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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美 행정부, 독일서 미군 1만 2000명 감축 결정

등록 2020-07-30 16:03:06 | 수정 2020-07-30 17:13:09

3만 6000명 주독 미군 2만 4100명으로 줄어
"러시아에 주는 선물" 공화당에서도 맹비난

사진은 2017년 3월 독일 일레 하임의 육군 기지에 미군이 정렬한 모습. 2020.6.8.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독일에 주둔하는 미군 병력 1만 2000명을 다른 지역에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꺼낸 카드다. 이번 결정이 주한 미군에까지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AP통신·CNN 등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29일(이하 현지시각) 국방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독 미군 5600명을 유럽에 재배치하고 6400명을 미국에 복귀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계획 대로라면 현재 3만 6000명 규모의 주독 미군에서 3분의 1을 감축해 2만 4000명만 남겨두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독 미군 감축 결정이 '돈'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유럽을 보호할 목적으로 미군을 독일에 배치한 것이지만 정작 독일이 방위비 분담금을 내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독일에서 주한미군을 감축하면 러시아를 어떻게 견제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독일은 나토 비용을 내지 않고 있다"며, "독일은 채무불이행이다"고 맞받아쳤다. 독일이 나토에 내야 할 국내총생산(GDP)의 2%를 내지 않고 있는 걸 채무불이행이라고 표현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채무불이행'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나토 회원국이 미국에 비해 방위비를 너무 적게 분담한다며 이를 맹비판해왔다. 나토 회원국 29개 나라 중 방위비로 GDP 대비 2% 이상 지출하는 나라는 미국을 포함해 9개 나라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이 방위비에 사용하는 돈이 GDP 4%에 이른다는 점을 강조하며 회원국들 역시 분담금을 더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나토 회원국들은 분담금 규모를 2024년까지 GDP 대비 2%까지 올리기로 했지만 독일은 지난해 국방비로 GDP 대비 1.36%를 지출하는 데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돈을 내지 않는다면 왜 그들(미군)을 (독일에) 남겨야 하느냐. 더이상 호구(the suckers)가 되고 싶지 않다"며, "그들이 청구서에 지불하지 않아 병력을 감축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독일이 방위비 분담금을 추가로 지불할 경우 주독 미군 감축 결정을 얼마든지 되돌릴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독 미군 감축 결정은 나토 동맹의 안보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오랫동안 동맹을 유지하고 있는 독일에 경제적 이득만 고려해 계산기를 두드리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 공화당 내부에서도 나온다. AP통신은 일부 공화당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을 두고 '러시아에 주는 선물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들은 감축안 철회를 요청하는 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기도 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주독 미군 감축 결정이 동맹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 트위터에 "적국에 잘못된 신호를 보냄으로써 국제 위협이 증가하는 가운데 우리 동맹을 취약하게 만든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광범위한 전략적 이해 부족에서 나온 결과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에스퍼 장관은 이번 결정으로 나토를 강화해 러시아 억제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한국 국방부는 이번 결정과 관련해 미국과 주한미군 감축을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문흥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30일 오전(한국시각) 정례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 규모 조정과 관련해서 한미 양국 간 논의된 바는 없다고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며, "한미 양국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주한미군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확고한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