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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파업 빈자리에 집배원 투입…‘하루 12시간’ 노동 반복”

등록 2021-06-16 13:08:37 | 수정 2021-06-16 17:21:02

민주우체국본부, 우정사업본부 단체협약 위반 고소
우정본부, "택배 접수 물량 절반으로 뚝…집배원 99%가 오후 6시 이전에 배달 마쳐"

민주노총 전국민주우체국본부가 16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정사업본부가 단체협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우정본부를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2021.6.16. (뉴스한국)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소속 전국택배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이 무기한 파업을 시작한 후 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가 집배원에게 택배 물량을 전가하면서 집배원들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민주우체국본부(이하 민우본)는 16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본을 단체협약 위반 혐의로 고소한다고 밝혔다.

택배노조는 택배사들이 택배 물품 분류작업을 맡기로 한 사회적 합의 결과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달 9일 무기한 파업을 시작했다. 파업에 참여하는 택배노조원은 약 6500명으로 이 가운데 3000명이 우체국 위탁택배기사다. 우체국 위탁택배기사는 총 4000명가량인데 이 가운데 75%가 파업에 참여하자 우본이 집배원을 택배 배달 업무에 무리하게 투입한다는 주장이다.


전국 집배원 1만 6000명 가운데 3000명이 노조로 가입한 민우본은 “우본이 집배원에게 택배 물량을 전가하면서 집배원들은 이륜차 규격 상자보다 훨씬 큰 택배를 배송하거나 오후 9시까지 근무를 하고, 하루 12시간 넘게 근무하는 비상식적인 상황이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더 심각한 것은 집배원들이 스스로 하루 배달할 물량을 설정하고 나머지 물량 배송을 미루자 ‘성실의무위반’을 들먹이며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협박하거나 이륜차 과적으로 사고가 일어나도 개인이 책임지겠다는 서약까지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집배원은 우정직 공무원이 대부분이라 상급자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는 게 민우본의 설명이다. 민우본의 한 관계자는 “집배원이 평소 택배 배송을 아예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평소 하루 평균 80개 수준이던 택배 물량이 택배노조 파업으로 현재 200개 수준으로까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민우본은 우본이 △인력 확보를 하지 않고(단체협약 21조·57조 위반) △토요일 휴무 원칙을 위반해 토요일에도 출근하라고 지시하고(단체협약 22조·58조 위반) △토요일 출근은 연장근무에 해당해 조합원 동이가 필요하지만 이를 위반해 강제로 근무지시(단체협약 116조 위반)를 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위반했다며 우본을 고소한다고 밝혔다.

우본 우편집배과의 한 관계자는 “택배노조가 파업을 시작한 후 ‘등기소포’라고 말하는 택배의 접수 물량을 제한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매주 화요일에 물량이 가장 많아 130만 통 정도 접수하는데 15일의 경우 77만 통을 접수했다. 또한 집배원들에게도 당일 배달 가능한 물량만 가지고 나가도록 관리하고 있으며, 전국 집배원들이 일몰(오후 8시) 이내에 들어오도록 확인을 하고 있다. 어제만 하더라도 오후 6시까지 들어온 집배원이 전체의 99%에 달한다”며 민우본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우체국본부가 16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정사업본부가 단체협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우정본부를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2021.6.16. (뉴스한국)
이 관계자는 또 “지방우정청 9곳의 관리 책임자들과 단체 대화방으로 연락을 하며 ‘지금은 안전이 제일 중요하니 무리하게 배달하거나 늦은 시간에 배달하지 않도록 하라’고 당부했다”며, “민우본이 말한 내용들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우본이 우본을 단체협약 위반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주장에는 “교섭상황은 교섭대표노조인 ‘전국우정노동조합(이하 우정노조)’와 대화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우정노조는 우본에서 일하는 4만 명가량의 공무원·공무직·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2만 7000여 명이 가입한 노조다.

한편 민우본은 우본과 우정노조가 이달 14일 긴급우정노사협의회에서 집배원 ‘업무 부하 경감’ 및 ‘결원 충원’을 합의한 것을 두고 “노사협의가 매년 반복하기만 할 뿐 한 번도 이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현장에서 격무에 시달리는 집배원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순관 우정노조 홍보국장은 “우체국 위탁택배 기사들이 파업을 할 때마다 집배원들이 죽어나간다. 집배원들의 업무를 경감하고자 물류체계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앞으로는 민간에서 사용하는 용어인 ‘택배’ 대신 우편법을 근거로 한 ‘소포’로 그 명칭을 변경하기로 하고 올해 하반기까지 청사진을 만들어 노사가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며, “또한 서울청·경인청 등 각 청별로 결원인력을 계속 뽑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