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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흥보전’ 박승원 음악감독 “각국 나라 제비 조명…음악 전시 같은 공연”

등록 2021-09-15 08:24:14 | 수정 2021-09-15 08:29:52

첫 창극 작업…15일~21일 국립극장 해오름

국립창극단 ‘흥보전’ 박승원 음악감독. 2021.09.14. (국립극장 제공=뉴시스)
박승원 음악감독은 작품 앞에서 겸손하다. 전통음악 기반의 월드뮤직 그룹 1세대 ‘공명’ 멤버인 그가 공연에서 인물이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을 내세우는 경우는 거의 없다.

2000년 한태숙 연출의 연극 ‘레이디 맥베스’를 시작으로, ‘햄릿’, ‘왕세자 실종사건’, ‘봄날’, ‘유리동물원’,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화전가’ 등 작품성이 검증된 연극들의 음악을 담당해왔다. 조정래 감독의 영화 ‘소리꾼’의 음악감독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굵직한 작품에 연이어 참여를 하고도 ‘공명 박승원’보다 ‘음악감독 박승원’이 덜 알려진 까닭은 “작품이 먼저”라며 자신을 거듭 낮추는 박 감독의 신념 때문이다.

박 감독의 첫 창극 작업인 국립창극단 ‘흥보전’이 15일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개막한다. 극본·연출 김명곤, 작창 안숙선, 시노그래피 최정화 등 쟁쟁한 스태프들이 함께한다.

최근 국립극장에서 만난 박 감독은 “무엇보다 작품이 잘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감독과 ‘흥보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연출가 허규(1934~2000)의 ‘흥보가’(1998)를 원작으로, ‘제비 나라’가 새롭게 추가된 점이 눈길을 끕니다. 여기에 맞춰 음악도 다양해졌다고요.

“김명곤 연출님께서 각색을 하셨어요. 제비가 세계적으로 움직이는 길을 알아보시고, 글로벌하게 각국의 나라 제비를 녹여내셨죠. 그렇게 제비의 나라가 펼쳐집니다. 그렇다보니, 음악도 다양해졌어요. 판타지하고 신비한 영역의 세계가 나오는데, 전통적인 매력도 잘 보이는 설정이에요.”

국립창극단 ‘흥보전’ 박승원 음악감독. 2021.09.14. (국립극장 제공=뉴시스)
-판소리 다섯 바탕을 여러 차례 완창하며 각 유파의 소리를 섭렵한 안숙선 명창께서 ‘흥보가’ 다양한 창본으로 소리를 엮으셨다고요. 안 명창님과는 처음 작업하시죠?

“굉장한 집중력을 보여주셨는데, 선생님과 작업이 설레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웠어요. 전통음악을 전공(추계예술대 국악과)을 했고, 24년 동안(공명은 1997년 결성됐다) 창작음악을 해왔는데 전통음악을 현대화하는 작업이 주였습니다. 전통 소리를 그대로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이 있었죠. 판소리는 명창 선생님들이 오랫동안 켜켜이 쌓아온 예술혼이잖아요. 그래서 막연하게 두려웠는데 안 선생님, 김 연출님과 대화를 하면서 편안해졌어요.”

-음악감독뿐만 아니라, 최성은·김창환 작곡가님과 공동작곡도 하셨습니다. 가야금·거문고 등 전통악기와 바이올린·첼로 등 서양악기가 잘 혼합됐다고요.

“최성은 선생님은 영화 ‘소리꾼’을 같이 작업했어요. 서양음악 어법 활용에 큰 역할을 하셨죠. 러시아, 일본, 중국, 한국 제비 등이 나오는데 서양의 제비 음악을 잘 담당하셨습니다. 김창환 선생님은 전통음악 어법의 이해가 탄탄합니다. ‘까투리 타령’ 등 민요 편곡에 큰 역할을 하셨고요. 특히 김 선생님은 지휘까지 하세요. 작곡자가 지휘를 하다 보니, 공연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변수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추게 됐죠.”

-‘흥보전(展)’은 전에 제목에 ‘펼 전(展)’자를 사용할 만큼, 전시(展) 같은 무대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유명 설치미술가인 최정화 선생님과 작업은 어떠셨는지요.

