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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최숙현 선수 동료, 기자회견 열고 추가 피해 폭로 "그곳은 왕국"

등록 2020-07-06 13:29:02 | 수정 2020-07-06 14:37:30

국회 출석한 경주시청 감독 및 선배 선수들, 가혹행위 의혹 모두 부인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감독 김 모 씨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故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는 모습. 2020.07.06. (뉴시스)
최숙현(22)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국가대표 출신 선수가 경주시청 팀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호소하며 사망한 지 열흘째인 6일 고인의 동료들이 국회 소통관을 찾아 추가 피해를 폭로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이달 1일 고인의 죽음을 알린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이 주최했다. 이 의원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감독 출신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동료선수 A씨는 "그동안 보복이 두려웠던 피해자로서 억울하고 외로웠던 숙현이의 진실을 밝히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으며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이 당연시되어 있었다"고 지적했다.

A씨는 "경주시청 선수 시절 동안 한 달에 10일 이상 폭행을 당했으며 욕을 듣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하루 하루를 폭언 속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고 털어놨다. 체중이 불었다는 이유로 20만 원어치 빵을 억지로 먹느라 수차례 구토를 했고, 설거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뺨을 맞았다고 말했다.

A씨는 선수 생명이 끊길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가해자들을 고소하지 못했다며, 고인과 유가족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과 자신을 포함한 많은 피해자들이 주장 선수를 처벌 1순위로 지목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가혹행위는 감독만 한 게 아니다. 팀 최고참인 주장 선수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선수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었다"며, "그 선수 앞에서 저희는 사람이 아닌 존재가 되는 거 같았다"고 말했다.

A씨는 이 사건을 계기로 체육계 선수들의 구조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2명의 피해자 외에도 6명이 추가로 피해 진술을 했다. 감독에게 발로 맞아 손가락이 부러지거나 얼굴을 맞아 고막이 터졌다고 주장하는 사례도 있다. 훈련을 제대로 못하면 감독에게 욕설과 폭언을 들었고, 맹장 수술 후 실밥도 풀지 않았는데도 훈련을 해야 했다고 토로한 경우도 있다.

피해자들은 "'술 마시는 것도 훈련'이라며 냄비와 양동이에 가득 부은 소주와 맥주를 억지로 마셨고, 술을 많이 마신 탓에 화장실에서 구토를 하고 있으면 또다시 붙들려가 술을 먹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뉴질랜드 전지훈련을 갈 때에는 선수들이 비행기·숙소 비용 명목으로 몇백만 원을 내야 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피해자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가혹행위 가해자로 지목을 받은 경주시청 감독과 선배 선수들은 이를 모두 부인했다. 김규봉 경주시청 감독은 이날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출석해 "감독으로서 선수 폭행이 일어난 부분을 몰랐던 내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드린다"며, 사실상 가혹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같이 지내온 시간이 있어 (최숙현 선수의 사망은)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피해 선수들이 가해자로 가리킨 선배 선수 역시 이날 회의에 출석해 "(고인이) 죽은 건 안타깝다"라면서도, "폭행한 사실이 없으니 미안한 건 없고 안타까운 마음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