 뒤에 있는 화장실에 갔다가 '승무원 전용 화장실'이라고 한국어로 쓴 구겨진 종이를 발견하고 이를 촬영했다. 김 씨가 사진을 촬영하는 걸 본 부사무장은 사진 삭제를 요청했고, 김 씨는 한국어로만 문구를 쓴 데 항의했다. 김 씨는 부사무장으로부터 '잠재 코로나 보균자 고객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결정한 사항'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다. 이어 해당 부사무장은 '(한국어로만 써서) 기분이 나쁘다면 영어로도 써주겠다'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김 씨는 촬영한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여객기에서 발생한 일련의 상황을 알렸다. 그는 "승무원이 다른 기타 직업군에 비해 2차 감염의 위험도가 높은 직업군이므로 이를 막기 위한 의도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한국어로만 안내한 것은 명백한 인종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총 좌석 320석의 여객기에는 277명이 탑승해 있었고, 이 가운데 한국인은 135명이었다. 탑승자 중 발열 증상을 보이거나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없었다. 이 게시물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일었고 국토교통부도 나서 공식적으로 KLM항공에 엄중 경고하는 한편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KLM 네덜란드 항공이 기내 화장실에서 한국어로만 사용 금지 문구를 붙여 한국인 탑승객에게 인종차별적 대우를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A씨는 기내 화장실을 승무원 전용으로 변경한 이유와,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만 적어놓았는지 질문했는데, KLM측은 승무원들을 잠재적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보균자 고객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결정된 사항이라고 답했다. 2020.02.13.(김 모 씨 제공=뉴시스)
KLM항공이 12일 '승무원 전용 화장실 운영에 대한 입장'을 낸 데 이어 14일 오전 10시 30분께 글래스 사장이 서울 종로구에 있는 포시즌스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글래스사장의 기자회견문 역시 이틀 전 입장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승무원 전용 화장실의 운영 및 공지와 관련해 승객 여러분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프랑수아 지우디첼리 아시아퍼시픽 사업 개발 담당, 이문정 한국지사장, 크리스 반 에르프 한국·일본·뉴칼레도니아 커머셜디렉터도 참석했다. 글래스 사장이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발표한 후 네 사람이 나란히 서 두 차례에 걸쳐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문제제기를 한 김 씨는 물론 많은 시민이 이 사건의 핵심을 '인종차별'로 보고 있지만 글래스 사장은 당시 여객기 내에서 승무원들이 취한 정책과 승무원의 태도가 '한국 고객을 차별하는 행위로 해석된 점'을 사과했다. 기자회견문 어디에도 인종차별을 인정하거나 이를 사과하는 대목은 없었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글래스 사장은 "현재까지 밝혀진 승무원의 답변으로 봤을 때 회사에서는 인종차별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승무원이 영어로 기재하는 걸 까먹어서 발생한 사건으로 본다. 단순히 어리석은 실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경영진은 이번 사건을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글래스 사장은 "개인적인 의견을 말해도 된다면, 사실 (코로나 19) 확진 사례는 유럽에 많다. 유럽에서 오는 사람이 한국인을 '잠재 보균자'로 말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차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 전 과정에서 전문 통역사가 질문과 응답을 통역했지만 글래스 사장의 이 발언 만큼은 이문정 한국지사장이 대신 통역했다.

네덜란드 KLM 항공 국내외 경영진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6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여객기 내에서 불거진 한국인 인종차별 논란에 입장을 밝혔다. 기욤 글래스 KLM 한국·일본·뉴칼레도니아 지역 사장은 미리 준비한 기자회견문에서 "저희의 실수는 한국 고객을 차별하는 행위로 해석된 바 한국 고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된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2020.2.14.(뉴스한국)
KLM 항공이 국내에서 불거진 인종차별 논란을 의식해 기자회견을 자청한 만큼 대다수 취재진은 경영진이 인종차별을 사과한 것으로 이해했지만 정작 글래스 사장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차별이 아니다'는 취지의 글래스 사장의 발언이 사실인지 혹시 통역을 거치면서 왜곡된 것은 아닌지 확인하는 질문이 다시 나왔다. 이에 글래스 사장은 "이해하신 게 맞다. 코로나 사태는 특정 인종이 관련한 사태라기 보다 전 세계가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당연히 아시아인들 대상으로만 어떻게 됐다고 판단할 수 없기에 이는 인종차별이 아니라고 본다"고 재차 밝혔다.

한편 글래스 사장은 김 씨가 게시물을 SNS에 올린 후 사안을 KLM 본사 임원진에게 바로 보고했으며 내부에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기내 서비스 총괄인 미리암 카트만 수석부사장이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항공편에 타고 있던 승무원(네덜란드 국적 10명·한국 국적 2명) 전원이 고위 임원진과 면담을 할 예정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한 13일부터 KLM 여객기에서는 승무원만을 위한 화장실을 허가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