국립창극단 ‘흥보전’. 2021.09.14. (국립극장 제공=뉴시스)
“공명 활동을 하면서 인연이 있었어요. 이번 공연에선, 밥그릇과 밥상 등을 사용해 탑을 쌓아놓으셨는데 전통이 ‘사용’되는 것의 의미가 녹아있죠. 전시되고 박제된 건 의미가 없지 않냐는 것이 선생님의 생각입니다. 전통음악 역시 마찬가집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전통을 그대로 꺼내놓는 거죠. 새롭게 믹스해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고유 그대로 배치하는 거예요. 그건 곧 음악 전시라고 생각합니다.”

-공연 작업과 공명 활동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공명은 연주곡을 위주로 작업하죠. 반면 공연에선 가사가 텍스트로 있는데, 직관적인 것이 섞여 있죠. 무대 올라가기 전 텍스트를 보고, 풍경을 상상한 뒤, 공간적 이해를 통해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작업이 참 재밌어요. 그 공간에 적절한 음악과 사운드를 배치할 때 짜릿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많은 분들을 만나고 소통하는 것도 큰 재미예요.”

-어떻게 처음 공연 작업을 시작했나요?

“원일 선생님(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한태숙 연출님의 ‘레이디 맥베스’ 작업을 소개시켜주셨어요. 당시 대학로 소극장에서 공연했는데, 연주자도 하면서 시종 역할도 했죠. 아무것도 모른 채 정동환 선생님 같은 대배우, 그리고 김영민 씨 같은 탄탄한 배우분들과 작업을 했는데 많은 걸 느꼈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특히 한태숙 선생님에게 많은 걸 배웠어요. 타자기 소리라도 50년대 타자기, 60년대 타자기 소리가 다르잖아요. 그걸 다 꼼꼼히 챙기세요. 그러니 더 준비할 수밖에 없었죠. 스웨덴에서 녹음해온 종소리, 퍼레이드에서 50년대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 등을 나중에 연극에 썼는데 만족하셔서 정말 좋았습니다. 하하. 이성열 백수광부 상임연출(전 국립극단 예술감독)과의 작업도 많이 배웠죠. 백수광부의 ‘봄날’을 통해 오현경 선생님과 작업했고, 이 연출님의 국립극단 ‘화전가’도 작업했습니다. 음악이 업이 된 직업인데, 공연은 제 취미라고 할 만큼 좋아해요. 기쁨을 찾는 하나의 창구이죠.”

국립창극단 ‘흥보전’ 박승원 음악감독. 2021.09.14. (국립극장 제공=뉴시스)
-공연 중에서도 창극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생소하거든요. 판소리는 1인 창자가 온갖 연기력을 다 담아서 채운다면, 창극은 캐릭터가 다 나눠져 있잖아요. 그럼에도, 배우들끼리 긴밀하게 연결하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난이도가 있는 작업’이에요 얼마만큼, 저와 접점을 찾아내는지가 큰 숙제죠.”

-최근 전통음악이 주목 받고 있습니다. 이미 세계에 전통음악을 알려온 선구자로서 요즘 흐름을 어떻게 보십니까?

“전통음악을 새롭게 선보이는 건 시대적 흐름이죠. 저희 역시 초창기에 청바지를 입고 나오기도 했어요. 예전엔 어떻게 하면 우리의 젊음과 열정을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다면, 지금은 어떻게 하면 다른 걸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최근에 새로운 영상 작업을 위해 멤버들끼리 회의도 했는데, 우리를 표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고자 해요. 무엇보다 다양성을 찾죠. 이제 ‘국악계 이단아’라는 그림은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후배들과 어깨동무하며, 귀감이 되는 작업을 해나가고 싶어요. 무엇보다, 시대의 흐름에 저희는 스트레스를 갖고 있지 않아요.”

-공연에서 음악이 큰 역할을 하더라도, 본인을 앞세우지 않으세요.

“작품의 스태프잖아요. 제가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건 혼자 해야 합니다. 공연은 잘 어우러져야 하죠. 그 과정을 통해 결과가 좋으면 더 좋지만, 그 과정과 대화 속에서 성장과 배움이 생겨요. 그게 공연하면서 가장 값지죠. 스태프가 기능적인 역할에만 그치면, 슬프고 허탈해요. 어떻게든 적극적으로 잘 녹아들어가기 위해 노력합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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