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정치

안희정 모친상에 조화 보낸 文 대통령…정의당, "무책임" 비판

등록 2020-07-07 11:33:27 | 수정 2020-07-07 13:11:09

진중권, "정치권에서 성범죄자에게 공식적으로 '힘내라' 남성연대 표한 격"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모친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후 이동하는 모습. 이 의원 뒤로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조화가 보인다. 2020.07.06. (뉴시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모친 빈소에 문재인 대통령이 조화를 보내 논란이다. 정의당은 안 전 지사가 성폭력 가해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문 대통령은 물론 빈소를 찾은 유력 정치인들이 정치인으로서 무책임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수행비서를 성폭행해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고 광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안 전 지사는 모친이 별세한 이튿날인 5일 오후 5일 간의 형집행정지 허가를 받았다. 그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한 빈소를 지키는 가운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및 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 주요 여권 인사가 잇달아 조문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도 빈소를 찾았다.

6일 정의당은 논평에서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도 빈소에 여권 정치인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공직과 당직을 걸어 조화와 조기를 보내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혜민 대변인은 "정치인이라면 본인의 행동과 메시지가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공적인, 공당의 메시지라는 것을 분명 알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 대표·원내대표와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걸고 조화를 보낸 이 행동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정치인으로서 무책임한 판단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조 대변인은 안 전 지사 성폭행 사건에 정치권력을 가진 이 모두가 책임을 통감했고 민주당 역시 반성 의지를 표했지만 이날 빈소 조문 행렬은 이 같은 '책임 통감'에 진정성을 의심케한다는 취지로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는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끊이지 않는 2차 가해 앞에 피해자는 여전히 일상에서의 힘겨움을 겪고 있다"며, "오늘과 같은 행태가 피해자에게, 한국 사회에 ‘성폭력에도 지지 않는 정치권의 연대’로 비춰지진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국회 여성 근로자 페미니스트 모임 '국회페미'도 '안희정 씨는 더 이상 도지사가 아니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정부와 정당 이름으로 조의를 표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회페미는 "안희정 씨가 휘두른 위력을 형성하는 데에 결코 책임을 부정할 수 없고 사회정의를 실현해 공정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 전력할 의무가 있는 정치권은 이번 일이 마치 안희정 씨의 정치적 복권과 연결하는 것으로 국민이 오해하는 일이 절대 없도록 발언과 행동을 주의해야 했다"며, "직위와 소속을 오용해 조의를 왜곡하고 빈소에서 경솔한 발언을 한 일부 조문자에게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화와 조기 설치 비용은 국민 혈세나 후원금으로 치러졌을 것"이라며, "이제라도 안 씨 모친상에 국민의 세금이나 후원금으로 조화나 조기를 보낸 정치인들에게 이를 개인 비용으로 전환해 처리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 자신의 계정에 "사적으로 조의를 전하는 것이야 뭐라 할 수 없겠지만 어떻게 성추행범에게 '대통령'이라는 공식 직함을 적은 조화를 보낼 수 있는지"라며, "조화를 보내는 것 자체가 문제이지만 굳이 보내야겠다면 적어도 '대통령'이라는 직함은 빼고 보냈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올린 글에서 그는 "정치권에서 성범죄자에게 공식적으로 '힘내라'고 굳건한 남성연대를 표한 격"이라며, "자칭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성폭행범에게 직함 박아 조화를 보내는 나라, 과연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라고 비꼬았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