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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장 보고’ SK, 스스로 짓밟은 ‘클린 구단’ 이미지

등록 2020-07-15 17:24:15 | 수정 2020-07-15 17:26:32

6월초 2군서 선수 간 체벌-무면허·음주 운전 파악
자체 징계만 내리고 KBO에는 최근에야 ‘구두 보고’
“자체 징계 사안이라 판단했다” 해명에도 의혹의 시선

강화SK퓨처스파크. (SK 와이번스 제공=뉴시스)
‘클린 구단’을 지향하며 이미지 구축에 애를 쓰던 SK 와이번스가 스스로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선수단 관리 소홀도 문제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곧바로 신고하지 않아 일을 키웠다.

SK는 지난 14일 “일부 신인급 선수들이 중복된 숙소 지각 복귀와 숙소 무단 외출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지난달 7일 선배 2명이 이들을 대상으로 두 차례 얼차려와 폭행을 가했다”며 “조사 과정에서 무단 외출 후 복귀하던 선수 2명의 음주 운전과 무면허 운전 사실도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SK가 해당 사실을 파악한 것은 지난달 7일이다. 이틀 간 자체 조사를 진행한 SK는 같은 달 9일 해당 선수들에 자체 징계를 내렸다. 체벌을 한 선배 선수 2명에게 벌금을 부과했고, 음주 운전과 무면허 운전을 한 선수 2명에게는 구단 및 선수단 규정 내 가장 무거운 제재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곧바로 이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 SK는 온라인 야구 커뮤니티를 통해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 12일에야 KBO 클린베이스볼센터 측에 해당 내용을 구두 보고했다.

정금조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장은 “선수단 내부에서 품위손상행위가 발생하면 구단은 해당 사건을 파악한 이후로 10일 이내에 KBO에 보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뒤늦은 SK의 보고에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SK 관계자는 “구단 자체 징계로 끝날 사안이라고 판단해 KBO에 보고하지 않았다. 은폐하려 한 것은 아니다”며 “지난 12일 KBO에 신고해야 할 사안인지 문의했다”고 전했다.

자체 징계로 마무리할 사안이라 판단한 이유에 대해서는 “선수 간 폭행이 있었으나 폭행의 정도가 심각하지 않았다. 음주 운전을 한 선수는 술을 별로 마시지 않았고, 술을 깬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했다.

수년 전부터 체육계 폭행은 뿌리 뽑아야 할 악습으로 지적돼 왔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프로라면 오히려 앞장서서 폭력 근절에 앞장서야 한다. 폭행의 경중 여부를 떠나 선수 간에 폭행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로 충격을 안긴다.

경찰에 적발되지 않았을 뿐 음주 운전과 무면허 운전은 엄연한 범법 행위다.

이를 모를리 없는데도 SK는 사건 인지 직후 KBO에 신고할 사안인지 여부도 문의하지 않고 자체 징계로 끝날 일이라고 결론지어 버렸다.

SK 관계자는 “자체 징계로 끝날 사안이라고 판단한 것이 잘못이라면 우리의 판단 미스와 무지로 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클린 구단’을 지향하면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공을 들였다. 음주운전과 성 문제, 도박, 인종차별을 절대 해서는 안 될 4대 부정행위로 규정하고, 한 달에 두 번씩 선수단 일탈 방지 관련 교육을 실시했다. 혹여 사건·사고가 있을 경우 곧바로 구단에 신고하라는 당부도 수차례 했다.

일부 야구 팬들은 SK를 ‘클린 구단’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수 년 동안 야구계에서 사건·사고가 숱하게 일어났지만, SK는 사건·사고가 없는 구단으로 유명했다.

지난해 4월 강승호가 음주 운전 사고를 일으키기 전까지 SK 소속 선수가 음주 운전에 휘말린 적은 없었다. 2013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소속으로 음주 운전이 적발됐다가 SK로 이적한 신현철이 유일한 사례였다.

SK는 강승호의 음주 운전 사건 당시 단호하게 대처하면서 ‘클린 구단’의 이미지를 어느 정도 지켰다.

KBO는 90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1000만원, 봉사활동 180시간의 제재를 부과했으나 SK는 강승호에게 임의탈퇴라는 철퇴를 내렸다. 구단에 곧바로 신고하지 않은 점이 큰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선수들에게 사건·사고 직후 곧바로 신고하라고 당부하던 SK는 이번 사건을 곧바로 KBO에 신고하지 않아 논란만 부풀렸다.

뒤늦게 KBO에 사건을 보고한 SK는 구단 차원의 징계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정 센터장은 “경위서와 보고가 늦어진 사유 등을 살펴봐야겠지만, 현재 상황을 봤을 때 비위 행위를 저지른 선수들 뿐 아니라 구단에 대한 징계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KBO 야구규약 제152조 ‘유해행위의 신고 및 처리’에 따르면 구단이 소속선수가 제151조 ‘품위손상행위’ 각 호의 행위를 했음을 인지했음에도 그 사실을 즉시 총재에게 신고하지 않거나 이를 은폐하려 한 경우 총재는 당해 구단에 경고, 1억원 이상의 제재금, 제명 등의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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