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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혐오발언을 하면 처벌하는 지역이 일본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등록 2020-06-30 09:17:09 | 수정 2020-06-30 10:22:07

가나가와현 가와사키, 7월 1일부터 혐한시위 처벌 조례 시행

사진은 2014년 도쿄에서 나치기와 일본제국주의 전범기를 들고 행진하는 재특회 회원들. (일본전범기퇴출시민모임 제공=뉴시스)
특정 국가 및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조장하거나 선동하는 건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혐오다. 일본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가 내달 1일부터 혐한시위를 처벌하기로 해 주목을 받는다. 오는 12일 가와사키에서 열리는 혐한시위가 이번 조례의 첫 적용 대상이 될 전망이다.

가와사키가 시행하는 조례 이름은 '가와사키시 차별 없는 인권 존중 거리 만들기'다. 특정 국가·지역 출신 및 민족이라는 이유로 혐오를 부추기는 언동을 하거나 이러한 내용의 메시지를 반복 공표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을 때 시장이 이를 중단하라고 권고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인쇄한 현수막 등을 거리에 걸거나 거리에서 해당 내용을 담은 인쇄물을 배포하는 것도 더이상 할 수 없다.

만약 권고에 응하지 않으면 시 차원에서 시위 등을 중단하도록 명령하는데 그럼에도 6개월 동안 세 차례 위반을 하면 개인과 단체의 이름을 공표하고 수사기관에 고발한다. 법원은 조례를 토대로 50만 엔(약 56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다.

도쿄도나 오사카시 등에서 혐오발언을 규제하는 조례가 있었지만 가와사키처럼 처벌 조항을 규정한 경우는 처음이다. 그런 만큼 가와사키의 조례가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당장 내달 12일 재일 한국인의 추방을 요구하는 혐한 시위가 열릴 예정인데 가와사키시가 조례를 근거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본 가나가와 신문에 따르면, 와타나베 겐이치가 JR가와사키역 인근에서 이날 혐한시위를 개최한다. 와타나베는 극우정치단체 '일본제일당'의 가나가와현 본부장 대리를 지낸 인물이다. 일본제일당은 '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에서 파생했다. 2007년 1월 설립한 재특회는 재일 한국인이 일본에서 누리는 특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재일 한국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와타나베는 '가와사키 혐오발언 조례에도 당당하게 시위를 개최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혐한시위에서 '죽인다'는 말로 재일 한국인을 위협한 바 있다. 가나가와 신문에 따르면, 와타나베는 황당한 소문을 이용해 재일 한국인을 공격하는 인물로 올해 2월 9일 일본제일당 거리시위에서는 '재일 한국인들이 정·재계와 경찰 및 언론으로 파고들어 일본 민족을 지배하려 한다'고 말했다. 재일 한국인을 일본과 일본 사회의 적으로 돌려 사회에서 완전히 도려내려는 식으로 증오를 선동하는 것이다. 그는 가와사키 조례를 두고는 '일본인을 차별하는 조례'라고 주장하며 '가와사키를 되찾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달 6일·20일 와타나베는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와사키 시당국은 와나타베가 그간 거리 시위를 하며 혐오발언을 한 만큼 오는 12일 시위에서도 이를 반복하리라고 보고 발언을 녹음하는 등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현장 상황 기록을 분석한 후에는 조례 위반 여부를 판단해 시위 중단을 명령하고 이를 위반하면 수사기관에 고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