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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韓 정부 실망"…외교관 성추행 의혹 외교 문제 비화하나

등록 2020-07-31 15:43:07 | 수정 2020-07-31 15:59:08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오른쪽) 총리와 전화 통화했다. 2020.07.28. (청와대·AP=뉴시스)
한국 국적 외교관이 뉴질랜드에 근무하며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을 두고 뉴질랜드 외교부가 한국 정부의 안일한 대응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면서 외교문제로까지 비화할 조짐을 보인다.

뉴질랜드 현지 경찰은 뉴질랜드 주재 한국대사관 소속 고위직에 있던 A(남)씨가 2017년 말 뉴질랜드 국적의 직원 B(남)씨의 신체를 세 차례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가 있다고 본다. 이듬해인 2018년 2월 A씨가 임기를 마치고 다른 국가로 자리를 옮긴 후 B씨는 이를 문제 삼았고 뉴질랜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A씨가 이미 다른 나라로 옮긴 상태라 직접 조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해 한국 외교부가 자체 감사를 벌여 A씨에게 1개월 감봉의 경징계를 결정했지만 이것으로 사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뉴질랜드 법원이 올해 2월 A씨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뉴질랜드 주재 한국대사관의 2017년 말 사건 발생 당시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영상도 제공하라고 했다. 한국 정부는 외교공관의 불가침성과 외교관 체포·구금 금지 등의 특권을 이유로 뉴질랜드 사법당국의 요구를 거부했다. 이 같은 한국 정부의 태도에 뉴질랜드는 상당히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성추행 의혹을 받는 직원을 제 식구 감싸기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급기야 아던 총리는 28일 문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양 정상은 우리 외교관 성추행 의혹 건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고 발표했다. 문 대통령이 조치를 하겠다고 답하긴 했지만 뉴질랜드 내에서는 비판 여론이 커지는 형국이다.

30일(현지시각) 뉴질랜드 외교부는 이 사건의 입장을 묻는 연합뉴스의 질문에 "한국 정부가 이 사건과 관련한 뉴질랜드 경찰의 앞선 요청에 협조하지 않은 것에 실망을 표현한 바 있다"며, "뉴질랜드의 입장은 모든 외교관이 주재국의 법률을 준수하고 자신들의 행동에 법적 책임을 지기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뉴질랜드 온라인 매체 스터프는 아던 총리가 문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며 '한국 정부가 이 사안에 경찰 수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특권 면제를 포기할 수 없었던 점에 실망을 표했다'고 말했다는 대변인 설명을 보도했다.

한편 한국 외교부는 수사가 이뤄지는 쪽으로 협조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뉴질랜드 경찰이 현지 한국 공관을 직접 조사하는 것 보다는 서면 인터뷰를 하거나 외교 면책 특권 및 불가침성을 포기하지 않는 범위에서 문서와 기록물 접근 요청에 협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A씨를 한국으로 불러 조사하는 식으로 적극적으로 대처할지는 의문이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30일(한국시각)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관련 질문에 "정확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이 사안을 해결하도록 노력해가고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