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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상가 지하공간, 예술공간으로 변신…‘홍제유연’ 개방

등록 2020-07-01 17:38:43 | 수정 2020-07-01 17:45:57

50년간 버려졌던 유진상가 하부 공간이 예술 공간으로 바뀌면서 새로 단장한 ‘홍제유연(弘濟流緣)’이 개방한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유진상가 하부에 빛에 비유하여 사람들의 삶에 소중한 순간들을 담은 1,000개의 메시지, 나와 공간을 비춰내는 거울 ‘홍제 마니차’가 설치되어 있다. (뉴시스)
원조 ‘타워팰리스’라고 해야 할까. 1970년 지어질 당시 최고급 주상 복합 아파트로 이름을 날린 ‘유진맨션(유진상가)’. 세대별 분양 면적이 다른 상가 아파트에 비해 월등히 넓었던 이곳의 입주자 중 상당수는 정부와 법조계의 고위직이었다.

사실 유진상가는 최고의 아파트기에 앞서 ‘군사 시설물’ 역할을 수행토록 하기 위해 조성된 건물이었다. 상가가 지어졌던 당시는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였다. 이에 유진상가는 유사시 북의 남침을 대비한 대(對)전차 방호 목적으로 홍제천을 덮어 형성됐다.

다시 말해 유진상가는 북한군이 구파발을 뚫고 남하할 경우 이를 저지해야 하는 ‘수도권의 방어선’이었다.

역사·문화적으로 한국의 현대사에 크게 기록된 유진상가.

하지만 이 아래에 흐르던 홍제천 일부 구간은 유진상가가 생기며 50년간 버려졌고, 그동안 시민들이 지나다니지 못하게 막혀 있었다.

50년간 버려졌던 유진상가 하부 공간이 예술 공간으로 바뀌면서 새로 단장한 ‘홍제유연(弘濟流緣)’이 개방한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유진상가 하부에 숨길(팀코워크)이 설치되어 있다. (뉴시스)
서울시가 유진상가 지하 250m 구간을 다시 홍제천이 흐르는 예술공간 ‘홍제유연’으로 새롭게 탈바꿈했다. 서울시는 2019년 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 대상지로 유진상가의 ‘지하공간’을 선정했다.

1일 오후 이곳에서 ‘홍제유연’의 개방 기념식 겸 설명회가 열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월드컵경기장, 독산동남문시장 등 8개 정도의 장소가 제안이 됐다. 그 중에서 유진상가가 지닌 사회, 역사적 맥락의 특수성이 너무 컸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장소가)결정됐다”며 “공간미술로 한 장소를 바꾸기에 적합한가와 미술을 담아내기에 역사적 사회적 맥락이 있는가를 종합해 유진상가(지하공간)을 선정했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홍제유연’은 ‘물과 사람의 인연(緣)이 흘러(流) 예술로 치유하고 화합한다’는 의미로 ‘화합과 이음’의 메시지가 담겼다.

상가의 지하공간은 그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빛, 소리, 색, 기술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공공미술을 선보이는 예술가들의 전시 무대이자 시민들의 예술놀이터로 탈바꿈했다.

건물을 받치는 100여 개의 기둥 사이로 흐르는 물길을 따라 설치미술, 조명예술, 미디어아트, 사운드아트 등 8개의 작품이 설치됐다.

기성 작가들의 참여작은 ▲흐르는 빛_빛의 서사(뮌) ▲미장센_홍제연가(진기종) ▲온기(팀코워크) ▲숨길(팀코워크) ▲MoonSun,SunMoon/Um...(윤형민) ▲두두룩터(염상훈) ▲사운드 아트(홍초선) 등 6점이다. 나머지 2점은 시민참여 작품으로 채워졌다.

50년간 버려졌던 유진상가 하부 공간이 예술 공간으로 바뀌면서 새로 단장한 ‘홍제유연(弘濟流緣)’이 개방한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유진상가 하부에 온기(팀코워크)가 설치되어 있다. (뉴시스)
입구를 들어서며 시민들을 가장 먼저 반기는 전시물은 ‘시민참여 프로젝트’인 ‘홍제 마니차’다. 이 전시물은 ‘내 인생의 빛나는 순간, 내 인생의 빛’을 주제로 1000여 명의 시민의 메시지를 한곳에 새겨 손으로 돌려가며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아날로그 인터렉티브’ 작품으로 서로의 빛나던 순간들을 함께 공유하며 따뜻한 마음을 나누자는 취지로 설치됐다.

