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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한반도 중재자 역할' 시진핑에 뺏긴 상태" 英 IISS 진단

등록 2020-06-09 15:48:55 | 수정 2020-06-09 16:49:14

"미중 간 전략적 경쟁 심해지면 북중 관계 더욱 깊어져"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2월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를 한 후 회담장으로 향하는 모습. 2019.12.23. (뉴시스)
영국에 본부를 둔 세계적인 두뇌집단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지난해 초까지 존재했던 한반도 외교의 낙관적 전망이 대부분 소멸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9일(이하 현지시각)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IISS가 5일 발표한 '2020년 아시아·태평양 역내 안보 평가' 보고서에서 이 같이 분석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 간 신냉전이 대북 외교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암울한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VOA에 따르면, IISS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미국·중국 각 정상과 부지런히 개별적 관여를 시도했지만 각 국가의 내재적 상호관계 때문에 외교 관계가 교착 상태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관계를 복원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 힘을 잃었다는 지적을 담고 있다. 북미 정상이 직접 대화하면서 남북대화의 가치가 급격히 낮아졌고, 이후 비핵화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북미 관계가 소원해진 후에는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조언을 구하며 경제 원조를 호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IISS는 대북 외교의 핵심이 미중 관계라고 언급하며, 두 나라가 신냉전에 돌입한 상황에서 대북 대화 교착 국면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약 문 대통령 임기 내에 2018년과 같은 짧은 평화가 성사하더라도 이를 결정하는 건 한국이 아니라 북미 간 관계라고 지적했다. IISS는 문 대통령이 '한반도 중재자 역할'을 주창하긴 했지만 이 역할을 시 주석에게 뺏긴 상태라고 분석하며, 미중 관계가 어떻게 전개하느냐에 북중 관계가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IISS는 북한이 이미 20~60기의 핵무기를 보유했으며 매해 최소 5~6기의 무기를 생산한다고 추정했다. 미국과 중국이 북핵 문제에는 전통적으로 협력적 관계를 유지했지만 두 나라가 견해 차이를 극복하는 데 궁극적으로 실패하고 전략적 경쟁에 몰두할 경우에는 상황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IISS는 미중 관계 악화가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면 어느 한 쪽이 정치·경제 체계에 변화를 보여도 경쟁 관계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미국이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서 탈퇴한 건 러시아 때문이 아니라 군비를 증강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고 꼬집었다. 미국이 지상 기반 중거리 미사일을 인도태평양전선(한국·일본·호주)에 배치할 수 있게 됐고 이로써 중국이 역내 동맹을 협박하지 못하도록 하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이를 반대하며 보복 의지를 드러낸 만큼 미중 간 갈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IISS는 미국이 INF에서 탈퇴한 배경이 또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을 군비 축소 협상장에 끌어내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중국이 비축한 탄도미사일·순항미사일의 95%를 폐기해야 하는 만큼 중국이 협상에 응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하며, 오히려 군비경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