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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옥 얼굴박물관장 “내년 망백, 그래도 나는 문학청년”

등록 2020-06-23 16:18:44 | 수정 2020-06-23 16:23:21

6·25 70주년 앞두고 ‘나, 살아남은 자의 증언’ 출간
생애 마치는 날까지 뼛속까지 연극인…아직도 연출 의욕
비무장지대, 세계 광대들이 평화를 노래하는 난장판 돼야

인터뷰하는 김정옥 얼굴박물관장. (뉴시스)
온도계 눈금이 35도를 가리키는 6월 염천(炎天), 창밖으로 보이는 남한강의 물줄기가 그나마 시원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조선시대 백자를 굽던 경기 광주시 남종면 분원리는 붕어찜으로 유명한 작은 마을이다. 예봉산과 검단산을 품은 배산임수 지형의 한 자락에 자리한 얼굴박물관의 김정옥 관장이 반갑게 맞이한다. 마침 월요일이어서 박물관은 휴관이었고, 부인은 한가한 틈을 이용해 서울로 일을 보러 가 넉넉하게 그를 만날 수 있었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과 회장을 지낸 그는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90, 망백(望百)이다. 그러나 천진난만하기까지 한 미소에서 보듯이 아직도 스스로를 문학소년이라고 칭한다.

그가 운영하는 얼굴박물관은 2004년 개관, 올해로 16년이 되면서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천의 얼굴에서 만의 얼굴이 이어지지만, 단 한 사람도 똑같지 않고 각자의 개성이 있다. 역사적으로도 수백억명의 얼굴이 있었지만 각기 다른 것은 조물주가 만든 기적의 예술작품이라 믿고 있다.

연극을 하면서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어 뭇사람들의 얼굴을 수집한 이유다. 이제까지 90년 가까이 살면서 수집한 물건들은 앞마당의 석인(石人)에서부터 전시실의 인형 가면과 유명한 배우들의 사진 등 다양하다.

공연과 영화 관람 등이 가능하도록 꾸며진 얼굴박물관 내부. (뉴시스)
“광주서중 재학시절부터 문학서클을 만들어 글을 읽고 또 썼다. 이것이 기반이 돼 희곡도 쓰고 평생 동안 연극에 몸바쳐온 계기가 됐는지도 모른다”며 “나는 아직도 문학청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2018년 11월 중국 하이난에서 세계연극협회(ITI) 창립 70주년 기념 공연의 연출을 위해 배우 박정자, 한영애, 김혜숙, 김태희 등과 비행기에 오르기도 했던 김 관장은 “살아남은 자로서의 증언을 토대로 한 연극을 만들어보고 싶다. 죽기 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최근 6·25동란 70주년을 앞두고 ‘나, 살아남은 자의 증언’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20년 넘게 걸려 마무리한 원고를 부인에게 내밀었더니 “뭣 하러 이런 걸 쓰느냐”는 핀잔을 들었지만 그냥 썼다. “억울하게 전쟁에서 희생된 친구들, 그들의 아픔과 외침과 청춘, 또한 내가 좌절을 겪기도 하면서 살아남은 자로서 뭔가 증언하고픈 생각에서였다”는 고백이다.

김 관장은 이 책에서 한국전쟁은 ‘위장된 3차 대전’이라고 주장한다.

한반도를 미국의 방위선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한 애치슨 라인, 한국전 발발 한달 전 한국을 방문한 정보통인 덜레스 미국 특사가 ‘38선에는 이상이 없다’고 한 점, 그리고 김종필 같은 하급 정보장교가 북한의 남침경보를 보고했음에도 이승만 정권이 이를 외면한 점 등이 근거다.

김 관장은 “한반도 평화는 세계평화의 시작이다. 70년을 끌어온 위장된 3차 대전을 한반도에서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비무장지대가 평화의 광장이 되어 시인, 음악인, 무용인, 영화인, 연극인 등 세계의 광대들이 모여 자유와 평화를 노래하는 난장판을 벌이기를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연극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하는 김 관장은 서울대 불문학과를 나와 파리 소르본대학 영화학연구소에서 영화와 불문학을 공부하고 귀국, 1959년 우리나라 최초의 4년제 연극영화과를 양광남 교수(작고)와 함께 창설, 중앙대 교수가 됐다.

어느덧 80대 노인이 된 1회 졸업생인 방송연출가 맹만재, 이해욱, 배우 최정훈, 박근형, 추송웅(작고) 등 제자들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대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1963년 극단 민중극장에서 연출을 맡았고, 1966년부터 아직까지 극단 자유의 예술감독으로 활약 중이다. 1991년 예술원 회원, 한국연극협회 이사장(1979), 국제극예술협회 한국본부 회장(1982), 국제극예술협회 세계본부 회장(1997),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원장(2000) 등을 지냈다.

1985년 프랑스정부 문화훈장을 비롯, 1995년 최우수예술인상, 1998년 은관문화훈장과 동랑연극상(1998) 등 숱한 상을 받기도 했다.

100여 편의, 그것도 많은 관객들을 불러 모은 흥행성공작을 연출한 김 관장은 “예술인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증인의 역할을 남은 생애 동안 하겠다”며 “요즘은 대작보다는 모노드라마에 관심이 있어 이를 연구하고 있다”며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다. (뉴시스)
박물관 내부에서 웃음 짓는 김정옥 관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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