일부 조각에는 메시지가 이미 새겨져 있고 일부 조각은 빈 상태인데, 비어 있는 조각은 시민의 온라인 참여로 채워질 예정이다.

설치미술팀 ‘뮌’의 작품인 ‘흐르는 빛, 빛의 서사’는 빛을 이용한 작품이다. 뮌은 유진상가의 근현대적 의미를 재해석해 이 작품을 완성했다. 뮌의 구성원인 김민선은 “홍제천 주변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듣고 문화적 사건이나 건물들, 인물들, 소재들을 수집해서 그 이미지들을 천장, 벽, 바닥에 새기고 움직이는 라이트 조명으로 천천히 바닥과 벽을 비춘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보면 알겠지만 천천히 움직이다 보면 이미지가 중첩될 때도 있고, 라이트(불빛)가 단독으로 움직일 때도 있다. 이곳을 거니는 관람객들이 자신의 익숙한 이미지를 만날 때 좀 더 즐겁게 길을 거닐 수 있도록 작업을 했다”고 덧붙였다.


영상작가 진기종의 ‘미장센_홍제연가’는 홍제천의 생태적인 의미를 담아 생명의 메시지를 전하는 홀로그램 작품이다.

진기종은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일루전(환영)을 만들고자 시도했다. 처음 작품을 제작하기 전에 공간 답사를 몇 번 했다. 그때 지하 생태계, 빛이 없는 공간에 생명체가 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안에 들어와서 물 안에 빛을 비추니 새들도 날아다니고, 물 안에는 물고기도 굉장히 많고, 곤충도 많았다. (여기서 영감을 받아)자연의 유기체 무기체들을 50년 만에 공개되는 공간 안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설치미술가 윤형민은 작품 ‘SunMooonMoonSun, Um...’을 통해 땅 속에 묻혀 있던 공간이 ‘홍제유연’으로 열리기 시작하면서 채워지는 소리와 빛의 의미를 한자음절의 뜻에 담았다. 흔들리는 수면 위에 투영된 이미지를 봐야 제대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윤형민 작가는 ‘밝을 명’(明)이라는 글자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해와 달, 다시 말해 음과 양이라는 반대되는 요소가 만나 하나의 ‘밝을 명’이라는 긍정적 개념이 된다. 이 공간 자체가 두 가지 상보적 관계를(지니는데) 이를 통해 새로운 빛으로 전환되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50년간 버려졌던 유진상가 하부 공간이 예술 공간으로 바뀌면서 새로 단장한 ‘홍제유연(弘濟流緣)’이 개방한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유진상가 하부에 미장센_홍제연가(진기종)가 설치되어 있다. (뉴시스)
디자인 그룹 ‘팀 코워크’의 작품인 ‘온기(溫氣)’는 조명예술작품이다. 역사적으로는 ‘따뜻한 물이 흐르는 교류의 장’이었고, 조선시대에는 청에서 돌아온 ‘사람들이 몸을 씻으며 마음을 치유하던 곳’이라는 홍제천 물길의 의미를 담아 빛과 색으로 공간을 채웠다.

42개의 기둥을 빛으로 연결한 라이트 아트 작품인 ‘온기’ 주변 지정된 센서에 체온이 전해지면, 공간을 채우던 조명의 색이 변한다. 인터렉티브 기술을 적용, 기존의 공공미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자 시도했다.

‘팀 코워크’의 또 다른 작품인 ‘숨 길’은 숲 속의 산책길을 연상케 한다. ‘홍제유연’의 예술기획을 맡은 장석준 씨는 “바쁜 하루에 호흡을 가다듬고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자신의 시간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다른 시민참여작인 ‘홍제유연 미래 생태계’는 초등학생들의 참여로 완성된 작품이다. 홍제초, 인왕초 어린이들이 홍제천의 생태계를 탐험한 후, ‘앞으로 이곳에 나타날 상상의 동물과 홍제유연 미래 생태계’에 대한 상상력을 담은 벽화다. 블랙라이트를 비춰가며 숨겨진 장면들을 찾아볼 수 있다.

홍초선은 ‘사운드 아트’를 담당했다. 12시간 동안의 시간 변화에 어울리는 소리를 채집해 시민들에게 들려준다. 홍초선은 전국에서 수집한 자연의 소리를 각각의 작품에 맞게 설계했다.

‘홍제유연’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매일 12시간씩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커뮤니티 공간은 24시간 개방된다. ‘홍제유연’의 현장 운영과 추가 전시 등은 서대문구청으로 문의하면 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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